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여행 중 만난 음악 - 들장미 (발리)

carmina 2014. 5. 14. 12:47

 

 

1989년도이던가

업무 때문에 환상의 섬 발리를 갈 일이 생겼습니다.

큰 프로젝트를 계약하는 세르모니를

계약 당사자인 Owner 인도네시아 회사, 기술회사 2군데 미국과 일본

그리고 수주국가인 한국 등 4개국의 사장들이 모여 골프 티오프 하면서

하기로 했지요.

 

프로젝트 담당자인 내가 따라가야 했기에 그 행사를 위해

밤을 꼬박 새우며 일을 하고 자카르타를 거쳐 발리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후진국의 항공회사가 늘 그렇듯이

예고없이 항공편이 취소되어 자카르타에서 몇 시간 기다린 후에야

다른 비행기를 타고 가게 되었지요

항공사측에서 미안한지 내 좌석이 이코노미인데

비지니스석을 주더군요. 고마와라.

 

넓고 편한 자리에 다리꼬고 앉아 영자 신문을 펴 들었습니다.

마침 기사중에 성악가 휘셔 디스카우의 생일에 대한 글이 실려

유심히 보고 있으니 옆자리에 있던 나이든 외국 할머니가

아는체를 하네요.

신문에 나온 사람을 아느냐고..

그래서 노래를 좋아하기에 이 사람 노래 많이 듣는다고 했더니

그럼 독일노래 아는게 있느냐고 묻네요.

마침 그 해 공연 레퍼터리 중에 베르너의 'heidel roslein'를 원어로

불렀기에 그 노래 안다고 했더니

나보고 불러 볼 수 있느냐고 하기에 조그마하게 불렀습니다.

앞에 몇 소절 불렀는데 갑자기 내 노래를 중지시키더니

주위의 같은 또래의 할머니들을 모두 불러 모으네요.

자기들은 모두 독일 의사들인데  발리에서 세미나가 있어 가는 중이라면서

여기 한국 사람이 우리 노래를 알고 있으니 같이 부르자고 이야기하니

모두들 박수치며 좋다고 하네요.

독일사람들이 합창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시죠?

 

졸지에 비행기내에서 독일합창을 했습니다.

모두 일어서서 합창하니 기내 승무원들이 와서 노래 들어주고

이코노미석에 있던 사람들도 커튼을 걷어 올리고 듣고 있더군요.

 

그 노래가 끝나니 여기저기서 앵콜이 튀져나왔습니다.

 

한곡 더 했으면 좋겠다 하기에

마침 아는 노래가 'O Tannenbaum'(전나무여)이 있기에 같이 한 곡 더했네요.

 

 

노래 한 두개로 국제적인 의사소통과 대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비록 발리로 가는 짧은 비행이지만  승무원들의 서비스가 특별히 좋아졌고요.

나중에 헤어질 때 독일 의사가 주소를 연필로 적어주었는데

우리 합창단에서 독일 연주갈 때 부르려 했는데 어디갔는지 안 보이더군요. 

 

들장미는 슈베르트의 들장미와 베르너의 들장미가 있는데

보통 일반적으로 베르너의 들장미를 많이 부르지요.

모두 같이 부르기엔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