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안나의 집 봉사

carmina 2014. 12. 16. 13:45

 

 

어느 해 회사 직원들과 봉사한 곳 '안나의 집'

 

 

직장에서 정기적인 봉사활동차 가는 곳, 성남에 있는 안나의 집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모란시장에서 보이는 성당에서 운영하는 안나의 집은

하루에 한 번 저녁을 노숙자 및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에게 제공한다.   

 

몇 번 가보았지만 오늘같이 무척이나 추운 날 가기는 처음이다.

추운 날은 불쌍한 사람들이 더 불쌍해 보인다.   

4시반경부터 7시까지 배식 꼬박 2시간 넘게 서서 배식을 해야 한다.

식판을 닦는 일은 너무 힘들어 나에게는 배식의 역할이 주어진다.

여름에 밥을 퍼 줄때는 얼마나 땀이 많이 나던지..   

 

우리 먼저 식사하고 있는 동안 저녁을 먹으러 오는 이들은

문 밖에 기다려 있다가 우르르 밀려 들어온다.   

밥, 반찬 3개 국하나.  오늘의 메뉴는 김치, 볶음김치, 고등어 조림, 그리고 미역국.  

 

초라한 행색의 사람들이 옷을 잔뜩 껴입고 들어온다. 

어디서 구했는지 허름한 털모자나 머리에 구멍 뚫린 모자를 쓰고 들어온다.

면도 안해 텁수룩한 얼굴, 며칠 감지도 않은 푸석한 머리. 얼굴에 부스럼 난 채로 굳어 있는 상처.    

남자뿐만이 아니라 여자들도 많이 온다.

 다행히 여자들은 그래도 그렇게 초라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많은 여자들의 행색은 거의 노숙자 수준이다.   

 얼굴이 기형인 사람, 중풍으로 얼굴과 손을 부들 부들 떠는 노인네들, 절름발이,

식판을 들고 오는 손톱이 성한게 없다.   

 

식사를 제공하는 것 뿐이 아니고 빵과 음료수도 하나 제공한다.   

그들은 제일 먼저 밥에 욕심을 낸다.

회사에서도 낮에 식당에서 밥을 스스로 퍼서 먹지만 누구도 밥을 많이 푸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 곳에선 밥을 퍼 주는데 얼마나 욕심들이 많은지

식판에 밥이 넘칠 정도로 퍼 주어야 한다

 

마치 피자집에서 샐러드 한 번만 허용되면 갖은 기교를 부려 샐러드 탑쌓듯이

이 곳에선 밥을 그렇게 퍼 준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그렇게 퍼 주어도 얼른 먹고 밥 더 달라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고,

 일찍 먹고 조금 후 다시 와서 슬며시 줄 뒤에 다시 서는 사람들도 있다.   

 

김치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날의 특별 메뉴는 어떻게든지 더 달라고 애걸을 한다.

오늘같이 고등어 조림이 있는 날은 고등어 한토막 더 얻을려고

배식대 앞에서 기웃거리고 그게 힘들면

무우라도 더 달라거나 혹은 국물이라도 더 달라고 요청한다.   

 

믿는 사람으로 유심히 그들의 식사모습을 보는데

거의 모두 식사에 대해 감사기도를 드리는 이들은 없다.

어쩌다가 성호를 긋고 먹는 이가 있기는 한다.   

 

우리 회사에서 낮에 식사할 때는 많은 이들이 고개를 숙여 기도를 하고 식사를 한다.

감사할 줄 아는 이와   감사할 줄 모르는 이들의 현실이 이렇게 다르다.   

어떤 이들은 배식하는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고맙다는 표정도 없다.    

 

오늘은 조금 험악한 표정의 사람을 보았다.

밥을 퍼주는 직원이 밥을 크게 한 번 퍼서 주니까 더 달라는 표정,

또 한 번 퍼 줄 때는 먼저보다 조금 덜 퍼주었다.

식판을 든이의 표정이 험하게 변한다.

 왜 조금밖에 안주느냐며..

직원이 더 퍼주었다.

그래도 모자른 듯...또 퍼 주었다. 밥이 식판에서 넘칠라 한다.

그제서야 만족한 듯.   

우리 직원이 한번에 많이 안 퍼주니까  그 자리에서 직원을 때릴 기세로 눈을 부라린다.    

 

이렇게 노숙자만 오는게 아니다.

번듯한 모습의 사람들도 밥을 먹으러 온다.

근처에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 듯.  

그리고 약간 불량끼가 있어 보이는 청년들.   곱상하게 차려 입은 할머니.   

 이 곳에 갈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이 한 번에 밥을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는가 의아심이다.   

하루에 보통 식사하는 인원이 4~500명이라 한다. 어제는 570명이 왔다하고

오늘은 470명 정도 왔다 한다. 준비된 음료수를 한개씩 나누어 주니까

그 숫자를 확인하면 알수 있다고..   

 

이 곳에서 이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하는 이는 우리 나라 사람이 아니다.

이태리에서 온 신부님. 더듬거리는 한국 말투와 익숙한 손놀림,

청소하고 연신 감사 인사하러 다닌다.

하루 봉사가 끝나면 감사의 생활 봉사의 생활에 대해서 봉사자들에서 알려 준다.   

 

후원금은 지속적으로 끝없이 밀려온다.

다만 곳간에 쌀은 안 떨어져도 가끔 봉사자의 손길이 없어 힘들 때가 많다 한다.       

최근 들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남을 도우며 살자고..남을 도우며 살자.

 

내 몸이 성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