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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 모항, 변산반도

carmina 2014. 5. 11. 16:32

채석강

 

변산반도의 채석강과 모항

 

내 눈앞에 방금 획 지나쳐간 것이 무엇인가

분명 참새가 저리 빨리 날지는 않을것이고 바닷가라 갈매가 있을테지만 저리 작지 않을텐데..  분명 제비야..제비가 날랐다.

..몇 년만에 보는 제비인가.  몇 년 전 보성차밭 여행가서 본 이후로 보지 못하던 제비가

지금 내 눈앞에서 검은 자태를 뽐내며 비상하고 있다.

서울에 청계천 하류에 제비가 돌아왔다는 것이 뉴스감인데 그러하기에 우리 나라에 제비가 그간 사라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멋지게 살아 있을 줄이야.

 

꿈을 꾼 듯한 하루였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칠천만년 전으로 잠시 다녀온 것 같은 기분.

 

5 1일 근로자의 날. 예년처럼 또 여행을 계획했다. 월요일이라 일요일오후부터 여행을 계획했지만 아내의 반대에 부딪혀 당일 여행으로 변경. 어디로 갈까.. 지도를 펼쳐 본다. 경상도, 전라도. 아무래도 전라도가 나을 것 같다. 광주 밑으로 내려가면 하루가지고는 힘들 것 같고 그 정도가 적당할거야. 전라남도를 휘휘 손으로 젓다가 한 곳에 눈길이 머무른다. 변산반도. 그래 이곳이야. 채석강이 있어.  언젠가 선운사에 다녀왔을 때 차가 없어 가지 못한 곳. 채석강을 검색해 보니, 수 천만년의 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숨어 있는 곳이고 이름은 채석강이지만 바다이고 유래는 안내서에 잘 나와 있지만 중국의 시인 이태백이 배타고 술을 마시다가 물에 비친 달빛 모습이 아름다워 물에 뛰어 들었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비슷하다 하여 채석강이라 이름지었다.

 


 

 

미국의 그랜드캐년에 가서 그 천혜의 자연을 가진 미국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왜 우린 땅이 좁아 그런 대자연이 없을까 하고 늘 아쉬워했는데 이 곳은 비록 크진 않지만 태고적 자연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비록 멀지만 가보는거다.

 

채석강을 가기 위해선 부안까지 가서 버스를 또 한 번 갈아타야 한다. 부안가는 것은 강남고속터미날밖에 없고 자주 있지 않기에 부랴 사랴 서둘렀다. 늘 그렇듯이 가방에 들어가는 여행 동반자들, 책 한 권, 오징어 땅콩, 맥주 등 하나도 빼지 않고 더하지도 않았다.

 

터미날은 평소같이 한산하다. 아침을 위하여 덩킨도너츠 2개사서 넣고 커피도 하나 챙겨 가지고 버스에 오른다. 드문 드문 손님들이 있고, 여행객보다는 옷차림으로 보아 일이 있어서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마자 버스는 제 속도를 낸다. 막히는 길에서 시간 보내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에게 이런 날은 고마울 따름이다. 조용한 버스, 제일 시끄럽게 들리는 소리는 버스 바퀴 돌아가는 소리 뿐이다. 아직은 봄이기에 나뭇잎들의 색들이 적당히 파랗고, 황사가 있어서인지 멀리 보이는 산이 희뿌연 안개에 묻혀있다.  

 

그래도 고속도로 길가에 있는 논과 밭을 보는 것도 좋다. 지금이 보리가 한참 패일 때인지 잔디같이 파란 보리밭에 윗부분이 조금 두툼해 보인다. 어느 논에서는 모를 심어놓은 듯 비닐이 낮게 씌어 있고 농부는 경운기를 끌고 일터로 나간다. 차창으로 보이는 국도에 차는 한산하다. 이런 날은 드라이브도 괜찮을텐데 그 먼곳까지 갈려면 기름값이 장난이 아니다. 차라리 몇 군데 방문을 포기해도 대중교통이 낫지.

 

버스가 경기도를 벗어나자 길가에 보이는 하얀 배꽃이 피어있는 배나무들 그리고 자색빛의 복숭아 꽃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포도밭에 포도대신 민들레가 가득 피어 있고, 가끔 보이는 연보라빛의 꽃잔디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몇 달동안 닫힌 공간에서 생활하느라 쌓여있던 눈의 피로가 한번에 풀어짐을 느낀다. 눈에 노화가 들어 가까이 있는 글씨를 읽기가 어려워 늘 불편했는데 오늘 보이는 시야는 아무리 멀리봐도 아무리 가까워도 모두 선명하게 보는 것 같으니, 자연과 더불어 살면 굳이 안경 같은 것은 필요없겠지?

 

전철 안에서 읽던 낡은 여행가방안의 책은 이미 덮어버렸다.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을 보는것이 어느 책보다 가치있으리라. 이전에는 이동중에 음악을 듣기 위해 녹음기를 가지고 다녔는데 그런 인공의 음악보다 자연의 소리가 더 좋을 것같아 여행 동반자 리스트에 빠진지 오래다. 아이들에게 이런 여행을 자주 권하지만 쉽게 따라 나서지 않음이 참으로 아쉽다.

 

고속도로만 거의 3시간 걸린 끝에 도착한 부안. 부안에 거의 다가서야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바다다. 바다다. 눈에 익은 전주와 김제를 거쳐서 왔다. 부안 다음에 동백꽃의 사연이 있는 선운사가 있는 고창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부안에서 다시 즉시 격포가는 버스가 이어진다. 조그만 시골 정류장. 60년대식의 다방이 있고, 대합실엔 낡고 삐걱거리는 의자가 위태롭게 몇 사람을 지탱하고 있다. 거리엔 이달 말에 있는 지방선거에 입후보한 후보들의 대형 걸개 사진이 빌딩을 뒤덮고 있다.

 

사업하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한없이 비판할 때마다 나또한 같이 비판해야 죽이 맞을텐데 그러지 못함이 미안할 때가 있다. 정치는 늘 양면성이 있기에, 잘못하면 싸움나기 십상이니, 가능한 그런 주제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요즘 전철 탈 때 나누어주는 후보들의 명함도 일부러 받지 않는다. 어쩌면 자기 좋은 것만 써놓은 명함. 받아서 무엇하리.  차라리 그 사람이 소속한 당을 찍는 것이 낫지. 일부러 후보들의 사진을 눈에 담지 않고 또 다시 떠나는 차창밖에 펼쳐지는 나무들의 행진을 본다. 삼나무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고 아직도 이곳에는 철쭉이 한창이다. 낮은 집들. 그러나 가끔 삐죽 솟아나온 아파트가 산을 보는 내 시선을 가로막는다. 어쩌란 말이냐. 지방사람이나 시골 사람들도 편안한 아파트에서 살고픈 것을..  나라에서 굳이 규제하지 않는데 아무 곳이나 아파트 지으면 어때..

 

도심을 벗어나자 바로 이번에 일차 물막이를 끝낸 새만금 제방이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다. 얼마나 많은 환경오염과 시행착오가 생길까. 더 많은 땅을 가지려는 인간의 노력이 자연에게 어느 정도 혼이 나야 정신 차릴 수 있는걸까?  멀리 파도가 몰려오다가 말아버리는 포말이 보인다. 

 

 굽이 굽이 이어지는 바닷가 언덕처럼 그렇게 그대로 둘수는 없는 것일까? 차라리 제방을 만들더라도 저렇게 일직선으로 하지 말고 굽이 굽이 해 놓은 조금 낫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도 해 본다.  버스 길 옆에 보이는 새만금 기념관을 아쉽지만 지나쳐 버렸다.

 

버스는 어느 큰 슈퍼마켓 앞에 세운다. 더 갈 줄 알았는데 다 왔다고 내리라 하네. 가게 안에 들어가 채석강 가는 길을 물으니 귀찮은 듯이 오른편으로 가라 한다. 나와서 오른편으로 가는데 버스 기사가 친절하게 왼편으로 가라 한다. 이럴 땐 무조건 친절한 사람 말 듣는 것이 좋다. 어느 골목을 지나니 눈 앞에 터지는 바다. . 갈매기 그리고 글 맨 앞에 써놓은 제비. ..나는 이런 것을 위해 이렇게 먼 곳을 다닌다.

 

부두앞에 난립한 횟집들. 어찌 그리 멋없이 지어놓았을까. 한국인의 근성이 이런 곳에서 보인다. 질보다는 양으로..  바닷가에 정박한 배들의 소박한 풍경 앞에 놓인 대형 횟집 건물들의 간판은 도저히 보기가 싫을 정도이다.

 

왼편에 몇 년만에 인간이 만든 거대한 인공제방, 오른편에 자연이 몇 천만년동안 스스로 만든 거대한 자연 제당. 인간이 만든 제방이야 늘 보던 것이니 그냥 지나치는데 자연이 용암으로 혹은 지각변동으로 만든 제방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닷가에 표시된 설명에 의하면 이 곳은 중생대 백악기 ( 7천만년전)지층으로 화강암, 편마암이 지층을 이루고 오랜 세월동안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층이라 한다.

 

 


 

칠천만년이란 얼마 동안의 세월일까? 노아와 아브라함의 시대가 대략 5천년전이라고 가상할 때 칠천만년 전은 그 시대의 만 배도 넘네. 불교에서 말하는 억겁의 시대에 해당되는것인가?  

 

어찌 되었건, 이 곳에서 땅이 수 없이 뒤엎어지는 변동이 있었고, 용암이 흘러내렸다가 식혀지는 사건이 수 없이 있었고, 이름도 모르는 동물과 공룡들이 저 지층 안에 화석으로 갇혀 있고, 바닷물이 오랜 세월동안 땅을 갉아 먹고는 바다로 쓸어가 버렸다. 부딪히고 부딪히고,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세멘트 바닥에 구멍을 만드는 세월이 억만번 지나갔다.

 

 


 

고동은 아주 천천히 그 언덕을 기어 올라가 높은 곳에 진을 치고 있고, 소나무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지만 가파른 절벽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까만 색의 새 한 마리는 언제 지층에 덮혀 죽을 줄 모르며 바위 위에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다.

 

 

 


 

절벽에 동굴들이 보인다. 설명에 의하면 이런 동굴을 해식동(Sea Cave)이라 한다. 오랜 세월동안 타도가 절벽을 깍아먹어 동굴을 만든다. 그 동굴이 얼마나 깊이 뚫려 있을까? 맨들 맨들한 바위에 얼마나 많은 파도가 밀려와 부딪혔을까? 

 

 


 

어릴 때 나무를 때던 아궁이 연료로 톱밥 뭉친 나무를 사용하곤 했다. 그 나무가 들어오는 날은 트럭이나 혹은 마차에 가득 싣고와 앞 마당에 부리면 널판지처럼 생긴 그 나무를 집안으로 옮기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아직도 그 나무만 보면 겁이 난다. 손에 찔리고 옷속에 들어가 따갑기도 하고..  그 나무를 일정하게 쌓아 놓아야 보기 좋은데 어느 정도 사용하다 보면 중간 중간에서 나무를 빼서 쓰기에 나무쌓아 놓은 것이 얼기설기 되어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채석강의 지층이 그 나무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바위에는 오랜 세월동안 해초가 들러 붙었다가 화석이 되어 버린 듯 울긋 불긋하게 얼룩이 지어 있고,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평평한 바위가 해변에 가득 있어 사람들이

돌아다니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 분명 사람들이 일부러 그렇게 만들지는 않았을텐데 자연은 인간에게 그런 배려까지 해 준다.

 

채석강을 한 바퀴 돌아가니 갑자기 저편에서 한 무리의 교복입은 학생들이 가득 몰려온다. 여행 온 중학생들이다. 저편 백사장의 물가에서 놀고 있는데 어찌 그리 모습이 북극이나 남극의 펭귄같은지 한참을 쳐다 보았다.

 

 

 


 

채석강 앞의 넓은 바위 위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파도를 보며, 쓸려오는 흰 물결을 보며, 진한 갈색으로 눌러 붙어 버린 바위위 해초를 보며, 셀수도 없이 가득 붙어있는 작은 고동들, 녹색의 해초이파리가 물결지어 채색되어 있는 바위를 바라보며, 저 멀리 보이는 섬을 바라보며, 높은 산 꼭대기의 아슬 아슬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그 나무들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아무런 표시도 안되어 있음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또 몇 만년이 지나가면 지금 내가 앉아 있는 바위도 저 절벽같이 포개어 지겠지?  내가 아무리 이 자리에 내 이름을 새긴다 하더라도 자연이 그리고 세월에 모두 묻혀 버리면 그 뿐..

 

어느 덧 교복을 입고 재잘거리던 아이들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주위엔 다시 고요가 찾아 들었다. 몇몇 커플들만이 한적하게 바위 위를 거닐고..

 

채석강을 휘 돌아 다시 버스 내렸던 곳으로 와서 모항을 가고 싶어 슈퍼마켓에 들어가 버스를 물어보니 옷차림도 단정치 못한 주인 아줌마가 술에 취한 듯 벌건 얼굴로 귀찮은 듯이 대답을 한다. 버스가 있다고..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기가 난감해 택시를 탔다. 요금계에 찍히는 요금만 달라는 마음 착해 보이는 기사의 안내로 산허리를 구비 구비 돌아 불과 15분정도에 모항에 도착했다. 이곳에 작은 해수욕장이 몇 개 있다. 고사포, 상록해수욕장 모항 등등.

 

어느 검색사이트에서 인상깊게 본 모항을 찾아가니 아..이렇게 앙증맞은 해수욕장이 있다니. 마치 미국의 어느 갑부가 개인 소유한 해수욕장 같은 느낌이다. 바닷가에 고운 모래가 덮여있고 천천히 산책하거나 바닷가 소나무밑에 자리 잡고 점심을 즐기는 사람들만이 몇 명 보인다. 멀리 해수욕장을 둘러 싼 언덕에는 펜션으로 보이는 주택이 나란히 세채가 서있고 그 옆에 이 곳과 어울리지 않는 흰 사우나 건물이 있다.

 

 

 


 

지금 눈에 보이는 모항에는 한국사람들보다 외국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 몇 명이 단체로 왔는지 아직 수영하기에 철 이른 시기인데도 수영복 차림으로 물속에 들어가 있다. 말을 걸어 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모항해수욕장에서 나와 마을을 지나 포구로 천천히 돌아가니 인적이 별로없고 제비만 활개치는 동네에 할머니가 천천히 어느 집을 나선다. 포구가는 길을 물으니 대충 고개짓으로 길을 가르쳐 주고 다른 할머니들 마실 나와 있는 어느 집으로 들어가신다.

 

사람이 살지 않는 듯한 집들. 모두 떠나고 할머니들만 마을을 지킨다. 어느 집위에 있던 넓은 가설천정은 바람에 무너졌는지 고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포구에 사람이 없다. 파란 바다를 하얀 콘크리트 방파제가 가로막고 있다. 바닷가에 가득한 그물들에 소라껍데기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아마 쭈꾸미 잡을 때 사용하는 것이리라. 바닷가 앞 언덕에 보이는 느티나무 하나. 그곳으로 올라가니 바다를 바라보는 망부석같이 느티나무가 바다를 향해 있고 마을에서 제사를 지냈는지 나무 허리에 알록 달록한 굵은 천이 둘러져 있다. 전망이 너무 좋다. 하얀 등대가 보이고이 곳에서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 촬영을 했는지 큰 사진 하나가 나무 앞에 놓여 있다.

 

 

 


 

마치 무릉도원에 온 것 같아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고 누워 버렸다. 그래도 눈에 보이는 바다. 느티나무, 등대. 작은 배들. 낚시를 즐길려는 사람 몇 명.. ..잠들고 싶다. 이곳에서..

 

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는데 나무 아래 흰색 철계단으로 인기척이 있다. 이제 생각하니 그 흰 계단은 드라마 촬영 때문에 칠해 좋은 것 같다. 이런 시골에 누가 그렇게 희게 칠해 놓겠는가. 낚싯꾼 아저씨가 바람쐬러 오셨다가 둘러 보고 내려가시기에 사진을 부탁드렸다. 잘 못찍는다며 사양했지만 내가 구도를 잡아 주고 버튼만 누르라 했다. 그 곳에서 긴  신선의 세월 같은 시간을 즐기다가 천천히 내려와 한 군데 보이는 식당에 들어갈려 하니 장사안한다고 한다. 배가 출출한데 먹을 곳이 없다. 다시 모항해수욕장쪽으로 나오는데 강아지 한마디가 마을에서부터 따라 온다. 내 가방에서 먹을 것 냄새를 맡았나? 

 

버스가 하나 온다. 저게 돌아 나오겠지? 하고 기다리다가 보니 아차..저게 그대로 통과해서 다른 길로 가는 거구나. 그래도 혹시나 해서 백사장 앞 가게에 가서 물어보니 뱃사람같이 생긴 아저씨가 곧 버스 올거라면서 기다리란다.  길가에 앉아서 눈 병이 걸린 강아지와 가방 안의 고소미를 나누어 먹으며 버스를 기다리는데 도무지 올 것 같지 않다. 과자를 다 먹은 걸 눈치챈 강아지는 내 뒤에 앉아 졸고 있다. 이래서는 아무래도 너무 늦을 것 같아 지나가는 승용차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Thumb Picking.  몇 대 그냥 대꾸없이 지나치다가 차량 하나가 선다. 격포까지 태워 달라하니 망설이다가 태워준다. 고마워라. 이곳에서 커피한잔 마실려 했다하기에 그냥 내려 줘도 된다 했더니 그냥 나가잔다. 나가다가 언덕 높은 곳에 커피샵에서 자기들 커피한잔 할려 하는데 같이 가자고 하기에, 난 서울가는 차시간 때문에 힘들 것 같다고 그냥 길에서 내려 줘도 된다하니 자기들도 그냥 간다면서 격포방향으로 가기에 미안한 마음 가득했다. 멀지 않는 격포에서 내려 차비를 줄까 했더니 벌떡 뛰면서 절대 받을 수 없다 한다. 자기들 이곳 사람인데 잠시 드라이브 나온 것 뿐이라고.. 고마워라..시골 인심.

 

배가 출출하고 시간도 조금 있어, 횟집에 들어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회로 점심을 때운다. 쭈꾸미 회, 멍게, 조개, 백합탕 (조개탕), 굴 껍데기 째 익힌 것과 생굴, 횟집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것이 상에 가득 채워진다. 특히 조개회는 좀처럼 먹기 힘든 것인데 이제까지 살면서 처음 식당에서 조개회랑 쭈꾸미 회를 먹어 본다.

 

명퇴 후 바닷가 낚시로 소일하시던 아버님 덕에 조개 회를 참 많이 먹었었는데, 백합조개를 이곳에서 먹다니..

 

인터넷에서 출력한 버스시간표가 정확하게 맞는다. 정확한 시간에 버스가 떠나고 예상 소요시간도 거의 정확하게 맞는다.  부안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뒷길의 장터로 들어가 시골의 물건들을 천천히 구경하다가 먼 길을 달려 집으로 향한다.

 

나 오늘

칠천만년의 세월을 보았다. 그리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칠천만년의 세월을 담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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