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삼시세끼를 보면서..

carmina 2014. 12. 16. 21:03

 

 

2014. 12. 16

 

케이블 TV인 TVN에서 금요일 저녁에 방영하는 삼시세끼를 보면서

내가 오래전부터 꿈꾸는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늘 기분이 좋다.

나영석 PD가 만든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서 가이드를 하는

이서진이 어른들을 위해 늘 서툰 솜씨로 요리를 하니까

어느 날 나PD가 그런 제안을 했었다.

요리프로그램하나 만들까?

그런데 그 지나치며 한 농담이 현실이 되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굳이 요리를 잘해서가 아니고

굳이 시골집이 좋아서가 아니고

굳이 주변풍경이 좋아서가 아니고

그냥 친구가 거기 있으니 찾아와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벗들이 찾아 온다.

맛있는 음식을 서로 만들어 나누어 먹는다.

굳이 무슨 대화의 주제가 필요있을까나.

그냥 보고 싶어서 왔고, 같이 지내고파서 온 것을..

 

아파트라는 괴물.

늘 굳게 닫힌 문.

종일 회사 생활하니 텅빈 공간에 저녁에 잠만 자기 위한 물건이다.

더욱이 아이들이 성장하여 모두 자기 살림차려 나가면 그야말로

아파트라는 공간은 자신이 스스로 만든 감옥과 다름없다.

 

이런 생활에 찌들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혹은 서서히 자기도 모르게

몸 깊숙히 스며든 질환이 있다면 그 날 이후

병원에 들어가 골골하다가 죽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탈도시를 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시골로 가면 사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지금은 아파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이러한 생활을 미리 포기할 수 있다면

노후에 굳이 벌지 않아도 될 생활자금을 미리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시골 구석으로 찾아 오는 친구들의 손에 무언가 한가지씩 들려있다.

삼겹살과, 막걸리와 와인과, 군것질 거리, 오다가 사왔다는 뻥튀기

굳이 내가 그 들을 위해 미리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아도

그 들이 가지고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같이 나누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평일에는 자연을 산책하고,

어떻게 집을 꾸밀까 망치를 들기도 하고

산으로 들로 먹을 수 있는 나물들을 뜯으러 다니고

야산에 들어가 밤도 따고 개복숭아도 따서 효소도 만들고..

정말 돈 안드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세월을 보낼 수 있다.

작은 텃밭이라도 있으면 가꾸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온실에서 식용작물을 키우는 것도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것이고

TV 프로그램처럼 가축류를 키우는 것도 생명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소일꺼리로 할 일도 무척 많을 것이다.

소품을 만들거나, 천연염색, 매듭 등등..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도 중요한 소일거리중의 하나일 것이다.

젊은 시절 CD를 사모으면서 이건 내 노후를 즐겁게 해 줄 보물들이다 라고

생각하며 돈을 투자했다.

 

법정스님이 산골깊은 곳에서 혼자 청빈한 삶을 살았지만

그도 음악만큼은 고급오디오에 많은 CD를 들으며 혼자만의 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내겐 그런 DNA가 있을 것이다. 혼자서도 잘 노는....

 

돈을 벌지 않아도 좋다. 연금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내 몸 건사할 정도의 의료보험비만 있으면 되고

가끔 읍내로 나갈 낡은 자가용하나와 유지비만 있으면 된다.

물론 내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실현가능한 일이다.

 

TV프로에서처럼 하루 밥 세끼를 해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삶의 의욕이 있고 호기심만 많다면

밥 세끼를 만들어 먹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리라.

그리고 가끔 도심으로 나가 친구들을 만나고

좋은 공연을 예약하여 멋진 음악과 함께 밤을 즐기고 오는 것은

최고의 사치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 생활이 내게 와 주었으면 좋겠다.

이미 그런 생활을 시작한 친구들도 있지만

여느 사람들처럼 도심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

 

젊은 시절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나 죽으면 수장 시켜줘. 물고기들 밥이라도 하게..

나 죽으면 수목장 시켜줘. 나무들 비료라도 되게..

 

잘 다듬고 곱게 사는 여생보다

조금 못 생기더라도 내가 하고픈 것을 하며 사는 삶을 원한다.

 

물론...

쉽지 않으리라..

그러나 꿈을 가지면 될 수도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