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아시아방문기

인도가는 길, 첸나이

carmina 2014. 8. 8. 12:24

 

2014. 8. 3


다시 가방을 싼다.


다시는 이런 해외출장이 없을 것이라고 포기했던 작년 말.
요행히 다시 같은 일을 하는 새로운 직장을 얻어 첫번 해외출장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평소 가고 싶었던 곳. 인도.
이전에 한참동안 인도가 그리워서 책도 무던히 읽었다.
바라나시가 그리웠고, 타지마할이 그리웠다.

그들의 찢어진 가난함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같이 느끼고 싶었고..
고개를 가로지으며 예스 예스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게 그런 것을 즐기도록 주어진 시간은 스케쥴상 하나도 없었다.

홍콩을 거쳐 인도 첸나이로 가는 여정.
일요일 오후에 출발하여 현지에 당일 자정에 도착하고
월요일 하루 미팅후에 그 날 밤 자정넘어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와야한다.

첸나이에 대해서 얼른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눈에 확 들어오는 명승지 하나.

예수님의 12제자중에 순교하여 죽은 뒤 그 자리에 교회가 세워진 곳이 3곳있는데.
로마의 베드로 성당, 스페인 산티아고의 야고보  캄포스텔라 성당, 그리고 이 곳 첸나이에
도마가 순교하여 그 무덤에 세운 성당이 있다.
비록 예수님 부활을 의심하여 믿음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도마는 어쩌면 확실한 증거만을 믿는 

 

주일 예배에 찬양대만 지휘하고 급히 공항으로 달려가니
여름 휴가철이고 일요일이라 그런지 공항은 거의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첵크인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셀프체크인한 후 청사내로 들어가니
어디선가 은은한 클래식 연주가 들린다.

제 2청사로 가는 길목에 피아노 5중주가 연주되고 있다.
흐뭇한 풍경이 내심 우리도 선진국이구나 하는 자부심으로 음악을 듣고
비지니스 라운지에서 내가 이 곳에 올 때마다 늘 좋아하는 피아노 옆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탑승한 캐세이패시픽 항공. 

 

이전 회사에서는 캐세이패시픽항공을 항공기가 구형이라 별로 선호안했는데
여기선 어쩔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빼곡한 승객들을 헤쳐 자리에 앉으니
기체가 오래 된 듯 의자시트가 무척 낡아 있다.

의자에 달린 작은 모니터의 화질도 안 좋고..
식사 후 커피를 마시기 위해 트레이에 올려 놓았는데 트레이가 느슨하여서인지
앞에 손님이 의자를 조금 기울이니 커피잔이 미끄러져 바지에 다 쏟았다.
3시간만 참자.

다행하게도 홍콩에서 갈아 탄 CX항공은 새 기종이라 5시간동안 편안함을 느껴 좋았다. 

착륙할 때 창문으로 보이는 첸나이의 야경은 여느 도시보다 불빛이 적었다.
비록 인도의 4대 도시 중 하나고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와 삼성이
이 곳에서 공장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가난함은 어쩔 수 없나보다.

언젠가 우주에서 찍은 한반도의 모습에서 북한 쪽의 전력사정이 안 좋아
거의 한국과 중국사이의 땅이 바다처럼 보여 많은 사람들의 북한의 사정을 안타까움으로
지켜 보았듯이 어느 도시의 경제사정은 밤에 공중에서 바라보면
도심의 야경만 보아도 확실히 알 수 있다.

 

도착 전에 살짝 비가 내린 듯, 활주로는 젖어 있고
한국과 비슷한 온도일텐데 에어컨 시설이 부족한지
기체를 나서니 더위가 휙 내 가슴에 안긴다.

 

늦은 시간에 마중나와 준 호텔 차량을 이용해 공항을 벗어나니
인도의 모습이 서서히 보인다.
허름한 공항도로, 주변의 허름한 집들
도로의 차선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도 없고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
그 늦은 시간에 길을 걷는 사람들이 모습도 위험하기만 하다.


늦은 시간이 도로는 한산했고 요금을 받는 톨게이트의 건물도
허름하기 그지 없다. 교통카드로 톨게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도
왜 운전기사가 손만 내밀어 찍을 수 있도록 하지 않고
매번 톨게이트 직원이 카드를 받아 대신 찍어 주고 있다.

불편함을 모르면 절대 발전이 없는 것을 잘 알텐데...
그래도 교통카드가 생긴 것만으로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 같긴 하다.

어두운 도심길을 달리는데 문득 차가 속도를 줄인다.

옆을 보니 그다지 크지 않은 소들이 길 가에서 천천히 산책을 즐기고 있다.
흰 소와 누런 소들. 때로는 무리지어 있고 때로는 교차로 한가운데 서서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다.

소를 보니 드디어 인도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오래 전 80년대 후반에 방글라데시에 다녀 올 때 인도에 잠깐 들러
델리와 뉴델리 시내를 보긴 했지만 그 땐 용감하게 비자도 없이 들어와 여권을 공항에 맡기고
시내를 나갔는데 혹시 다시 여권을 찾지 못할 까봐 걱정한 적도 있다.

 

이 곳에 오기 위해 인도비자를 신청했더니 안경없이 찍은 사진을 제출하라기에
여권사진을 새로 찍으면서 애당초 여권용 사진은 안경없이 찍는 것이 맞겠구나 생각했다.
비자 발급 받기 전에 미리 지정한 시간에 대사관에 가서 5손가락 모두 지문을 찍기도 했다.

 

자정에 도착하여 큰 도로변에 있는 호텔에 체크인하니 새벽 2시.
그대로 쓰러져 자고 아침에 창문으로 도로를 보니 왕복 4차선의 메인도로가
버스와 승용차와 릭샤와 오토바이로 완전히 뒤범벅이 되어 있다.

출근 길, 만원버스에 우리나라 60년대 시절에 보던 장면처럼
사람들이 문열린 만원 버스에 간신히 매달려 가고 있고,
트럭 뒤에 사람들을 가득 채우고 도로를 요리 조리 피하며
때론 인도를 넘어서기도 하며 운전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무 곳에서나 도로를 건너고 어린이 키만한 높이의
중앙분리대화단을 넘어 무단횡단하고 있다.
거의 무질서의 대명사를 보는 것 같다.

 

호텔에서 내준 차로 거래처 가는 동안 체험해 보니
그야말로 모든 차량들이 그런 식으로 운전하는데
신기하게도 아무도 차선 변경용 깜박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없지만
쉴 새없이 클락션을 울리며 앞차에게 경고를 준다.

 

맨발로 걷는 사람들, 웃통을 모두 벗고 걷는 사람들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 사리를 입은 인도 여자들
복잡한 도로 사거리의 구석에 자리잡은 소들,
그 사이를 헤집으로 싸리로 만든 빗자루로 도로를 청소하는 사람..
온갖 군중의 모습이 무질서하게 달리는 차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길가의 번듯한 건물들은 모두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이거나

혹은 호텔이거나, 외국회사이거나 , 관청이거나 대학시설 정도일 뿐

그 외에는 거의 허름한 판잣집 수준이다.

 

종일 회의 후 심야출국까지 약 5시간 정도 남아 있기에
호텔에 부탁하여 차량을 제공받아 카메라 하나 들고 야간 시티투어를 나섰다.

본격적으로 승용차의 앞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만약 거리를 걸으며 그렇게 찍었다면 내게 사진 찍었다고 손을 내밀었을것이다.
퇴근시간이라 거의 주차장같은 길을 곡예하듯이 지나치는 운전기사도 신기하고
그 와중에도 전화를 얘기하고, 수없이 빵빵거리며 앞의 방해물에 신호를
보내며 작은 틈만 있으면 신속하게 차선을 이리 저리 바꾸어 다니는 기사의
운전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정말 궁금한 것은 그렇게 차선도 지키지 않고 수없이 많은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지나가는 길에서 교통사고 난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면 서로 부딪혀 잘잘못을 따지느라 길이 주차장일텐데
이 곳은 그렇게 차가 많아도 약 시속 40키로로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어떠한 신비의 힘이 이 도로를 막히지 않게 하는 것 같다.

 

가끔 여자들이 사리로 온 얼굴을 덮은 채 오토바이타는 것도 보이고
작은 릭샤에 6명이 탄 것도 보인다.

버스가 가득차서 어떻게 요금을 받는지 기사에게 물어보니
버스 안에 요금을 받으러 다니는 사람이 있다한다.
버스 정류장표시는 안 보인데 길가에 옹기 종기 사람들이 서있는 곳이
정류장인것 같다.

 

허름한 건물들 위로 사원이 자주 보이고
가끔 현대나 삼성의 이름이 보인다.

차가 막히지 않으면 빨리 갈 수 있을텐데 퇴근시간이 거의 1시간을 달리니
가까운 곳에 첸나이의 유명한 사원인 카팔리스와라르 힌두사원이 거대하게 보인다.

사다리꼴 모양의 탑에 어둠속 멀리서 보아도 수없이 많은 성자들의 조각상이 빼곡하게 보인다.

주차장도 변변하지 않는 곳에 차를 대니 기사가 우리보고 신발을 벗으라 한다.
이 곳은 신성한 곳이라 신발 착용 금지.
사원 앞에는 각종 제물과 과일을 파는 장삿군들이 진을 치고 있다.


양말만 신은 채로 입구로 들어서는 바닥에 누군가 분필같은 곳으로
묘한 그림을 그려 놓았고 어떤 이는 문턱에 있는 연꽃 모양의 조각품에 발을 문지르고
혹은 손으로 잠깐 만지며 들어간다. 나도 그렇게 했다.

 

외부에서 볼 때는 사원 하나 뿐인 줄 알았는데 내부로 들어가니 여러개의 사원이
흩어져 있고, 사진을 찍기 위해선 25루피를 내야 한다기에 마침 인도 출장 전에
오래 전에 보관해 두었던 인도루피가 딱 그만큼 있어 지불하니
옆에서 자기가 가이드라며 해 줄테니 돈을 내란다. 인당 2불이라는데 돈 없다하니
한국돈도 받는다며 자기 지갑에서 2000원을 보여주기에 우리 일행에게 물어보니
싫다한다. 그랬더니 금방 1000원으로 내려간다. 그것도 싫다하니 계속 따라오며
동전 몇 개도 괜찮다며 성가시게 군다.

 

향을 피운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향을 손바닥으로 모아 얼굴에 담고,
향을 가지고 온 웃통을 벗은 배불뚝이 승려에게 약간의 시주를 하기도 한다.
 
사원을 한 바퀴돌다 보니 웃통을 벗은 단체 승려들이 두 줄로 나란히 바닥에 앉아
무엇인가 외우고 있다. 광장 바닥에 각종 악기를 그려 넣은 것이 아마 힌두의식을
행할 때 쓰는 악기인 것 같다.

 

비록 밤이고 우리가 시간이 없어 아쉬웠지만
이 곳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온갖 군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성토마스 성달 이 곳말로 산토메 성당이라 한다.
하얀 첨탑들이 높이 솟아 있고 성당도 하얀 외벽이다.

건물도 양 옆으로 어느 곳으로든 들어 갈 수 있도록 문이 나있어 시원하게 보인다.

성당 입구에 폴랜드에서 보았던 교황 바오르 2세의 청동상이 반갑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니 2열로 길게 줄지어진 나무의자들 저 끝에 성소가 보인다.
거대한 유럽성당에서 보았던 웅장함 보다는 무언가 깊이 빠져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다.
영국인들이 1893년 신고딕양식으로 건축한 이 곳은 테레사 수녀가 방문했었고
2006년 카톨릭 성지가 되었다 한다.

 

성소 앞에 가니 바닥에 도마의 시신이 교회뒤에 묻혀 있다는 팻말아래 바닥에
투명창으로 지하의 하얀 관인지 상자가 보인다.
성소 앞에서 혼자 알렐루야 찬양을 조용하게 불렀다.
의심많았던 도마의 모습이 지금 내 모습이 아닐까?

 

차량기사가 뒤에 박물관이 있는데 보겠냐고 권유했지만
아까 이 곳까지 올 때 길 막힌 것을 생각하니 가는 길도 만만치 않으리라고 생각하여
서둘러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어두운 밤길을 달려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하고
공항으로 가는 밤길 주변의 도로는 어제 밤과 마찬가지로
야간 도심의 불빛보다 어두움이 더 가득하다.

 

누군가 말한다.
인도를 다녀오면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행복하게 여긴다고..
찢어지게 가난한 모습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죽기까지 변하지 않을 사회적 신분.
그들은 윤택한 생활을 위해 돈을 번다기보다 그냥 하루 하루 주어진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 같다.

 

길가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여자는 나뭇가지 몇 개 묶은 빗자루를 가지고 있고
공항 청사를 청소하는 여자는 가정용 빗자루와 작은 쓰레받이를 들고 돌아다닌다.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는 무리들 중에 한국 아가씨들 6명이 깔깔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마 한가운데 작은 보석같은 것을 박고 핸드백도 프라다나 명품백보다는 인도에서 파는
울긋 불긋한 헝겊백을 들었다. 분명 한국에 가면 사용하지 않을 핸드백이겠지.


보딩패스를 받으니 홍콩행 비행기가 1시간 반 정도 연발된단다.
애고..미리 알았으면 호텔에서 더 쉬다 나올껄.
프라이러티 패스로 비지니스 라운지로 들어갈 수 있지만
혼자 가기 미안해서 의자에 앉아 꼬박 꼬박 졸고 있는데
아까 보딩패스 발급해 준 직원이 내게 오더니 펜으로 자리를 다시 배정해 준다.

 

내가 CX항공 마일리지 회원이니 좋은 자리로 바꾸어 준다고..
여행 다니면 가끔 이런 상황이 주어질 때가 제일 좋다.

 

나이들어 언젠가는 이 곳 인도를 인도사람들처럼 걸어보리라

허름하게 입고, 그 들이 사는 곳에서 자보기도 하고,

무단횡단도 해보리라.

 

바라나시에 가서 강물에 물도 담아보고,

시체 태우는 옆에 가서 명복을 빌어 보리라..

 

나도 지구여행자가 되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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