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가나출장중...
음악의 근원은 아프리카에서 나왔다 한다. 태초의 북소리와 정글에서 울려나오는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리듬이 되고 모든 자연신에게 바치는 제사에서 음악을 사용하여 제사를 더 신성시하고 흥을 돋구었다.
전세계의 인종 중에서 몸으로 노래를 부르는 인종은 아마 아프리카의 흑인들 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의 천부적인 리듬과 몸의 골격상 노래를 부르면 몸이 저절로 움직여지는 흑인들은 어느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다고 어느 음대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듯하다.
흑인들은 엉덩이뼈가 조금 특이하다고 한다. 아무리 김 건모가 랩을 잘 한다 해도 흑인들의 랩을 따라 할 수 없는 것처럼 모방은 할 수 있어도 원조는 안된다는 것은 몸의 구조상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유명 합창단이 흑인 영가를 아무리 잘 불러도 한국에 자주 오는 할렘성가단같이 부를 수는 없는 것처럼…
시내를 잠깐 나가보았다. 길을 걷는데 어느 곳에선가 음악이 흘러 나오는 순간 인근에 있던 흑인들이 몸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음이 눈에 보인다. 억지로 갑자기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움직임이 거리를 흐르고 있다.
애기를 등에 업고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있는 아줌마마저 몸을 흔드는 것을 보고 그만 기가 죽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어쩜 이렇게 음악이라는 것과 가까이 있을까? 하는 의아함에 음악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나도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 나라는 국민의 상당수가 기독교인이다. 길거리의 가정 집도 무척 초라하고 거의 다 쓰러져 가지만 교회만은 좋은 벽돌로 잘 지어져 있고 그것도 한 두개가 아니고 정말 서울의 야경에 십자가 수 만큼이나 교회가 많았다.
평소엔 거의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을 무척 자주 보는데 주일날은 모두 어디서 구했는지 모두 깨끗한 옷에 좋은 구두나 운동화를 신고 있다. 모두 주일을 위해서 특별히 예비해 놓고 이 날 만을 위해서 입는 예복으로 보인다.
교회는 벽돌로 지었지만 벽에 구멍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일부러 구멍을 많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아 에어컨 구입할 형편은 못되니 자연 통풍을 시키는 것으로 추측된다.
예배 끝날 시간에 주택가에 차를 타고 다녀 볼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기쁨에 찬 모습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는 풍경이 너무 보기 좋았다.
일요 예배를 TV로 중계해 주는데 마치 미국의 흑인 교회같이 예배의 전 흐름을 성가대가 주도하는데 모두 몸을 흔들며 찬송하고 목회자도 찬송을 부르며 몌배를 보는 사람도 가만히 있는 사람이 없고 모두 흔드는 기쁨에 찬 성가대의 찬양에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좋은 기회가 하나 생겼다.
우리가 방문한 가나의 국영석유공사의 직원 한 명이 자기 딸의 생일 축하에 우릴 초대했다.
갑자기 초대를 받아서 선물을 무엇을 준비할까 하다가 마침 아프리카 도착하는 길에 유럽에서 사 둔 메니큐어를 이쁘게 싸고 노트장 만한 카드를 현지에서 하나 구해서 방문했다.
우리를 초대한 시간은 오후 3시, 점심을 먹고 가야 하는지 아니면 점심초대인지 몰라 한참을 걱정하다가 조금 먹고 가기로 했다. 그래도 상류층에 있는 직원이라 집이 좋았고 정원이 넓었다. 마당에 큰 나무가 있고 나무 밑에 의자 몇 개와 양주가 놓여 있었다.
초대한 사람과 서로 끌어 안고 가슴으로 인사하고 부인하고도 역시 가슴으로 인사를 하는데 그만 그들이 전형적인 체격에 가슴이 뭉클함이 갑자기 나를 어색하게 한다.
주인은 생일 맞은 딸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마당의 잔디밭에는 몇 몇 젊은이들이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정원의 앞에는 음향기기와 큰 스피커가 있어 여기서 파티가 벌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파티가 시작하기 전에 집안을 구경시켜 주기에 들어가보니 몇 개의 응접실을 보여주는데 이 사람도 해외 여행을 많이 해서인지 외국으로 들여 온 물건이 많았고 가족사진을 걸어놓는 것는 여느 민족과 같았 보였다.
가나 토속 맥주와 양주가 몇 순배 돌아가고 있는 동안 젊은이들이 서서히 한 두 명씩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젊은이들 모두 술을 알만한 나이인데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다. 부모님이 베풀어 주는 파티라 자제를 하는 건지 원래 안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한 참을 지나도 먹을 것이 나올 낌새는 전혀 없어 점심을 먹고 오길 잘했다고 우리끼리 얘기하고 한 참을 그렇게 시원한 바람과 세상얘기로 웃음을 즐기다가 한 낮의 뜨거운 열기가 가실 때 쯤 일하는 사람인 것 같은 젊은이가 몇 개의 테이프를 오디오에 넣으니 신나는 아프리카 음악이 흘러 나왔다.
그러더니 모두 천천히 일어나서 정원 앞의 공터에서 서로 마주보고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전혀 격렬한 몸 놀림이 아니고 아주 흐느적 흐느적 거리며 소리하나 지르는 사람 없이 계속 몸만 흔들거리고 있다. 의자에 앉은 우리 일행도 조금씩 앉은 채로 몸을 흔들어가고 그 사이 옆 집에 사는 아저씨 부부도 와서 같이 합석하고는 같이 흔들면서 술을 나누기 시작했다.
음악은 잠시도 쉴 새없이 흘러나오는데 재즈나 락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음악으로 모두 쉴새없이 아주 천천히 음악에 맞추어 아주 똑 같은 모습으로 춤을 추었지만 전혀 싫증내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마치 우리가 김치를 매번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처럼 저런 춤이 저들의 생활인가?
젊은이들 사이에는 춤을 안 추는 사람도 없었고 술을 찾는 사람도 없었으며 무리 중의 어른들인 우리만 계속 술을 마셔대고 있다.
어둠이 완전히 무리를 덮을 때 쯤 식사가 부페로 준비되고 일행은 모두 보이지 않는 질서를 유지하면서 여러가지 메뉴의 식사를 즐긴다. 메뉴는 닭고기, 소고기, 야채 등 아주 평범한 것들이었지만 모두 먹을 만큼 넉넉하였다.
나의 통념은 또 한 번 깨져 버렸다. 식사 시간에는 모두들 앉아서 다 같이 식사를 하겠지 했는데, 부페를 즐기기 위해 모여드는 젊은이들이 모두 식탁주위를 오가며 춤을 추며 다니고 접시을 손에 .들고도 모두 춤에 열중이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먹으면서도 어깨를 움직이면서 음악에 빠져 있고 식사 중에도 얘기는 모두 조용조용히 나누고 있다.
마치 춤의 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한 참 분위기가 몽롱한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 주인이 우리를 여러 사람에게 소개하고 내가 일행을 대표하여 생일 축하 인사를 해 주었다.
그러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를 분위기는 도무지 아니었다. 우리를 초대한 주인과는 한국에서 같이 한 두 달 동안 근무할 때 노래방에 가서 이미 서로의 노래 실력을 잘 알고 있었지만 우리같이 억지로 노래를 강요하거나 당연히 돌아가면서 노래하는 풍습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생일 축하 인사 후 우리도 춤에 빠져 들어 갔다. 젊은이들 틈에 끼어 나란히 서서 그들과 같은 포즈로 추고 디스코 장에서 추는 그런 요란한 춤을 도저히 이 곳에서 추었다가는 그렇게 많은 음악이 흐르지만 부루스곡은 전혀 없었다.
밤이 이슥해서야 우린 아쉬운 자리를 떠나야 했다. 다른 젊은이들은 계속해서 춤에 젖어 있고 언제 그 파티가 끝나는지 모르지만 그 들은 크게 떠들지도 않고, 많이 마시지도 않고, 아주 껄걸 웃으며 지내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것들을 보며 한국인의 파티 풍조가 아프리카의 흑인들보다 못한 것이 부끄러웠고 우리 젊은이들도 이곳에 와서 한 수 배워야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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