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2014 삶과 나눔 콘서트

carmina 2014. 10. 16. 21:17

 

 

2014. 10. 14

 

삶이란 단어를 형상화하면 '사람'이란 말이 보인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어떤 단어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중국어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쉽지 않을까?  사람 = 人

 

사람 人자의 형태는 홀로 서지 못하고 누군가 지탱해주어야 된다고 해서

사람을 이렇게 쓴다는 것은 어릴 때 수없이 선생님이나 어른으로부터

혹은 책에서 듣던 말이다.

그러나 우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을 해 보면

그간 얼마나 사람답지 않게 살았는지 마치 도둑질한 사람처럼 가슴이 뛴다.

 

사람답게 살자고 부추기는 음악회를 위해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삶과 나눔의 콘서트.

부천시립합창단의 상임지휘자이신 조익현 선생님이

2007년 사단법인 행복나무플러스를 설립하고

고아원에서 18세이상 나이가 되면 대학을 진학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후원금을 마련하는

음악회를 매년 가졌다.

뜻있는 기업인들이 창립부터 도왔고,

대형 교회와 독지가들이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예술가들이 매년 재능기부를 통해 음악회를 가졌다.

아울러 이 아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만들어 공연하고

오늘 출연하는 성악가가 음악을 가르치기도 한다.

 

마치 베네주엘라의 유명한 기적의 오케스트라인 '엘 시스테마'가 생각난다.

거리의 불우한 아이들에게 악기를 제공하고 음악을 가르쳤더니 세상이 변했다고..

그런 환경속에서 음악을 배워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가 된

현 LA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구스타보 두다멜이 있다.  

 

오늘 연주하는 합창단에는 내가 하는 서울부부합창단에서도

거의 30명정도가 참여하여 합창을 같이 했다.

4000석이 넘는 세종문화회관을 가득 채운 관객들.

내눈에 콩깍지가 끼어 있는지 모두 얼굴이 선해 보인다.

 

약  100명이 넘는 혼성합창단과 2관편성 정도의 오케스트라가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나오는 결혼식 하객들의 합창이 우렁차게 울리며 시작한다.

곡중 솔로를 하는 테너의 소리도 마이크를 사용해서 인지

세종대강당의 높은 곳에서도 숨소리까지 들린다.

 

뒤이어 바이올리니트 박지혜씨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1악장

귀에 익은 멜로디가 음악에 푹 파묻혀 듣다가 문득 지휘자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조익현지휘자님은 합창지휘자인데 지금 오케스트라 1악장

전곡을 암보로 지휘하고 있다. 합창지휘자가 오라토리오나 레퀴엠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때는 많이 연주하던 음악일테니 당연히 지휘도

하겠지만 지금 이곡은 그런 합창곡이 아닌데도 솔리스트와 정확하게 눈과 호흡을

맞추어 가며 지휘하고 있다.

나에게 매 주 합창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새삼 다시 보게 되었다.

 

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박지혜씨의 바이올린은 독일 정부에서 임대해 준

과리네리를 사용한다. 내 딸도 독일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서

거의 무료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지만, 독일처럼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국가가 없는 듯 하다. 그게 바로 진정 선진국다운 인류애고 

베토벤, 브라암스, 바하, 바르톡, 멘델스존 등등

수많은 음악인들을 배출한 나라다운 큰 나눔이 아닐까?

 

오늘의 레퍼터리는 다양하다.

합창, 협주곡, 성악, 하모니카, 반도네온 등등...

 

테너 조용갑씨가 푸치니의 오페라 '공주는 잠못이루고'를

대강당이 흔들릴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이 분을 검색해 보니 어린 시절 가정폭력으로 도망쳐 나와 기구하게 살다가

지금의 유명 성악가가 되었기에 이 자리가 더 남다르다.

 

그리고 올해 어느 연주장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노래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유명 광고의 CF에서 자주 등장하는 맹인 전제덕씨의 하모니카 소리를 여기서 들을 줄이야.

넬라 판타지아의 은은한 선율이 어둠속에서 하모니카소리가 빛처럼 새어나오고 있다.

남미의 원주민들에게 음악을 통해 선교를 하는 영화 '미션'에서 나오는 주제가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하모니카 선율이 되어 흐른다.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씨.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는 어코디언과 흡사하게 생겼지만

어코디온음이 클라리넷 색깔이라면 반도네온은 피콜로 색깔이랄까?

오래 전에 보았던 반도네온은 그리 크지 않았는데 오늘 연주되는 악기는

그보다 훨씬 크다. 반도네온은 주로 탱고음악에 많이 사용된다.

그래서인지 천사의 죽음이라는 라틴음악을 연주하고

바로 이어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 '리베르탱고'가 경쾌하게 흐른다.

누가 이 대목에서 나와 연주자앞에서 탱고를 추면 얼마나 좋을까?

이 작은 악기 하나가 오케스트라의 울림보다 더 큰 것 같다.

 

후반부에 조금 라이트한 노래로 시작한다.

내가 즐겨 부르는 송창식의 '내 나라 내 겨레'

언젠가 길을 걷다가 남들 앞에서 이 노래를 불렀더니

어느 길벗이 노래를 들으면서 숙연해 졌다 한다.

 

그리고 문득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한 탤런트 오미희씨.

오늘 공연의 취지와 나눔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를 하는데

어쩌면 저리 사람의 마음을 감동케 말을 잘 하는지

역시 탤런트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생각했다.

이야기의 흐름이 음악용어처럼 잠시 파우제도 있고,

리타르단도도 있고, 피아니시모와 포르테가 있다.

오늘은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들이 전하는 것이

음악이라기보는 나눔이라는 멋진 표현.

 

박지혜씨가 다시 등장했는데 내 눈이 반짝 뜨이고

입에서 감탄사가 나온다.

빨간 한복 치마에 노랑 저고리.

지금 저 지극히 한국적인 모습으로 유럽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타이스의 명상곡이 은은하게 청중을 감싸고 바로

헝가리인들의 빠른 춤곡인 차르다시를 연주하는데

마치 지휘자와 헝가리안 댄스를 추는 듯 하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고 퇴장한 뒤

뒤이어 테너 조용갑이 나와 부르는 뮤지컬 지킬과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그런데 뮤지컬을 성악가가 오페라식으로 부르니 무언가 어색하다.

 

다음 곡을 위해 잠시 무대 뒤로 나갔던 지휘자가

포디움에 올라와 보면대를 뒤지기를 몇 번 하더니

난색을 표하며 악보를 두고 왔다며 겸연쩍게 나가서 잠시 공백이 생기는데

그 어색한 시간을 악장이 기지를 발휘해 얼른 오케스트라를 튜닝을 시작한다.

  

전제덕씨의 하모니카 'My Way'가 흐른다.

남다른 그의 인생은 그야말로 그만의 삶일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 합창단이 등장하여 신작동요를 몇 곡 부르고

전 출연진이 다 나와 연주를 하는데 문득 한 여학생이 따로 떨어져 서 있다.

지휘자의 설명이 이 번에 이 학생이 세월호 사고의 단원고 학생으로

무사히 구출된 학생 중 한 명이라 한다.  모두 크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 사단법인을 창설하고 후원하는 기업대표가

합창단에서 다른 단원들과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흐뭇하던지.. 

소개는 없었지만 지휘자님의 부인이 악장을 하고 딸이 연주회장 밖에서

팜프렛을 나누어주는 가족 모두의 아름다운 나눔의 모습에서

하나님의 창조물인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마음을 본다.

 

 

전 출연자가 오늘 같은 콘서트의 주제곡같은 'You raise me up'을 합창하고

관객들과 같이 부르는 합창 '사랑으로'를 끝으로 나눔의 콘서트를 맺었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이 나눔에 동참하고 싶어 팜프렛에 끼워 진

후원신청서로 후원 약속을 하니 선물로 유기농 커피를 준다.

후원하는 곳이 또 한 곳 늘었다.

 

오늘 음악을 통해 내게 나눔의 바이러스가 전염되어 버렸다.

독일 유학중인 딸이 내년 초 방학때 귀국하면 호스피스 병원에 가서

우리 온 가족이 음악으로 환자들을 위로하는 계획을 또 한 번 세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