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클래식음악 동호회 게시판에 올렸던 글 (1997)

carmina 2014. 6. 28. 10:15

정경석  (krasssic)

 눈물로 부르는 찬양                          1997-09-08 18:21   39 line

 

한달 전 쯤에 교회의 여전도회에서 9월 첫 주 헌신예배에

특별 찬양으로 준비하고 싶다고 하면서 저에게 지휘를 부탁하였습니다.

전 여전도회는 지도는 안하는데  내키지는 않지만 한 번 뿐이려니

하고 승낙하였죠.  여 전도회의 찬양은 너무 흔들거리는 아줌마 찬송이

대부분이라  합창으로는 늘 안 맞는다 생각했기에 꺼렸습니다.

 

매주 토요일과 주일에 시간내서 연습하고  매 시간마다 까다롭기로

이름난 나의 교습법에  잘 참아주며 따르더군요.

자꾸 노래하다 끊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소리가 너무 적다

크다,  마음으로 노래해라 틀려도 좋다.  유행가 같이 하지 마라, 음악의 기본

원칙을 지켜라하는 내 주문들은 오랫동안 일반 대중 찬송에만 익숙해 온

나이 든 여집사님들에게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열심히 따르고 하다보니 화음은 제법 이루어지고 9월 첫째 주 저녁

예배시간에 발표를 했습니다.  일부러 긴장을 풀게 하느라 반주자에게 농담도

하면서 첫 곡을 부르는데 한 절 반쯤 불렀나 했는데  대원 중 한 분이

눈시울이 빨개 지면서 눈물이 주루룩 .....  목이 막히는지 음도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울먹이다가 결국은 입을 다물더군요.

 

두번째 곡 시작하기 전에 눈물을 닦으라 하니 그냥 웃고만 있대요. 눈에는

아직 눈물이 고여 있으면서....  전주가 울리고 노래가 흐르는데 이젠

앞 줄 뒷줄 서로의 얼굴들을  볼 수 없는데도  여기 저기서

다른 단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더군요.  차마 나도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겠더군요.

눈감고 손을 흔들어 댔습니다.  두번째 곡을 마무리 하느라 눈을 뜨니 내 눈에도

물방울이 고여 있고  지휘자가 차마 주루룩 흘리지는 못하겠기에

얼른 딴 청을 부렸습니다.

다음곡의 시작은 아카펠라로 하니 음을 높게 잡으라고 손짓으로 얘기하고

일부러 웃음도 지어 주었습니다.

 

세번째 곡은 지난 번 다른 곳에서 공연시에도 절로 감동을 받아, 많은 이들이

흐느꼈던 곡인데  아니나 다를까  세번째 곡은 거의 울음으로 부르는

찬송이었습니다.

 

찬양을 끝내니 감동을 받으신 어느 집사님이 기립박수를 치고 얼마 안 되는

교인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는 어느 조그만 교회의 아름다운 저녁이었습니다.

 

kra in cla...

 

나를 국민학교 5학년 여름  처음으로 교회의 여름성경학교에

데려다 준 고등학생이 있었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분은 나중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목사님이 되었고 강화의 바닷가 시골교회에서 그리고 우리 부모님 고향인

경기도 반월에서 목회를 하셨습니다.

 

89년 제대후 다음학기 복학때까지 7 - 8 개월정도 여유가 있을때

그 분은 나를 찾으셨습니다.

매 주일 한번씩 와서 중등부를 가르치고 주일엔 성가대까지 맡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기꺼이 승락하고 그 후로 어김없이 매주 토요일오후면 하루 네번 다니는

수인선 협궤열차를 타고 논냄새 밭냄새 나는 시골로 출근했습니다.

어머님의 고향이 그쪽이기에 무척이나 정이 깊었던 곳이고

또한 친척들도 많아 교인중 어느 분은 나의 먼 친척되시는 분도 있었죠.

 

토요일 밤을 그곳에서 지내는 생활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밤이면 애들이 군고구마를 가져오고 커다란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서울에 계시는 장로님이 목사님 사택과 교회를 제공하고 그 곳에서

사람을 두어 농장일과 돼지와 닭을 키우고 있어 여러모로 시골 정취를

맘껏 누릴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요..

 

근처 개울로 가서 미꾸라지도 잡고 한창 돼지 고기 폭락하던 시절이라

팔자니 손해보는 돼지를 그대로 잡아 교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처음 맡아 본 성가대 지휘.

인근 부대에서 예배를 참석하는 몇 몇 군인아저씨들이 성가대를 돕고

중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된 성가대는 무척 열심이었죠.

 

 

추억어린 얘기들은 다음에 기회있으면 할께요.

 

kra in cla...

정경석  (krasssic)

 어느 시골교회에서 (2)                       1997-02-12 15:23   26 line

 

 

 

크리스마스에는 조그마나마 칸타타를 하기도 했습니다.

단발머리가 예쁜 애들과 함께,  그리고 박박머리의 군인들과 함께..

교회가 인금 마을과 멀리 떨어져서인지 애들은 남녀 불문하고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요즘은 듣기 힘든 교회 종소리가 주일 아침이면

마을 골골이 퍼지는 그런 동네였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애들과 함께 보내고 새벽송을 도는데

마을에 있는 모든 집을 빠짐없이 방문하지요.  그런데 어느 집에서인가

애들이 이 집은 안된다고 그냥 가자고 날 잡아끌어요.

왜그런가 했더니 유독 그 집만은 일본 종교를 믿는다고..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애들 손을 붙잡고 대문앞에서 힘차게 찬송을

불렀죠. 한참후에 대문이 삐꺽 열리더니 과자와 사탕을 한 바가지 들고

나왔어요.  그 순간  애 들이 얼마나 좋아했던지...

 

남자애들은 제가 자는 방 창문을 두들겨 참새 잡으러 가자고

머뭇거리며 문 밖에 서 있었습니다.   후레쉬를 하나씩 들고...

처마밑에 무등을 타고 올라가 후레쉬를 초가집 처마 밑을 비추니

조그만 참새들이 꼼짝도 못하고 바르르 떨고 있었고 애들은 의기양양하게

참새들 움켜 잡고 준비한 주머니에 집어 넣었죠.

 

그걸 교회 부엌에서 구워 먹은 맛이란....

지금 그 애들은 아마 32 - 34살 정도 되었겠네요.

 

kra in cla...

정경석  (krasssic)

 몬테베르디/가디너의 연주...                 1996-11-25 16:41   48 line

 

지난 금요일 세종 대강당의 4500석은 그야 말로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많은 공연을 가보았지만 이렇게 많은 관객이 모인 공연이

드물었어요.  그것도 다국적의 민족들이...

저는 40000원짜리 싸구려 표를 사서 3층에 자리 잡았는데

거기까지 공연 시작전에 이미 모두 각계 각층 그리고

다양한 년령층의 음악애호가들이 진지하게 연주자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같이 홀로 공연장을 찾은 사람이 유달리 많았고요.

내가 가디너를 좋아하는 것 만큼 그 사람들도 진지한

모습이었습니다.

무척이나 귀에 익숙한 몬테베르디콰이어의 음색은 이미

30명의 단원이 입을 열지 않아도 그 색갈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악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이 입을 열었들땐 내가 여태

씨디로 들었던 음색 만큼이나 청아하고 활기에 넘치는

합창이었습니다.  자칫 식상하기 쉬운 미사곡을 아주 편하게

부르고 있고 특히 원전악기라 하는 고악기들을 이용하여서인지

모든 악기의 소리가 사람의 목소리에 아주 가까운 소리였죠.

오보에가 그랬고 우리 나라의 퉁소같이 생긴 플륫이 모두

대나무 같은 목관악기로 만들어져 소리가 무척 부드러웠습니다.

 

금관악기인 트럼본이나 혼등도 마치 진화가 덜 된 원시인들처럼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한 모습이었지만 소리는 정말 좋았어요.

요즘은 듣기 어려운 하프시코드의 소리도 좋았고요.

 

몬테 베르디합창의 백미는 카운터 테너입니다.

여성의 앨토를 모두 남성 카운터 테너가 대신합니다.

12명의 소프라노, 6명의 카운터 테너,  각각 6명씩의 테너와

바리톤.

특히 카운터 테너의 독창자가 부르는 아리아는 영화

파리넬리를 연상케 했습니다.  조금은 징그럽다고도 하지요.

결코 큰 소리 지르지 않는 합창

불과 30명의 소수 인원이 부르는 소리는 5천명 대 합창보다

더욱 활기에 넘쳤고  한순간도 쉬지 않고 지휘하는 가디너의

모습에 진정한 지휘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박수 없이 끝까지 음악을 경청하는 청중들의 수준도

놀라왔고요.  청중들의 매너가 연주자의 수준에 따라 달려 있구나

하는 상관관계를 알았습니다.

 

오늘 집에가서 가디너가 연주하는 바하의 B단조 미사를 다시한번

들어 봐야 겠습니다.  그 때의 감동을 그대로 간직한 채...

너무 많은 느낌들이 있었는데 필이 안 따라 주네요.

 

죄송합니다.

 

 

kra in cla....

정경석  (krasssic)

 연주 보고(서울싱잉커플스)                   1996-11-11 10:27   108 line

 

 

연주 보고..

 

12시부터 시작한 연습에 우리부부는 주일 예배로 12시에야 교회를

나설수 있었다.  막히지 않는 길로 간다고 가는데 그곳에서 공사중일줄이야.

차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지만 다행히도 주일이라 막혀도 아주 콱막히는

상황이 아니라 쉽게 빠져 나왔다. 오늘따라 차에 기름이 다 떨어져

주유소까지 들러야 하니..

평소 20000원어치를 넣는데 오늘은 그 시간까지 절약하고자

10000원어치만 넣으라고 재촉하고 서둘러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여

조심스레 무대로 들어가니 이미 반정도 연습을 끝냈다.

가운데 휑하니 빈자리에 나와 아내가 들어가니 마치 그림 조각 붙이는 것처럼

잘 어울리는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평소 늘 내 옆에 앉아서 연습하던 나이든 대원이 나랑 떨어져 있다고

자꾸 내 옆으로 오길 원하나 내 옆이 단원이 그 자리는 다른 파트와

경계선이라 바꾸기를 거부한다. 에이 그럼 내가 옮기지.

리허설후 김밥으로 점심을 대충 때우고 단복으로 갈아입고 나니

드디어 줄정준비 완료.

예술의 전당에서 무대 정리가 조금 덜 되었다고 조금 늦게 시작한 음악회.

언제나 그렇듯이 돈을 받고 판매한 자리는 늘 비어 있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연주가 그렇듯이 꼭 와야 할 사람에게 준 표의 자리는

비어 있기 마련이다.  겉치레, 인사 치레가 많으니까.

 

입장 5분전

단원중 우리 합창단 창설자이고 장로님이신 단원의 짤막한 기도로

마음의 준비를 갖고,  잠시 아이우에오로 목소리를 트여 놓는다.

 

그리고 약간 어둠이 깃든 무대로 줄을 지어 입장

마치 아우슈비츠로 들어가는 유태인 처럼 길게 줄을 서서

심판과 공포의 마당으로 들어간다.

밝은 서치라이트가 앞을 가렸지만 벌써 3층까지 손님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 보인다.

 

첫스테이지는 모텟 등의 무반주 합창. 

지난 8월 세계합창제시 무척 잘하였던 곡이라 조금 안심하고

연습을 게을리 했는데 그만 그게 복병일 줄이야...

음이 조금씩 떨어지며 지휘자의 땀나는 시간이 잠시 계속되고

힘든 몇분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이어 신나는 연주로 바뀌고 부터는

우리만의 특이한 음악기질들이 나오고 극장내는 서서히 달아올랐다.

나이는 있지만 아주 맑은 여성합창곡들이 자장가로 시작하고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로 끝내는 곡

그리고 부부성악가인 바리톤 김관동씨과 석금옥씨의

오페라 마적의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노래 그리고 도밍고가

팝 가수와 불러 히트한 음악의 듀엣. 

우리 합창단 모두 저렇게 노래한다.

 

다음은 귀에익은 멜로디로 매기의 추억,  라이자여 돌아와요 등

우리 7살 박이 애도 흥얼거리는 노래들을 정감어린 합창으로

연주하고 바리톤 김관동씨와 함께하는 우리 민요로 전반을 끝마친다.

 

2부는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노래와  아주 유명한 팝송으로 서두를 장식했다.

White Christmas, Bridge over the trobled Water..

솔리스트가 무척 잘하는 단원이라 더욱 빛이 났고

관중석의 맨 앞에 앉는 두 외국인이 무척 즐거운 표정이다

자기들 잘 아는 노래라고...

우리의 장기인 끼를 살리고

다음은 남성합창.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남성의 편안한 목소리와 나이 지긋한

여성 솔리스트와 함께

우선 그윽한 분위를 만든후

무척이나 화음이 어려운 샹송으로 남성합창의 진수를 보여준다.

절제하는 믐과 기분이 돋보이고

그리고 60년대 70년대 학창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불러 봄직한 Cotton Field  무대를 마구

휘 저어 놓는다.

 

그리고 휘날레 무대.

찬송가를 편곡한 첫 곡은 누구나 알기 쉬운 곡이지만

연주하기는 더 어려운 법.

연주후 집에가는 차 안에서 아내가 이 노래는 눈물이 나와

제대로 못 불렀단다.  자기 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많은 단원들이 눈 시울이 뜨거워 것을 느꼈다고..

그리고 고요한 모텟으로 다시 주위를 갈아 앉혀 놓고

마지막곡은 포르테 성가로 공연장을 꽉 채워 놓았다.

 

공연은 끝났지만 청중은 일어설줄 모르고 앵콜을 웨친다.

이 맛에 연주하지..

이어지는 박수에 지휘자 두번째 나오더니 미리 준비되어 있는

앵콜 곡.

몇 번 울거 먹어 빛이 바래긴 했으나

마치 1년을 입어도 10년 된 것 같고

10년을 입어도 1년 된것 같은 곡으로

앵콜을 장식한다.

단원중 무척이나 노래에 끼가 있는 남성단원이

부분 솔로로 들어가는 팝송 합창은 노래 후 오빠 소리가

절로 나오는 기막힌 노래다.

그리고 마지막 곡 한국가곡을 편곡해 만든 사공의 그리움으로

마지막을 커다란 웨침과 함께 일년을 준비한 공연이 끝났다.

 

우리 부부가 이 합창단에서 노래한지 9

맞벌이하느라 무척 아내가 힘들어하지만

연습하는 시간들이 내내 웃음의 시간이고

화음을 만들어가는 재미와

가족같은 서로의 깊은 정때문에

평생 모임으로 생각하고 참여하니

이 합창단의 모임과 활동이

생을 즐겁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산소같은

존재로서

우리 부부의 삶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가 없다.

 

 

kra in cla...

 

P. S.  와 주셨던 분들 감사드립니다.

 

정경석  (krasssic)

 세계 합창제 공연                            1996-08-23 08:19   99 line

 

기획 단계때 부터 말들이 많았습니다.

세계 합창제에 참가하는 모든 한국단체가 모두

프로합창단인데 왜 유독 싱싱커플하는

아마츄어 합창단이 이 축제에 나와서 이미지를

버려 놓느냐고 기성 시립 합창단의 관계자들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성토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싱잉커플의 예술의 전당 정기공여ㅛㄴ을

관람한 예술의 전당측 관계자들이 적극 추천해

이루어진 것이므로 더 이상의 거론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들의 정기공연시는 관중들을 주로

저희를 아는 사람들로 채웠습니다.

물론 일반인도 많았고요.

그러나 이번 공연은 우리가 동원한 관객은 많지 않았는데도

예술의 전당이 가득 찼더군요.

 

우리는 일본의 레이디스 싱어스와 같은 날이었어요.

 

일본의 레이디스 싱어스는 모두 전문 성악전공자들로

채워진 일본이 자랑하는 프로 합창단입니다.

지휘자가 자기 사재를 털어 창단하고

대원들의 월급도 모두 지휘자가 준다 합니다.

그래서 종신 지위자라고 합니다.

 

너무 깨끗한 화음과 빈틈없는 매너

청중들은 모두 그런 기분이었을 겁니다.

정장을 하고 식탁에 둘러 앉아

조심스럽게 양식과 포도주를 마시는 기분...

 

화음은 최고였어요.

우리 나라의 윤학원씨가 지휘하는

레이디싱어스와 필적할 만 하니까요.

 

인터미션끝나고 관중들의 기분은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부부들이 손을 잡고 등장해서

처음 두 곡을 무반주 합창으로

들려준 화음은 레이디스 싱어스의 화음과

충분히  비교할 만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두곡을 편안한 기분으로 부르고는

그 다음 곡부터는 풀어 헤쳤습니다.

부부들 특유의 합창을 만들었어요.

음악을 즐기는 거죠.

팝송을 합창으로 편곡해 부른

The Great Pretender는 청중들이 모두

대단한 박수로 호응을 해 주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민요

걸쭉한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듯한 분위기와

즐거운 뱃놀이를 즐기는 듯한 곡에

관중들의 어깨는 들썩 거렸죠.

 

다음곡은 싱잉커플스를 위해

특별히 이동훈교수가 창작해 준

"향수" 물론 시중의 박인수 이동원이 부른

향수와 가사가 같습니다만...

곡은 완전히 우리 곡입니다.

 

꿈을 꾸는 듯한 노래와

화음에 관중들은 조용히

고향으로 추억을 돌렸습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무대가 술렁거리고

귀에 익은 동요가

들리면서 싱잉커플스는

모두 부부를 찾아 움직이고

동요가 끝났을때는 어느새 부부들끼리

정겨운 모습으로 서있는 대형으로

바뀌었스니다.

 

그리고 우리 가곡을 편곡한

사공의 그리움.

 

익히 들어온 관중들도 있지만

금번 합창은 특별히 오랜 연습을 통해

만들어 낸 화음으로 관중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돋보기 낀 나이 든 대원들의

정성과 암보를 해야하는

어려움들이 모두 환희의

즐거움으로 끝났습니다.

 

공연후 들리는 관중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고요.

살아있는 음악을 들은 기분이라고요.

 

이젠 11월에 있을 정기공연 연습에 들어가야 합니다.

 

부부들끼리 노래하는 세상을

우리는 기대합니다.

 

행복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함으로 행복함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요,

 

krasssic in classic

 

정경석  (krasssic)

 my first krasssic                           1996-04-11 22:29   62 line

 

 

아주 어렸을때 회칠한 벽에 수 없이 나 붙는 선거포스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못 살겠다 갈아치자 등등의 원색적인 말들이 난무하고...

우리는 그 골목에서 딱지치기, 구슬치기하면서 어른들의 말을 보고

배웠습니다.

 

오늘 선거가 치루어 지는 날.

그 옛날이 생각나네요..

 

아침에 차 안에서 정말 제가 세상처음으로 들어 보았던 클래식 음악을

다시 들었습니다.

 

군대간 형님이 휴가 올 때마다 가져다 주시는 건빵과, 그 안에 조그만

별사탕이 무척이나 맛있던 시절,  집에 진공관 오디오가 있었죠.

 

큰 형님이 늘 듣던 노래가 있었습니다.  Song of Joy라는 베토벤의 노래..

 

환희의 송가라는 말보다 영어곡명이 더 익숙해 진 까닭은 그 어렸을 때

들은 노래가 요즘 흔히 듣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 아니고 어느 톤이

높은 가수가 부르는 영어가사로 된 독창이었습니다.

 

요즘 어린이들이 영어를 뜻도 모르고 자꾸 들으면 외워지듯이 그 당시

나도 그 영어 노래를 몽땅 외웠습니다.

 

Come sing a song of joy.....

 

그리고는 커서 들은 Song of Joy는 합창곡밖에 없었죠.

 

오늘 아침 출근길에 FM에서 정말 몇 십년만에 다시 한 번 그 가수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수 이름은 미구엘리스 라고 하더군요.

 

그 옛날에 듣던 그 노래..

정말 문득 형님이 가져다 주신 건빵과 별사탕 그리고 하얀 회벽에 나 붙었

던 선거 벽보가 생각났습니다.

 

가수의 목소리도 그대로 였었고, 나도 한 때는 저런 목소리를 가졌었는데

하는 생각과...

진공관앰프가 달구어지는 모습을 한 없이 쳐다 보고 있었던 때와...

4개의 다리가 달린 커다란 나무상자속의 전축이 그리워집니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판과 비치보이스의 낡은 판이 다 어디로 갔을까...

 

 

남들 다 편히 쉬고 있는 휴일날 저녁 10 30분 회사에서 컴으로

내 생애 다 만져볼수 없는 돈들을 다루는 온갖 계산과 씨름하다 잠시

쉬며 한 자 적습니다.

 

 

krasssic in classic

 

 

 

 

 

 

 

 

 

 

 

정경석  (krasssic)

 볼쇼이 합창단.                              1996-03-24 16:57   57 line

 

 

어제 말씀드린대로 볼쇼이 합창단연주회를 가족과 함께 갔습니다.

 

이젠 애들이 음악회 데려가도 될 나이가 되었음에 조금 흐뭇해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좀이 쑤신지 자꾸 몸을 움직이고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었는데도 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말을 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에

 

겉으로는 주의를 주었지만 그래도 조용히 얘기해야 하는구나 하는 걸 아니

 

속으로는 기뻐했지요.

 

러시아 볼쇼이 합창단의 지휘자는 70이 넘은 할머니입니다.

 

아주 조심스레 합창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고요.

거의 아카펠라로 노래하는 러시아 사람들의 특이한 목소리가

제가 씨디로 자주 듣는 소비에트 아미코라스의 화음과 무척 닮았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테너 솔로의 아주 뾰족하고 날카로운 고음이 그 나라 사람들의

기후와 관련되어 있음을 느꼈고요.  그 중 베이스 한명이 어찌나 왕베이스

인지 모든 청중이 감탄해 마지 않았습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화음에 우리 꼬마가 그러더군요.

휴식시간에 " 아빠, 저 사람들 노래가 아빠 집에서 자주 오디오로 자주

듣는 음악 같애"  네 맞더군요.  깨끗한 목소리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음악을 듣는 모든이를 감동하게 했지요.

 

그리고 후반에는 국립합창단과의 협연, 코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반주하

고 국립합창단 지휘자인 오 세종씨가 지휘한 러시아 정통 합창이 좋았고요

그중 한국에서 초연한 "모스코바"라는 칸타타 형식의 노래는 금방 귀에 익

  오래지 않아 국내의 많은 합창단의 주요 레퍼터리가 될 것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끝나고 오 세종씨와 우리 부부합창단과 평양냉면집에서 식사중에 볼쇼이

합창단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휘자가 70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남 시립합창단을 대상으로 합창세미나

를 하는데 무려 3시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꼿꼿이 서서 세미나를 가지

고 또한 단 합창의 8마디 가지고 3시간 동안 강의 했다고요.

 

정말 대단한 열정이더군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과연 늙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가난해서 그들이 가지고 온 악보도 무척 지저분하고 거의

낡았다고 하더군요. 하긴 악보의 질이 실력을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같이 좋은 환경속에서 노래하는 모습에 그들은 무척 부러워 했고요.

 

오늘 그러나까 3 24일 저녁에 강남의 소망교회에서 그들을 초청하여

음악 예배를 본다 합니다.  공짜로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이니

지굇 이 글을 보시는 분은 서둘러 한 번 저녁 계획을 잡아보세요.

 

자 그럼  아름드리 여러분 좋은 주말 저녁 되세요

 

krasssic in clas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