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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향기 수목원

carmina 2014. 5. 11. 16:35

 

물향기 수목원

 

여행을 좋아하면서, 어디로 떠나느냐 하는 것을 미리 승락받아야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그래도 곱게 늙으려니 어쩔 없겠지.

 

당초 대관령양떼목장을 다녀오고 싶었지만 전철타는 것으로 계획변경. 어디를 갈까 하다가 얼마전 친구부부가 다녀온 곳을 선택했다.

전철오산대역앞 경기도립 물향기 수목원.

 

말의 뉘앙스가 얼마나 좋은지..물향기.

물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하긴 물도 냄새가 있다

시궁창물에선 썩은 냄새가 나고, 배가 정박한 바닷가에선 생선 비린내와 기름냄새가 가득하고...그치만 그건 향기로 말할 없는 .

 

물향기..

가끔 여행하다..산을 오르다 시원한 냄새를 맡을 경우가 있다. 이런 물향기라고 하는가..

 

검색해보니 수목원안에 식당이 없다고 컵라면 하나 챙겼다.

신도림에서 천안행 급행을 타니 무궁화열차처럼 빨리 달려 좋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한가한 전철. 책을 읽다가 깜빡 졸았더니 그새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다.

 

병점에서 완행열차로 갈아타고 사람들의 때가 별로 묻지 않은 오산대전철역을 나오니 일군의 여학생들이 재잘거리며 나를 에워싸고 지나가는 앞에 수목원 가는 길이 보인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곳인지 수목원앞에 장삿군도 한두군데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이스박스에 차가운 잔뜩 넣고 파는 노점상에서 물하나, 김밥한 , 맥주하나 챙겨넣고 천천히 수목원으로 풍덩  빠져든다.

 

입장료 어른 1000 학생 700. 규모가 어떤지는 몰라도 비싸지도 않네. 카메라를 꺼내 목에 걸치고 본격적으로 셔터를 누를 채비를 갖춘다.

 

주관람로라는 팻말을 따라 담쟁이터널을 지난다. 곳에 오이랑 수세미 그리고 호박들이 주렁주렁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터널을 빠져 나오자 마자 눈이 떠진다. 마치 영화 가위손처럼 나무 가지들을 손질해서 새도 만들고 공룡도 만들고 각종 모양새를 가진 작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토피어리라는 이름의 정원에선 나무에 자연 친화성이 있는 흙을 잘붙여놓아 커다란 거북이도 만들고, 공작새 그리고 아주 커다란 딱따구리도 만들어 놓았다. 신기해라. 이런 모습이 도심속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면 금방 훼손될까?

 

영화배경같은 옆에는 영화배경같은 곳이 있다. 이름하여 미로 . 나무를 사람키보다 높게 심고 미로를 만들어 놓아 중앙으로 무사히 들어가면 작은 누각에 있는 종을 치게끔 만들어놓았다. 어디선가 뎅뎅 울리는 소리가 나기에 여기 저기 버터를 찾는 새앙쥐처럼 찾아가니 맑은 소리가 들릴 같은 종이 걸려 나도 울리고 나왔다

 

길을 천천히 돌아 향토예술의 나무원. 눈에 익은 동요노랫말들이 나무앞에 써있다. 원래 동요를 좋아하는 나인지라 노랫말들앞에서 흥얼거려 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

그곳에 살구나무가 자라고 있다. 복숭아 나무가 있고..

어릴 때는 나무가 정말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복숭아가 시의 상징인 부천시에도 복숭아 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부천 역앞에 인공으로 복숭아나무를 가져다 놓았는데...그게 전통 복숭아가 아니었나 보다. 어느 택시기사가 얼마나 시의 그런 무지에 화가 나있는지...묵묵히 듣고 있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호수에 갖은 풀들이 자라고 있다. 수생식물원. 곳에 외국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별로 없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흔히 보던 풀들..그냥 지나치던 나무들과 꽃에 모두 이름을 붙여 놓았더니...하나의 중요하고 따뜻한 의미가 되었다.

 

수생식물원을 지나 단풍나무길로 들어서니 낯이 뜨거울정도로 연인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나무들도 부끄러운지 모든 이파리들이 발갛게 물들어 있다. 단풍이 이다지 종류가 많은 것을 우린 그저 모두 단풍나무로만 알고 있으니.. 얼굴이 부끄러워 발갛게 물든건지 아니면 단풍과 같은 색을 가진 마음이 되고픈지..

 

수없는 나무 이름들.. 도무지 기억도 못할 정도로 가득하다. 도심에서 옆을 스쳐가는 사람들도 모두 이름이 있겠지. 그들에게 명찰을 붙이고 다니라 하면 다시 쳐다보게 될까?

 

타조가 있고..오골계가 있다. 마리의 닭과 오리가 우리에 갇혀 있다. 아마 이런 곳에서 나온 배설물들이 나무를 튼튼하게 키우는데 도움을 것이다.

 

기능성식물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에는 경고판이 붙어 있다. 곳에서 자라는 식물은 혹시 독이 있을지 모르니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많은 팻말이 바닥에 즐비하지만 꽃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봄과 여름에 역할을 다하고 이제 새로운 번식을 위해 어디론가 숨어 있으리라. 한적한 길이라 사람의 때가 별로 없는 벤치에 누워 배낭을 베고 하늘을 보니 구름한 없는 가을 날씨이다.

모자로 얼굴을 덮었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와서인지 추운줄은 모르겠다. 그대로 잠이 들고 싶었다...그리고 한참을 누워 있었다. 숲속의 풀들이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이곳이 얼마나 좋은지를..

 

많은 이름들을 어찌 다쓸까? 노루오줌을 비롯해서 도무지 연상이 안되는 풀들.. 언젠가 딸과 함께 오대산의 자생초전시관을 다녀와서는 여행기를 쓰는 포기했었다. 너무 많은 풀이름들을 없어서..이번에도 포기할까 하다가...그냥 적는다..

 

장사를 때도 사무실에 야생초도감을 비치해 두었다. 언제든 모습을 보면 사진이라도 보며 이름을 알고파서..

 

얼마나 쉬었나..배가 출출하다. 넓은 잔디마당에 들어가 마당끝에 있는 나무식탁에서 점심을 즐긴다. 컵라면 하나, 김밥 맥주한 캔과 더불어 맛있게 뚝딱 해치우고... 이제...쉬자..

이런 곳이 아니면 언제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랴..

 

앞에 보이는 푸르름이 좋다. 자연은 이런 색깔이 좋은데 내가 즐겨입는 녹색옷들은 다들 천하다고 생각할까젊은시절에도 녹색바지를 좋아했고, 사회나와서 입었던 녹색 골덴 콤비는 얼마나 좋던지..닳아 없어질 때까지 입었었지. 지금도 녹색콤비만 보이면 무척 사고 싶다. 녹색 자켓도 있고..

 

풀숲에 세워놓은 수많은 식물명찰들. 그것들이 모두 것을 보고 싶지만...지금은 모든 휴식중. 다른 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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