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23) 솔개

carmina 2014. 2. 12. 21:58

 

 

솔개  (작곡 윤명환, 노래 이태원)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
권태속에 내뱉어진 소음으로 주위는 가득차고
푸른 하늘 높이 구름속에 살아와
수많은 질문과 대답속에 지쳐버린 나의 부리여
스치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느덧 내게 다가와
종잡을 수 없는 얘기속에 나도 우리가 됐소
바로 그때 나를 비웃고 날아가 버린 나의 솔개여
수많은 관계와 관계속에 잃어버린 나의 얼굴아

애드밸룬 같은 미래를 위해 오늘도 의미없는 하루
준비하고 계획하는 사람속에서 나도 움직이려나
머리 들어 하늘을 보면 아련한 친구의 모습
수많은 농담과 한숨속에 멀어져 간 나의 솔개여
수많은 농담과 한숨속에 멀어져 간 나의 솔개여
멀어져 간 나의 솔개여

 


길을 걷다 보면 하늘 높이 까마득한 곳에 우주선처럼
땅을 노려보고 있는 날짐승 솔개.

 

그렇게 말없이 노려보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쏜살같이 급강하하여 먹이를 나꿔 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제 갈길을 못 찾아 어수선할 때
높은 곳에 홀로 독야청청 살아가는 솔개

나도 그런 솔개가 되고 싶다.

혼자서 길을 걸을 때는 더욱 그런 바램이 있다.
여럿이 함께 걷는 것도 좋지만
지난 달 1개월 내내 혼자 길을 걷는 기회를 자주 가지면서
내게는 솔개같은 외로움도 있고
솔개같은 지조도 있었다.

 

제주도 올레길 5개코스를 한번에 걷고,
목포의 바닷가를 종일 걷고 유달산을 오르고
나들길 완주를 위해 새로 생긴 코스들을 혼자 걸었다.

내 이 길을 혼자 걸어보리라....하는 지조

 

젊은 시절 군대 전역 후 복학하기 전에
교회 청년들과 남이섬에서 엠티를 가지기로 되어 있어
시간이 많은 내가 선발대가 되어 남이섬에 텐트칠 자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혼자 떠났던 여행.


강변에 일인용 텐트에서 자고 일어나
버너 코펠로 아침을 해 먹으며 밥이 끓는 동안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데 아침 강가를 산책하던 남녀 젊은이들이
내게 다가와 같이 노래하자고 하며 악보를 뒤적이며
기타치고 노래하는데 이 젊은이들의 노래 솜씨가 대단했다.

 

그 사람들 노래 참 잘한다 하고 보냈는데
그날 남이섬에서는 라디오 강변축제가 있어
가수들이 와서 노래하고 남이섬에 모인 대학생들 대상으로
노래경연대회가 있다 해서 신청하고 저녁에 강변무대를 찾아 갔는데
나와 아침에 노래하던 젊은이들이 가수 이용의 백코러스들이었다.

 

그 날 노래 경연을 신청한 사람들속에 묻혀 나도 노래를 했는데
사회를 보던 이가 내가 제일 잘했지만 학생신분이 아니라
1등은 못주고 대신 상금만 제일 많이 주었다.

그 상금은 부족한 엠티 자금으로 보태고...

 

마지막 무대를 가수 이태원이 모인 대학생들과 같이
자기 노래 솔개를 부르는데 내게는 화음을 넣어 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있다.

 

어지러운 세상이 싫어 날아간 솔개처럼
길을 걸으면 그런 솔개의 입장이 되어 버린다.

 

길을 걸을 때 나는 신선이 된다.

길을 걸을 때 나는 솔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