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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

carmina 2014. 5. 11. 16:31

소쇄원

 

법정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이란 책의 글에 보면 홀로 사는 산중의 오두막 창문에 아침 햇빛이 찾아드니 어찌 일어나지 않을 있는가 라고..

 

마음속에 보헤미안의 끼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어디론가 떠나야지. 너무 오랜동안 움직이지 않았어. 이러다가 정말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될지도 몰라. 토요일 어차피 손님이 별로 없는 . 저지르지 않으면 나에게 추억은 없다.


 

남도 며행을 했지만 아쉬웠던 . 담양. 푸른 대나무들이 보고 싶다.  검색을 해보니 소쇄원이란 단어가 자주 눈에 보인다. 오랜 정원. 다음달부터 담양에 대나무 축제가 있다 하는데 축제라는 것은 사람들을 지저분하게 하고 피곤하게 한다. 전에 다녀와야지비가 온다는 뉴스는 있었지만 오후부터 갠다 했으니 또한 운치가 있을거야.

 

혼자 간다고 눈치를 주는 아내의 눈길. 그러나 진정 나만의 여행을 위해선 조금 미안하지만 혼자 가는게 좋을거야.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고  그렇듯이 20년동안이나 나의 여행에 동반자가 되어 주었던 낡은 가방에 같은 것을 챙겨 넣는다. 카메라, 택한권. 오징어 땅콩, 맥주 한캔, 맥가이버 , 수건 하나. 그리고 오늘은 우산도 하나 .

 

요즘은 고속버스도 거의 우등행이다. 일반버스는 배차 시간이 길고..  광주 행은 5분마다 있어 굳이 예약은 하지 않았다나중에 알고보니 부천에서 떠나도 되는거였는데, 안내서엔 강남터미날만 표시되어 당연히 서울로 가는 알았다.

 

아직은 행락철이 아니라 토요일 오전임에도 고속도로 소통도 원활하다. 차가 출발하자 마자 얼마 안되는 승객들 모두 의자에 깊숙히 들어가 버리고 오랜만에 시선을 즐겁게 하는 자연의 풍경에 빠져 버린다. 서울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고속도로변은 모두 같은 모양의 아파트 . 이리 모두 같은 삶을 즐길려고만 애를 쓸까? 같은 모양의 . 같은 라이프 스타일, 우린 모두 공상영화에서나 나옴직한 복제인간같은 모습을 지향하고 있다

 

아직은 중부지방은 겨울의 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득 도로변의 억새들이 모두 쓰러져 있는 것이 눈길을 끝다. 겨우내 모진 바람에도 끄덕 않던 마르고 억새가 이상하게 모두 땅바닥에 엎드려 버렸네. 아하...저렇게 자기 모습을 희생함으로서 순을 돋게 만드는구나. 모진 바람도 견디던 억센것들이 작은 봄비에 무너질 줄이야어찌 이런 것들을 사무실이나 아니면 오가는 전철 안에서 느낄 있을까.

 

고속도로 변에 안개가 자욱하다. 낮은 산도 안개에 덮혀 있어  한폭의 동양화를 보여준다. 오늘은 이리도 운치가 있는 날일까? 잠들어 있는 다른 승객이 문득 불쌍해진다. 그들은 늘상 보아오던 풍경이라 관심이 없는걸까? 이런 그림을 자주 보지 못하는 내가 불쌍한건가?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고속버스, 마치 날자변경선을  향해 달려가는 비행기와도 같이 계절을 쫓아 가고 있다. 충청도 쯤을 지날 때는 파릇한 잔디인지 보리밭인지 평원이 파랗고, 광주에 도착할 쯤에 이미 도심에 개나리도 움트고 있음을 본다.

 

중간에 휴게소에도 남도 매화 축제에 가는 단체버스에서 내린 나이든 분들이 모두 즐거운 얼굴로 간식과 커피를 즐기고 있다.  노후를 저렇게 여행을 하며 보내는 것도 좋지만 너무 천편 일률적인 모습에서 여행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자주 오지 못하는 곳이라 때마다 광주의 모습이 틀리다.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는 임시화장실도 있고, 무언가 어수선한 건물의 모습을 벗어나 길에 나와 우산을 안내서에 나온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 정류장의 일반차량과 트럭, 오토바이  부질서한 주차모습에서 2류도시의 모습을 같아 아쉽다. 아직도 이래야 하는지..

 

토요일이고 비가 부슬 부슬 와서 그런지 시내도 한산하니 드문 드문 다니는 225 버스도 속도를 내어 달린다. 어디가 어딘지 감을 못잡는 낯선 거리, 승객도 모두 무관심. 어느 고속도로를 지나 일본신사와 보성차밭 입구에 삼나무들이 길거리에 도열되어 있다. 흔한 포플러 나무보다 플라타너스보다 얼마나 좋은지..

 

소쇄원으로 가는 길에 덤으로 얻은 풍경이 하나 보인다. 안개낀 광주 . 어떻게 말로 표현을 있을까. 저수지에 낮게 깔린 안개, 곳이 무릉동원이면 안개가 걷힐 머리와 수염의 할아버지들이 정자에서  바둑을 두는 모습을 있을까?


 

소쇄원.

주차장은 그럴 듯하게 지어 놓았는데 입구에 매표소는 천막치고 입장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앞에 펼쳐지는 대나무숲. 그래. 이거야. 이걸 보고 싶어서 왔어. 생전 이렇게 크고 높은 대나무숲은 처음이네. 작년에 홍콩영화 연인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주윤발 주연의 와호장룡에서 멋진 대나무 숲의 장관이 지금 앞에 있으나 사이로 들어가지 못함이 심히 안타깝도다.


 

죽죽 뻗은 녹색의 대나무, 어찌 이런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았는지. 모두 너의 정조가 곧고, 기개가 높은 것을 아는데 이리 주위에 있는 너의 죽은 모습만 보여주는지..  아닌가? 너는 소금같이 모습을 죽여야 진정 모습을 찾을 있는것인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너의 모습을 담을 수가 없구나. 대나무밭을 죽은 대나무보호막으로 막아 놓았다. 비는 이미 그쳤고, 대나무밭은 옅은 안개가 남아 있지만 그로 인한 대나무밭의 모습은 탄성이 절로 나올 지경으로 환상적이다날씨가 이래서인지 소쇄원을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곧게 뻗은 대나무숲속에서 가끔 가운데가 부러진 대나무들이 다른 대나무사이로 길게 누워 있다다른 나무들 같으면 얼크러 설크러지면서 자랄텐데 대나무는 정확히 자기 영역을 지키고 하늘로 하늘로 높게 솟아 있음이 과거 선비들이 임금에 대한 충성을 얘기하고 자신의 인품을 이야기할 대나무를 비유하기를 즐겼나 보다.

 


 

대나무 앞을 지나니 이끼가 돌담이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분을 위해 종려나무를 흔드는 사람들처럼 열병하고 있다.

그래..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이런거야. 아주 오래된 길들, 돌들, 나무들, 내가 지금 걷는 이길은 오래전 선비들이 무한한 뜻을 품고 걷던 길이야. 오스트리아 여행할 베토벤이 걷던 산책길이 유명하듯이 우리도 이런 길을 알려줄 필요가 있어.

 

소쇄원은 1500년경 조선시대에 양산보라는 선비가 기묘사화로 자신의 은사인 조광조의 유배 세상을 떠나는 불행한 모습을 보고 출세의 뜻을 버리고 자연 속에 숨어살기 위해 이곳에  1500평의 정원을 꾸미고 살았다 한다. 뒤로 3대에 걸쳐서 정원을 가꾸었다.

 

몇개의 건축물이 아직 남아 있으나 대부분의 가옥들은 사라져 버렸고 지금 소쇄원 안에는 불과 몇개의 가옥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소쇄원 안의 제월당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 마루에 앉아 촉촉한 공기를  속으로 가득 들이 마신다 넓은 정원에 가옥들은 현재의 눈으로 아주 작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네 선조들은 집을 지을 때도 내가 있을 곳은 작아도 자연은 넓게 만들어 자연위주의 삶을 살았음을 있다. 지금 같으면 욕심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건평수를 넓혀서 닫힌 공간을 많이 만들려 노력하는 것을 보고 인간 욕심의 수치를 느낀다.

 


 

정원 가운데를 흐르는 냇가에 둔덕을 지켜주는 비스듬하게 누운 나무와 커다란  돌에 이끼가 가득하다. 얼마나 오랜세월 저렇게 서서 냇가를 지켜왔을까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세월을 지켜낼까? 욕심많은 사람들이 이런 곳을 얼마나 오래 그대로 지켜줄까.

 

 

 제월당이라고 써붙인 액자는 아무래도 최근 손을 댔는지 아주 깨끗한 액자로 표구되어 있고 천정 밑에 있는 한문으로 되어 있는 액자중 일부는 근간에 바꾸었는지 세월의 때가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다.  마루 밑에 서너 개의 다리 어느 짧은 다리는 겨우 겨우 작은 몇개를 지탱해 놓은 것이 졍겨워 보였고시원한 마루에 앉아 소곤 소곤 대화를 나누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어떤 사물보다 좋은 피사체로 보여 찰칵제월당에 뒤에 굴뚝하나. 얼핏 보기에도 시대의 굴뚝은 아닐 같다. 고친 흔적이 보이고 이미 없어져 버린 굴뚝을 형식적으로 세워 놓은 같이 보인다끊임없이 불을 때고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으면 아무리 허름한 집도 무너지지 않는 법인데, 오래된 집들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흙으로 것들이 하나씩 무너져 내린다. 아마 굴뚝도 그래서 사라졌기 때문에 보수해 놓았을거야.


 

제월당앞에 보이는 작은 계곡과 오른 쪽의 넓은 마당과 대밭과, 3대에 걸쳐 만들었다는 정원이라 그런지  비록 지금은 이끼가 껴서 초라해 보이지만 꽃들이 있고 앞에 보이는 연못도  그럴듯하게 놓았으면 당시에는 제법 아름다운 정원으로 소문났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본다.


 

 

오랜 세월 지나 끊어진 담들이 보인다. 그리고 담들을 덮은 기왓장과  짙은 회색의 기와를 덮어버린 푸른 이끼 틈에서 고사리가 자라고 있다. 살짝 만져 볼려다가 도심의 때가 묻은 손길을 대는 것이 두려워 눈으로만 이끼의 푸르름을 본다. 누군가 그랬지. 흐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여긴 시간이 멈추어 버린 곳이다. 500년이 넘는 세월이 지금 곳에서 잠자고 있다. 싹이 돋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내렸다가 녹는 세월의 반복속에서도 곳은 전혀 요통도 하지 않고 묵묵히 오는 세월을 만나고 보내고 있다.

 

청설모가 가로 질러가는 개천에 송사리가 작은 세상을 크게 헤엄치고 있고, 개천 작은 연못에는 마리의 비단 붕어가 사람들의 인기척에도 놀라지 않고 흐릿한 물에서 놀고 있기에 가방 안의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 주었더니 척도 하지 않는다. 도심의 연못 붕어는 건빵을 던져주면 통째로 집어 삼키는 놀라운 식욕을 보이는데, 곳의 붕어들은 그마저저도 초탈한 선비처럼 작은 놈이나 놈이나 수면위로 오르지 않는다. 신기해라.

 

시간이 멈추어 곳에 한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삼삼 오오 걸어 오고 있다. 대나무 숲길을 따라 주욱 올라갔던 아주머니들이 조금 다시 내려오면서 뒤이어 올라오는 일행들에게 하는 . ' 아무것도 없어 그냥 내려가.'  무엇을 보러 온건지...불상인가? 아니면 코끼리인지... 길게 자란 대나무들 중에 어떤 나무는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지만 동강이 나서 반은 땅으로 꺽여 있다. 대나무가 부러지는 소리는 어떻게 날까?


 

소쇄원에 대나무가 많지만 장쯔이가 열연한 영화 와호장룡이나 연인처럼 무성하지는 않은 같다. 그건 카메라 트릭인지 아니면 정말 중국에 그렇게 거대한 대나무 숲이 있는지..

 

곳에서 살고 있으면 몸에도 이끼가 피어 같은 느낌이 든다. 책자를 판매한다고 있는 기와가옥에도 인기척이 없다. 그래도 혹시 책을 사볼까 가옥안으로 들어가 기웃거렸는데 작은 클래식음악이 들린다. 누군가 있긴 있는데 굳이 장사할 생각은 없나 보다. 어쩌면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종친회에서 온듯한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이 저곳 가옥을 돌아보다가 책을 사고 싶은지 기와집앞에서  아무도 없느냐고 소리치니 그제서야 안에서 어떤 아저씨한 분이 나와 책을 판다. 그것도 귀찮은 ..

 

마당에 있는 공중화장실에 들어가  용변을 보고 내릴 줄을 찾으니 그마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커다란 통에 물이 가득 들어있고 사쿠시가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라고 소리치는 같다.


 

멈추어져 있는 세월아.. 다시 흘러가는 곳으로 떠나련다.

멈추어 있는 네가 없이 부럽지만 나도 500년이란 세월을 그렇게 너처럼 고색창연하게 버티고 싶지만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 너처럼 욕심없이 살기에 부적합한 사람이란다감히 곳에 더러운 도시 때름 묻힌 신발을 신고 들어와 발자욱을 남기고 가는 것조차 부끄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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