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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멸치털이

carmina 2014. 5. 11. 16:27

 

멸치털이

 

머리카락이 늦사월 아카시아나무의 하얀 꽃같이 하얗게 되어 버리는 나이에 떠날 꿈을 꾼다남들은 뭐라해도 나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나이에 모여서 골프얘기 안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같은 느낌을 받아도 나에겐 골프보다 중요한 것이 나만의 여행이다.

방송국의 소개프로그램에서 좋은 책으로 선정되기 이전에곽재구의 포구기행 보면서 멸치털이에 대한 글에 빠져 버렸다. 부산 기장의 대변항에서 벌어질 멸치털이, 이렇게 삶이 충만한 곳이 있을까? 읽고 읽었다.

해마다 5 1 근로자의 날이면 노래하는 친구들과 여행떠나기를 거의 10년째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여행이 무산되었다. 혼자만의 길을 떠나리라. 때가 멸치털이에 가장 알맞은 4 이미 신문지상에선 4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 기장의 대변항에서 멸치털이 축제가 있음을 여행코너에서 보도했다인터넷으로 기사들을 프린트하고 여행계획을 세웠다.

끝나고 기차를 타면 밤에는 부산에 도착할 있으리라. 그러나 너무 늦은 밤이기에 부산역 근처에서 하룻밤자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밤열차 타고 내려가면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여관방에서 혼자 자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에 무궁화호 밤열차를 인터넷으로 예약했다

여행에 동반하는 친구 맥주 2 오징어 땅콩 하나를 챙기고 늦은 열차에 오르니 초라하리라고 생각했던 무궁화호의 내부가 마치 새마을호같이 바뀌어버렸다. 이렇게 세상이 변했나책을 볼려고 들었으나 이미 눈도 어둡고 열차의 조명도 어두워 읽는 것을 포기하고 옆에 어떤 여자가 부지런히 핸폰메세지를 혼자 낄낄거리며 즐기고 있을 차창으로 풍경을 보고 싶었으나 자칫 창가에 앉은 옆의 여자를 쳐다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까 나마 포기하고 내일의 여정을 생각해서 일찍 잠에 들었다. 아무리 편해도 앉아서 자는 잠은 불편하다. 새마을호보다 많은 정거장 도착을 알릴 때마다 눈이 졌으나 대전 이후는 무슨 역에 도착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깊게 빠져버렸다.

새벽 4 20분경 부산 도착뒤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훑어보았더니 열차에서 기대고 자느라 새집을 지어 버렸다기장으로 가는 통일호가 앞으로 1시간 뒤에 있다 한다. 통일호의 기차표는 어릴 수인선 열차의 향수를 느끼도록 하는 조그마하고 두터운 기차표다.

머리도 감고 발도 닦아야 같아 부산역앞의 목욕탕을 찾았으나 밤거리 사우나라고 불밝히고 이름 붙여진 곳은 모두 이상한 곳이었기에 헤매다가 그냥 부산역사로 돌아왔다.

깨끗한 화장실에서 머리 대충 손질하고 양말 갈아신고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아침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랑 없는 사람들이 의자를 채우고 있다.

비둘기 한마리도 어디론가 가고 싶었는지 대합실안에까지 날아 들어와 낮고 길게 날아다닌다따끈한 커피 뽑아서 나도 다른 이들처럼 의자 하나 차지하고 앉아 어제 읽지 못했던 책을 꺼내 읽다가 내가 떠날 열차의 안내 표시판 밑에 불이 반짝거리기에 개찰구로 향하니 나이든 승무원이 웃는 얼굴로 반긴다.

아직 해도 뜨지 않았지만 아침 여명에 새벽임에도 날이 밝은 시간에 월내행 통일호에 올랐다. 이게 동해남부선인가? 이제는 통일호도 무척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어 싸구려 열차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기장까지 40 아무도 없는 열차에 올랐다

민족의 간절한 염원을 이루고 싶어 이름붙힌 통일호가 어찌 열차 종류 중에서 가장 낮은 급이 되었을까무궁화랑 새마을에 밀리고 말았으니

아침이라 히터에서 따뜻한 기운이 나오고 졸음이 밀려 온다다른 이가 없으니 의자를 발로 밀어 신발 벗고 다리를 길게 뻗었다통일호는 전철처럼 모든 역마다 선다부산의 아침은 커다란 부두 하역 크레인이랑 콘테이너들 옆에서 시작했다.   수많은 항구들을 돌아 다니다가 곳에 잠시 쉬고 떠나는 콘테이너들이 부럽기만 하다나도 저렇게 전세계를 떠돌아 다닐 때가 있었는데

콘테이너들 뒤로 맑은 아침 하늘에 붉은 기운이 솟는다. 이제 아침 해가 떠오르리라정확한 시간에 열차가 덜컹거리며 떠나고 우리 칸에는 겨우 사람이 타고 있다 창으로 보이는 부산의 거리도 근로자의 휴일이라 그런지 아직 차량이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어디가나 같은 모습의 아파트들, 백화점이름…  동래쯤에 오니 해가 산에서 삐쭉 얼굴을 내밀었다가 사라진다

해운대역을 지나니 앞에 펼쳐지는 바다파란 바다아침 바다.. 군데 군데 경비초소와 함께 있는 철조망 밑의 검은 바위 아래서 물결이 찰랑댄다나에게 바다는 엄마의 자궁 같은 것인가? 이리 바다만 보면 마음이 편하지수영도 못하는 내가 바다만 보면 좋고 짠물 냄새만 맡아도 좋다어릴 바다를 보면서 자라서일까끝없이 떠나고 들어오는 고깃배들을 보면서 여행을 꿈꿨나?

기장역에 도착할 때까지도 사람들은 거의 없다. 할머니 그리고 여학생 명외엔… 

동네 어느 마을에 들어선것처럼 우리 집같이 편한 역을 나와 매표원에게 대변항으로 가는 길을 물었더니 조금 가면 버스타는 곳이 있다 하고 구내에 곱게 늙으신 할머니 분이 웃으며 같은 대답을 주신다

6시가 넘었는데도 문하나 열지 않은 가게들을 지나 버스 정류장으로 가니 등교를 기다리는 여학생들, 장삿군으로 보이는 아낙네들이 버스를 기다린다지나는 여학생 교복 중에 까만 롱치마를 입은 모습이 눈에 거슬린다. 보편적인 것에 너무 깊숙이 습관되어 있는 생각이 스스로 아쉽게 만든다. 아무 것도 아닌데..

181 버스버스는 기장읍을 뱅뱅 돌아 대변이라는 곳에 나를 떨어트려 놓는다..바닷가다시간이 7시가 조금 넘어서 이렇게 어깨에 배낭 매고 혼자 다니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던지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 아낙들이 나를 보는 눈초리가 예사스럽지 않다.

우선 언덕으로 올라가 대변항을 눈에 보았다. 멀리 빨간 등대가 보이고 대변항은 방파제를 옆으로 해서 오목하게 들어가 있다. 작은 배와 배도 같이 정박되어 있어 배마다 용도가 틀림을 금방 있다.

아직은 문을 닫은 노점들이 많지만 부지런한 아낙들은 벌써 멸치와 오징어를 다듬고 있다. 할머니 두분이 바다의 물을 끓어 올린 파이프로 끓일 사용하는 크기 정도의 멸치를 손질하고 계시기에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멸치 횟거리란다멸치의 내장을 모두 꺼내서 버리고 몸통만 있는 부분을 다시 바닷물로 씻어서 소쿠리에 담아 놓는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소쿠리에 5000원이란다소쿠리 위에 멸치가 수북하게 쌓여있지만 실은 소쿠리의 가운데 부분이 잔뜩 배가 불러 있어 양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얼굴을 찍지 않는 다는 조건으로 허락받고 멸치다듬는 모습을 찍었다.


 
 

소쿠리위에 담겨진 멸치를 하나 손으로 집어먹어 보았더니 멸치가 입에서 녹는다. 하긴 살도 별로 없어 입으로 삼킬 것도 없다이게 언제 잡은 거냐고 물었더니 오늘 새벽에 들어온것이란다. 새벽이면 물이 12시간마다 들어오니까 혹시 멸치털이를 못보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레 물었더니 원래 이따 저녁 6시경에 다시 들어와서 멸치를 풀어 놓지만 오전에도 배가 들어 꺼라 하기에 안심한다.

다른 곳에서는 오징어손질이 한참이다 커다란 접시같이 생긴 고무 다라이에 오징어의 내장을 빼는 작업을 하고 있기에 잡은 것이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오징어 철이 아니라 냉동오징이라 한다. 오징어를 그렇게 다듬어서 말리기도 하고 혹은 철판위에 구워서 팔기도 한다.

바닷가에는 누구나 오징어와 생선을 말리고 있다. 할머니 분이 생선을 바닥에 놓고 쇠수세미를 가지고 박박 밀기에 호기심으로 물었더니 가자미의 비늘을 떼는 것이라 한다. 옆에는 비늘을 떼고 지느러미를 가자미들이 창백한 모습으로 햇빛에 널려있다.

군데 돌아다니다가 어느 아줌마들 모여 있는 곳에 가서 멸치 회를 보고 있으니 아줌마 분이 멸치회는 곳에서 사고 먹는 곳은 자기가 아는 곳을 소개해 준다기에 그러자고 하고 5000원을 내고 멸치회를 따라 갔더니 인근의 조그만 식당으로 찾아간다.

멸치회는 대개 멸치 회무침으로 먹는다 한다멸치회가 너무 부드러워 젓가락으로 잡으면 마치 묵같이 부서질 정도이다상에 이것 저것 그득 차려 놓고 아줌마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에 앉아 소주 병을 시켜서 멸치 얘기를 하며 혼자 홀짝거리며 따라마신다. 아침 해장술이 맛있다고 잔을 드는 손을 보니 물을 묻히며 사는 사람이고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언니 언니하고 들어 오고 나가는 사람들을 모두 아는 것을 보니 아줌마도 역시 곳에서 장사하는 사람임을 알았다.

멸치는 다듬지 않은 것을 먹거나 조금 지난 것을 먹으면 배탈이 난다고 한다. 가끔 할머니들이 제대로 다듬지 않아 손님에게 항의가 들어오기도 하고 가갈치 시장에 보낸 물건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한단다금방 상해버리기에 다른 곳으로 보내기도 쉽지 않으니 곳에서 멸치회를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라고 고장자랑을 실컷 늘어 놓는다.

멸치는 각종 야채와 버무려서 내어 놓았다. 푸짐히 차려진 멸치 무침을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앞에 앉은 사람은 먹지 않으니 혼자 멸치만 골라 먹고 간다고 일어섰다.

아침인데도 젓갈용 멸치를 사는 사람이 자주 눈에 보인다멸치 젓갈은 대충 10키로도 넘을 같은 박스에 멸치가 가득 담겨있고 손님이 사간다 하면 멸치를 넓은 통에 붓고 1리터정도의 주걱으로 왕소금 개를 퍼서 버무린 , 통의 밑바닥을 열면 멸치가 밑에 준비된 비닐 봉투에 쏟아지게 되어 있다그렇게 100 두면 멸치 액젓이 되고 김치 먹을 멸치를 즐기기 위해선 50 후에 멸치만 꺼내서 김치 담글 쓰면 된다 하는 것을 귀동냥으로 듣는다

사람이 대개 개씩 사가는 것으로 보아 모두 식당을 하는 사람임을 있다. 이렇게 일찍 나와서 가능한 싱싱한 것으로 구입하는 상인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방파제 쪽으로 걸어 올라가니 부부처럼 보이는 사람이 멸치를 반으로 펼쳐서 위에 말리는 작업을 하고 있기에 물었더니 이건 구이용 멸치라 한다. 자세히 쳐다보는데 조금 싫은 표정을 짓기에 얼른 지나쳐 버렸다방파제 위엔 낚싯꾼이 길게 늘어진 낚시줄을 하염없이 보고 있고 쪽에선 할머니가 위에 다시마를 길게 묶음으로 펼쳐서 너는 작업을 하고 있기에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할머니 미역이 맛있죠?’
그럼 기장 미역이 최고여

우리 애들 곳에 오면 가지고 가지

지난 번에도 가지고 갔는데 맛있다고 가지고 갔어

미역을 너는 할머니의 손이 장갑을 끼었는데도 조그마하다조물 조물 미역을  꺼내 크기를 적당히 재서 이빨로 잘라낸다

할머니 그렇게 이빨로 자르면 입이 짜겠어요

별로 안짜

미역 하나 먹어봐도 되요?’하면서

미역 이파리를 만지작거리니 것은 맛없는 부분이라면서 미역의 두터운 줄기를 잘라서 준다 짜지도 않은 것이 맛있다. 내가 맛있게 먹는 것을 할머니가 자꾸 미역을 두터운 줄기를 잘라서 나에게 준다. 매번 싫다 하지 먹었더니 할머니가 나를 보는 눈이 푸근해 보인다.

할머니와 얘기 배가 하나 들어오기에할머니 저거 멸치배예요?’ 하고 물었더니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는 오징어배란다오징어배가 정박하는 것을 보고 방파제를 내려와 다른 배있는 곳으로 갔더니 이제 멸치털이를 시작하는 배를 발견했다.

멸치털이를 하기 위해선 우선 배를 부두에 나란히 놓고 부두와 배사이에 그물을 물에 잠기도록 놓는다그리고 배에 있는 멸치가 가득 담긴 그물을 사람이 위에서 길게 펼쳐주면 부두에 있는 건장한 남자들이 우비 같은 입고 멸치그물을 양손으로 구령에 맞추어 그물 속에 갇혀 있는 멸치를 바닷속에 잠긴 그물 위에 털어 버린다.

멸치는 터는 과정 중에 그물 속에 박혀있던 멸치가 하늘로 솟고 멸치대가리 몸통이 분리 여기 저기 흩날린다. 물론 많은 멸치들에 상하지 않고 바다로 떨어지기도 한다.

이미 사전 준비를 마친 작업은 터는 어부들 뒤의 그물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아 이제 시작했음을 있었다멸치가 뱃전의 그물 속에 끼어 밖으로 나온다. 어부들은 무언가 구령을 외치면서 동시에 양팔을 번갈아 쳐댄다


 
 
 

앞에도 멸치가 떨어지고 머리위로도 멸치가 날라간다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가까이 있었기에 멸치 비늘이 얼굴에 떨어지는 같았다. 그래도 가까이 있고 싶었다멸치가 사람들의 발에 밟히기도 한다처음에는 멸치가 살아 있는 알았는데 하늘로 날아 올라 앞에 떨어진 멸치를 손으로 집어 보니 이미 죽어 있다아마 바다에서 배로 끌어 올려지면 이미 그물에 깔려 죽는 같았다멸치가 하늘로 튀어 올라 때마다 무언가 반짝 반짝 빛난다. 아마 햇빛에 비친 비늘이리라

끊임없이 어부 6명이 멸치를 턴다. 그물에 멸치가 잠시 뜸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오랫동안 서서 양팔로 그물을 터는 것도 대단히 힘든 일일텐데 밑에 있는 멸치를 밟을세라 다리조차 움직이지 않고 구호만 외쳐대며 멸치를 턴다. 거의 30분이 넘게 지켜 보았는데도 멸치 그물은 끝없이 뱃전에서 기어 나오고 있다

바닷물에 어른 거리는 물결에 뱃머리가 밝은 무늬가 어른거린다어느 정도나 털었는지 바다 속에 잠긴 그물을 보고 싶었지만 물이 흐려서 보이지도 않는다. 자꾸 멸치량이 많아 질수록 그물은 깊게 가라앉겠지

사람들은 몰려 들고 신기한 쳐다 보다가 돌아가 버린다조그만 디지털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데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인지 어떤 이가 대형 사진기를 개나 들고 멸치털이하는 것을 사진찍고 있다.

그렇게 털어도 털어도 먼지 하나 안나오는 멸치털이를 보다가 바로 옆에 있는 멸치파는 상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말을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들어온 배에서는 멸치가 25박스밖에 나온단다금방 잡은 멸치는 박스에 28000원정도 하고 오늘 새벽에 잡은 멸치는 지금 20000원까지 떨어졌다 한다저렇게 25박스를 잡으면 15박스정도는 선주가 갖고 나머지는 배에 10명정도 되는 어부들이 나누어 갖는다 하니 얼마나 노동이 힘든지 대충 가늠케한다.

그렇게 멸치털이하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 보다가 멸치가 걷어 올려지는 것을 보고 싶었으나 끝없이 이어지는 작업에 자신의 기다림에 지쳐 발길을 돌렸다

바닷가에는 멸치를 원료로 하는 각종 상품이 가득 가득했다. 멸치 액젓, 마른멸치, 멸치젓, 멸치도 크기에 따라서 용도에 따라서 가득 전시되어 있었고, 특히 멸치젓을 진열해 파는 것도 규모를 자랑하려는지 거의 가게의 전면을 완전히 멸치젓으로 가게전면을 완전히 막아버릴 정도로 탑을 쌓아놓은 곳도 있었다.

멸치의 고장, 멸치 하나 만으로도 이렇게 상권이 형성된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멸치구이를 먹고 싶었으나 도무지 뱃속에 구이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없어보여 포기한다.

멸치털이 부근에 조그만 척이 정박하는데 위에 대단히 다시마가 가득하다. 인근 다시마 양식장에서 걷어 것으로 보이는 다시마를 손수레에 옮겨 담는 과정을 보았다 손으로 들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다시마 묶음을 손수레에 억지로 꾸겨 넣는다. 농심 너구리라면 속에 들어있는 조그만 다시마 하나의 원천이 여기인가 안은 얼마나 크기에 저렇게 많은 다시마가 꾸역 꾸역 쏟아져 나오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바닷가에 고래고기를 파는 곳이 있어 다른 사람들이 고래고기를 소금찍어 먹는 것을 보다가 그것도 배가 고프지 않아 포기했다누구라도 같이 있으면 나누어 먹을텐데 하는 아쉬움 가득.

이제 도로는 승용차들 짐차들로 가득하다. 승용차들이 진행을 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 들고 멸치를 파는 상인들은 분주하다가만히 따져 보니까 간밤에 얼마나 많은 배들이 도착해서 멸치를 풀었는지 짐작이 정도로 멸치가 많다.

대개 배에 25박스 혹은 많으면 40박스정도의 멸치를 수확한다고 쳐도 지금 나와 있는 것이 모두 새벽에 도착된 배에서 풀어 것이라면 오늘 새벽에는 얼마나 많은 배들이 들어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멸치를 털었을까 생각하니 가히 상상이 안된다.

수많은 배들이 한꺼번에 정박해서 수많은 어부들이 한꺼번에 멸치털이를 하는 것이라면 이건 대단한 구경거리가 아닐 없다. 정말 그런가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멸치를 다른 곳에서 차로 가지고 오는 같지는 않다멸치를 파는 뒤에는 여지없이 배가 닿을만한 공간과 멸치털이를 위한 공간이 있으니 틀림없이 곳에서 잡은 멸치를 파는 것이리라.

그리고 멸치를 하루 이상 넘기면 벌써 신선도가 떨어지니까 지금 진열되어 있는 많은 멸치는 분명히 오늘 팔아야 하겠지. 지금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이 부지런히 트렁크 안으로 멸치를 담는다. 트럭들도 프라스틱 통에 멸치를 가득 가득 올리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걸어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몰릴 편의점에 들어가 병커피를 하나 사며 해운대 가는 버스를 물으니 바로 앞에서 타란다. 커피를 마시다가 차가 오기에 얼른 타고 대변항을 빠져 나가며 주변의 풍광을 즐기다가 그만 대단한 것을 잊었음에 혼자 머리를 치고 말았다.

대변항에서 5 거리에 있는 토우전시장에 가야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만 버스를 타고 말았다. 잠시 어떡하나 하고 망설이다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해운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아파트 촌을 빙빙 돌다가 해운대 앞에 나를 내려준다.

자주 왔던 해운대는 때마다 빌딩들이 많아져 화려해 진다햇살은 따가와 지고 멀리서 보니 벌써 수영하는 사람이 있다주말이 아니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소풍이나 수학여행온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이런 곳에 오면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서 좋다. 모두 웃고 모두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고, 모두 천사의 표정을 가진 얼굴들이다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 입은채로 바닷속에 뛰어 들어 좋다고 웃는 여학생들, 노란 병아리색 유니폼에 하나같이 가방을 유치원아이들. 뒤뚱거리며 걷는 시골 아주머니들, 하나같이 잠바를 입고 있는 시골 아저씨들, 끌어안고 걷는 연인들,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외국인들.. 휠체어를 타고 오는 정신장애아의 표정이 어찌 그리 밝은지 사진에 담고 싶었다.

모래 사장에서 빨간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외국인 커플이 선탠을 즐기다 말고 일어나서 주위에 몰린 여학생들에게 뭐라고 한다. 외국인을 배경으로 사진 찍다 들킨 여학생들은 짐짓 모르는체 하고..

모래조각을 하는 사람을 보았다석탄일이 가까워 오니 모래로 커다란 부처의 얼굴을 조각하고 있다. 도구는 물뿌리개 하나, 그리고 꼬치용 나무 젓가락 하나가 전부다연신 바다에서 물을 길어다 부분 부분 완성할 때마다 물을 뿌려 놓는다물을 뿌리면 형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곁들이며..  얼굴의 전면이 완성되고 귀와 머리가 남았다귀를 이렇게도 만들어 보고 저렇게도 보다가는 이발사처럼 이쪽 저쪽을 보면서 양쪽 귀의 밸런스를 맞춘다


 
 

눈동자의 처리가 인상적이다. 그냥 모래만 자연스럽게 뿌려 놓았을 뿐인데 눈동자를 억지로 만든 것보다 인자하게 보이는 것은 자연미인가아니면 미완성인가?

사람은 천사, 마귀 자신의 모래조각품을 엽서로 만들어 4장에 천원씩 팔고 있다. 밥벌이라기보다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데 목적이 있는 같다

모래 위에 때로는 의자에 오래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를 안에 담을 수만 있다면

아냐.. 담을 수는 있는데 담지 않는 것일거야.

아냐.. 이미 마음에 바다가 담겨 있는데 내가 그걸 모르는 걸거야.

아냐.. 바다는 내가 담기엔 너무 힘든 걸거야.

아냐.. 바다는 너그러우니까 이제라도 내가 담는다 하면 담으라고 허락할거야.

아냐.. 바다는 내가 오는 것을 거부할거야. 내가 환경오염물질일 수도 있으니까..

이번 여행도 바다로 인해 즐거웠다.

마음의 고향 같은 바다는 나를 언제나 반겨 주기에 오늘도 서울로 돌아 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다른 바다를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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