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여행 중 만난 음악 - 까르미나 부라나

carmina 2014. 5. 14. 12:49

까르미나 부라나

 

90년대 중반,

그 해도 예외없이 몇 십억불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멕시코를 내 집 드나들듯이 뻔질나게 드나들어야만 했다.

한번 가면 일주일은 보통이고 때론 보름이나 3주정도
체류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고..

 

매번 출장가면 일만 죽어라 하고 오는게 보통이지만
아주 가끔 주말에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날은
나름대로 가까운 곳으로 시티 투어계획을 짜기 바빴다.

 

여차하면 휴양지 아카폴코로 예닐곱 시간을 운전하고 갔다가
다음날 밤에 오는 여정을 짜기도 했지만
그래도 근무지 이탈이라는 중죄를 생각하여
그런 결행도 쉽지 않은 불쌍한 샐러리맨신세.

 

어느 지역을 출장가도 늘 지역 신문을 뒤적거려
혹시 주말의 문화활동을 찾아보는게 습관이다.

 

다행히 금요일 일을 끝내고 직원들이 독한 데낄라에 취해

호텔에 아침식사도 나오지 못하고 쉬겠다며

각자 시간을 보내기로 해서

마침 주 중에 신문에서 스크랩 해 둔 기사 중에

멕시코 국립대학내에서 까르미나 부라나 공연이 예정되어 있기에

안내 데스크에서 가는 길을 묻고 전철노선도를 구해

지사장 친구에게 전화해 미리 코스를 알아두었다.
멕시코는 전철역에 역마다 상징그림이 있어 문맹인들도 그림만
보고 역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멕시코국립대학은 영화로도 제작된 유명한 여류화가 프리다의 남편
화가 디에고가 건물벽에 그린 벽화가 유명하다.

 

대학에는 공연장이 몇 개가 있어 우선 재즈 공연이 열리고 있는 곳에

가서 연주를 듣고 그 대학의 대형 연주홀에서 열린 콘서트 "까르미나 부라나"

를 보기 위해 갔더니 표가 없다며 입장이 힘들다기에 3층에서 서서라도 보겠다며

겨우 들어갔다.


대학연합합창단이라 단원들의 아주 젊었다. 그래서 그렇게 힘찬
소리가 가능했는지도..

 

이 곡은 1980년 중반에 처음 클래식 음악에 입문했을 때

외국에서 산 씨디를 듣고 강한 인상을 받아 좋아하게 되었고

그 뒤로 다음카페에 내 아이디로 사용하고 내 메일로도 사용할 정도로

이 곡의 매니아가 되어 버렸다.

 

거의 80명의 단원들 중 유난히 시선을 끈 대머리 여학생.

일부러 그렇게 삭발하고 다니는지는 몰라도

지휘자를 바라보는 그 시선이 아주 야무졌다.


합창을 들으면 늘 단원들의 표정을 보는 편인데, 아직도 그
대머리여학생의 모습과 진지함이 또렷이 기억될 정도로 인상적이어서

오케스트라 연주 중에 들리는 강한 팀파니 리듬만큼이나 강렬했다.

 

이 곡을 많이 들어서인지 다른 이에게는 자칫 지루해 보이는 멜로디도

내게는 긴장을 가지고 듣고 특히 남성합창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에서는

주먹에 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되기도 했다.

그렇게 약 한시간 정도의 긴 연주가 끝나고

대개 한국에서는 어떤 연주나 마지막 곡이 강렬하게 끝나는 경우
예외없이 지휘자가 손을 내리기도 전에 관중석에서 '안다'박수가
터져나오는데, 그날 모인 청중은 지휘자가 곡을 마친 후
한참동안 손을 가슴에 모은 채로 연주의 흥분을 즐기고 난 후에
손을 내릴 때에야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지는 것을 보고
문화수준이 상당히 높은 민족인 것을 새삼 깨달았다.  

 

까르미나 부라나의 대표적인 첫곡과 마지막곡인 "오, 운명의 여신이여"은

CF음악이나 반지의 제왕같은 영화의 삽입곡으로 많이 사용될 정도로 유명하다.

 

곡에 대한 해설은 다른 곳에서 퍼왔다.

 

<까르미나 부라나>는 193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연된 이후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독일의 현대 음악 작곡가인 칼 오르프를 세계적인 작곡자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까르미나 부라나>는 종교적이며 도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동시에 당시 중세사회의 도덕률에서 벗어나는 육체적 사랑과 세속적 쾌락에 대한 내용도 함께 담고 있다. 칼 오르프가 입힌 곡의 웅장함과는 대조적으로 가사는 익살스럽고, 풍자적이며, 세속적이다.

<까르미나 부라나>는 ‘보이렌 수도원의 노래’라는 뜻의 라틴어로 중세시대 유랑승이나 음유시인들이 부른 노래를 담은 시가집이다. 11~13세기경에 라틴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로 기록된 이 시가집이 1803년 독일 바이에른에서 발견되었는데 칼 오르프가 이 중 25곡을 골라 곡을 붙였다. 수백 년 동안 역사 속에 가려져있던 <까르미나 부라나>가 칼 오르프에 의해 현대에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서곡 ‘세상을 지배하는 운명의 여신(Fortuna, Empress of the World)', 제1부 ‘새봄(Springtime)’, 제2부 '술집에서(In the Tavern)', 제3부 ‘사랑의 정원(The Court of Love)' 등 총 25곡으로 <까르미나 부라나>는 구성되어 있다.

서곡에서는 세상을 지배하는 운명의 여신을 주제로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앞에 몰락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인생의 무상함을 한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1부에서는 다시 돌아온 봄을 만끽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마음껏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 안에서 이에 순응하며 인생을 즐기자는 내용으로 전개되는 1부는 카르페 디엠 (Carpe diem)의 정신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타락한 수도원장 등 지도층에 대한 조롱이 담겨있는 제2부는 당시 사회의 모습에 대한 풍자로 채워진다. 그에 더하여 육체적 욕망과 쾌락을 옹호하며 중세시대의 도덕률에 의해 표출되지 못하고 억압되었던 당시 기층민의 세속적 욕망을 그대로 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