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26) 선운사

carmina 2014. 5. 21. 22:18

 

 

선운사  (송창식)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날에 말이예요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예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거예요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예요

 

1991년 어느 날 새로 잡은 직장이 종각 근처에 있어 YMCA를 기웃거리던 중

인천에서는 없어진 Sing Along Y 행사가 계속되고 있어

퇴근 후 YMCA 빌딩 2층 강당을 찾아 갔다.

 

넓은 공간에 노래 배우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고

기타보다 피아노를 치며 가르치는데

그 중 유난히 노래를 잘하는 여자가 있어 누군가 보니

당시 유행하던 운동권 노래 그룹인 노찾사 멤버였다.

 

그 날 배운 노래가 송창식의 노래 중 내가 알지 못하던 선운사였다.

처음 보는 악보이지만 그래도 초견으로 불러 보니 너무 좋았고

가르치던 사람이 내가 열심히 부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지

내게 앞에 나와 불러 주기를 원해 부르기도 했다.

이 모습은 내가 중3때부터 Sing Along Y를 다닌지 늘 겪는 일이었다.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노래라면 내가 잘 못해도 나가서 부른다.

 

노래의 가사를 보고 문득 선운사의 동백꽃이 보고 싶어졌다.

근로자의 날이 마침 가까이 있어 내가 고창 선운사 간다 했더니

증권회사 다니는 친구가 따라 나선다.

 

선운사에 도착하여 근처 민박집에서 하룻밤 자고

아침 선운사 경내 마당에 도착하니 내가 보고 싶었던

동백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고

그 밑에 시들지 않은 빨간 꽃봉우리들이 나무의 가지 둘레만큼이나

넓게 그림자처럼 떨어져 있었다.

 

꽃 봉우리를 하나 들고 보니 정말 노래가사처럼

눈물처럼 뚝 뚝 떨어져 버렸네.

이런 꽃이 있을까?

다 피어 화려함을 나무에 매달려서 뽐내어야 하는데

동백꽃은 사람들이 더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땅에 떨어져

그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원래 선운사 뒷 언덕에 동백꽃 숲이 있다 하는데

철조망으로 모두 막아 놓아 멀리서 바라 볼 수 밖에 없음이

아쉬웠지만 단지 나무 한 그루만으로도 동백꽃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그 뒤로 여행다닐 때마다 동백꽃을 유심히 보고

동백꽃 숲이 좋은 서천을 찾아가 보기도 했다.

 

무언가 동백꽃에서는 다른 인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