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25) 강건너 봄이 오듯

carmina 2014. 3. 7. 09:17

 

강건너 봄이 오듯 (임긍수 작곡, 송길자 작사)

 

 

 

앞 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꺼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안개 헤쳐왔네

연분홍 꽃다발 한아름 안고서
물 건너 우련한 빛을 우련한 빛을
강마을에 내리누나

 

앞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꺼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안개 헤쳐왔네

오늘도 강물따라 뗏목처럼 흐를꺼나
새소리 바람 소리 물 흐르듯 나부끼네

 

내마음 어둔골에 나의 봄 풀어놓아
화사한 그리움 말 없이 그리움 말없이
말 없이 흐르는 구나

오늘도 강물따라 뗏목처럼 흐를꺼나
새소리 바람 소리 물 흐르듯 나부끼네


에프엠에서 들려오는 이 노래 두마디의 전주곡만 나오면
나는 볼륨을 높이고 내 가슴도 두근거린다.

그러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조수미가 아니면 실망을 한다.

 

어쩌면 이리도 서정적으로 작곡을 할 수 있는지
어쩌면 조수미는 이 노래를 이렇게 아름답게 부를 수 있는지..

 

작곡가 임긍수씨는 어느 공연장에서 직접 인사드리기도 했다.
아내의 은사이기도 해서 반가왔고..
좋은 노래 작곡해 줘서 너무 행복하다고..

 

해마다 이맘때 쯤에는 방송이나 모든 음악회에서 이 노래는
단골로 연주된다. 그만큼 봄이 오는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노래지만 한 번도 남들앞에서 불러보지는 못했다.
너무 키가 높아 내게는 조금 무리라
그냥 길을 걸으며 가성을 넣어 흥얼거릴 뿐이다.
특히 노래 맨 마지막 조수미가 디미니엔도로 마무리할 때는
고개가 절로 뒤로 젖혀진다.

 

겨우내 얼어 있던 강의 얼음이 풀린다.
나무에 작은 새싹들이 돋고
그늘진 언덕에 진달래의 연분홍빛이 어렴풋이 보인다.

 

언젠가 혼자 길을 걸었던 우포늪의 정경이 그려진다.
작은 조각배 하나 타고 천천히 긴 막대로 강바닥을 찔러가며
강으로 흘러가는 아련한 모습.

그 모습을 보고 그리움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긴 겨울동안 움추렸던 어깨를 피고 이제 다시 길을 떠나야겠다.

 

동강에서도 이런 아름다운 정경을 본 적이 있다.
작은 집 한 채만이 있는 강가에서 작은 배를 탄 사람이
한가롭게 작은 그물을 던지는 모습이 오래 전의 기억이지만
내겐 아직도 무척이나 생생하게 그려진다.

 

강이 풀린다.
물길이 열린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 봄, 내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길을 걸으면 노래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