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여기저기 코스

남해 바래길 2일차

carmina 2015. 1. 7. 23:15

 

 

2015. 1. 2

 

바람이 많이 불어 방에 우풍이 느껴졌으나 푹 잔 것같다.

아침에 어젯밤에 주인이 준 라면과 밥 그리고 김치로 때우고 출발하니

아침 9시 반.

 

2코스는 앵강다숲길이라 한다.

앵강만을 중심으로 9개의 마을들을 이어 걷는 곳이다.

 

어제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바람이 차다.

바닷가로 내려가니 이른 아침부터 가족들이 나와 산책하고 있다.

바닷가 바로 앞 큰 바위까지 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한 바다 한가운데는 배 하나 띄워놓고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절벽의 끝에 세워 놓은 정자가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시원한 바람이 부니 여름에는 명당자리일 것이다.

 

가촌마을에서 홍현해라우지 마을로 가기 위해

눈에 보이는 곳에는 길이라고는 차 다니는 길 밖에 없는데

어디로 가나 걱정하며 분명 저 차도까지 올라가야 할거야 하고

한 발 한 발 가는데 도저히 길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절벽에 작은 숲길이 이어지고 있다. 발 아래는 낭떠러지.

이런 길이 있을 수 있다니.

 

절벽위에 가까스로 서 있는 나무들이 버팀목이 되어 주고

왼쪽 옆의 낭떠러지가 북풍을 막아 주고 있다.

가끔 시야에 펼쳐지는 파란 바다. 수평선이 보인다.

커다란 상선이 천천히 물보라를 만들며 지나가고

가끔 낚싯터를 잡으려는 듯 작은 배가 절벽 가까이 오고 있다.

 

이 곳을 지게를 지고 다녔을까?

다랭이 마을에 소 한마리의 형상을 만들어 놓았던데

혹시 그 소에 짐을 싣고 다녔을까?

 

아침에 추울까봐 어제도 입었던 내복을 입고 나왔는데

한 참을 절벽을 따라 걷다 보니 걸음이 불편한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되어 버렸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에 평범한 통나무로 만든 의자.

이런 곳에서 드라마를 찍었음직한 멋진 곳이다.

제주도에 가면 쉬리의 언덕이라고 있던데

드라마에서 연인이 앉았던 곳이라해서 유명했다.

이 곳에서도 드라마 한 번 찍으면 사람들이 몰릴 것 같다.

사람들 많이 몰리면 절벽길이 훼손될까봐 차라리 그냥 두는게 낫겠다.

 

길을 가다가 이 아름다운 곳에서 눈꼴 사나운 모습을 보게 된다.

누군가 소주병들과 쓰레기가 잔뜩 있는 비닐 봉토를 길 숲에 버렸다.

쓰레기의 종류로 볼 때 분명히 혼자 오진 않았을 것이고

단체로 와서 버린 것임에 틀림없다.

여럿이 있으면 하늘도 범죄도 무서운 것이 없다.

 

한참 절벽길을 걷다가 문득 길가에서 군 통신용 케이블이 보이기에

이 곳이 초병들을 위한 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콘크리트 건축물이 얼룩덜룩한 초소였다.

전국에 해안가 초소들을 위해 만든 길이 트레킹하는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절벽길 끝에 쯤에 무덤인 듯한 덤불들이 둥그렇게 모여 있어

혹시 그 안에 참새무리가 있을까 기대했는데 덤불은 조용했다.

혼자 여행을 다니면 온갖 상상을 다 하며 다닌다.

둘이 같이 다니면 때론 이야기에 정신팔려 길을 놓칠 가능성도 많다.

 

길에 앉아 잠시 쉬는데 동네 어른들이 나무 지팡이를 잡고 마주 오며

이 동네가 좋다고 자랑하며 인근 산에 올라가면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며

우리를 유혹한다.

 

바다를 인접한 한적한 길. 나같이 바닷가를 걷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바다에서 낚시를 즐기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길은 틈만 나면 우리를 숲으로 인도한다. 다른 숲처럼 죽죽 뻗은 리기다 소나무보다는

해풍을 막기 위해 심어 놓은 소나무들이 울울창창해서 좋다. 어느 곳에서는

얼기 설기 춤추는 나무들이 있어 좋고, 그 나무들이 내가 가는 길에서

그림자 춤을 추는 모습이 좋다.

 

그렇게 숲을 지나다 보이는 파란 바닷가. 조금도 지루할 줄을 모르고 걷는다.

그런가하면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 하얀 갈매기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것으로 보아

먹이가 많거나 혹은 그 부분이 수면이 낮은게 아닐까 생각한다.

 

물빛도 수면의 깊이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깊은 곳은 더 파랗고  바다 한가운데라도

수면이 낮은 곳은 파란 색의 농도가 짙다.

 

벤치에 앉아 쉬다가 바다를 보는데 문득 바다의 일부분이 물이 휘돌고 있다.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분명 물이 회오리치고 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서서히 회오리현상이 사라지더니 평평해 졌다.

이상하다...왜 그랬을까?

 

길게 이어진 길이 해변을 따라 구비 구비 이어진다. 가끔 작업용 소형차라도 다니는 듯

길이 잘 닦여 있어 편하게 걸을 때도 있다. 그리고 경치가 좋은 곳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펜션이 들어 서 있다. 이 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것이 어디든 펜션을 세우면

탁 트인 바다의 경치는 거저 얻을 것 같다.

 

평일인데도 바닷가 어느 펜션에 지난 밤을 지낸 듯 사람들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그런데 이 펜션의 모습이 유독 다른 곳과 다르다.

넓은 대지에 버섯모양의 단독가옥을 많이 가지고 있고 단지 내에도 조경을 잘 해 놓아

펜션 투숙객들이 많이 좋아할 것 같다.

 

첫 목적지인 용현해라우지 마을이 멀지 않았다. 마을의 앞바다에는 가마우지같이 생긴

새가 천천히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고 있다.

조용한 마을. 해변에 화단을 만들려는지 흙을 무더기로 쌓아 놓았다.

이런 것들이 걷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으면 좋겠다.

바닷가에 어떤 이들이 돌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기에 물었더니

예쁜 돌을 찾는단다. 바다가 오늘 예쁜 돌 몇 개를 도난당하겠구나.

 

바닷가에 제주도에서 보던 석방렴이라는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자연형 고기잡이 틀이다.

해변에 낮은 돌담을 쌓아놓고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하여

고기를 뜰채로 잡는다. 참 편한 방법이네.

 

홍현마을에서 다음 마을로 가는 길에 해변 둑에 줄을 걸어 놓아 어쩔수 없이

위험한 세멘트 둑을 걸어야만 했다. 겁많은 사람들은 아마 매번 줄 밑으로

엎드려서 걸었을 것이다.

 

어촌으로 들어오니 어부들이 트럭 뒤에 있는 크레인을 이용해 그물을 정리하는데

보기만 해도 육중한 그물이 그들을 안스럽게 한다. 트럭 운전수의 얼굴을 보니

외국인이다. 이젠 이런 힘든일들은 모두 외국인들이 한다.

 

해변에 홍합을 양식하는 커다란 물건들이 세워져 있는데 징그러울 정도로

홍합이 많이 붙어 있다. 아직 시장에 내 놓을 만큼 크지 않아

바다에 끌고 나가 더 키울 모양이다.

 

바다 끝에 외부에 나무조각으로 장식을 해 놓은 작은 카페는 보기가 불편한 정도로

어수선하다. 이런 것도 작은 볼거리가 되겠지.

 

바래길 떠나기 전에 인터넷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찾으니 달품이라는 곳이 있어

전화해 보았더니  여자만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라고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화장실이 하나 밖에 없어 그렇게 했다 한다. 여자들끼리 여행하는 사람들은

추천할 만 하다.

 

바래길은 어디를 가나 푸르름이 가득하다. 바닷바람을 맞아 다른 시금치보다 더

납작 엎드린 시금치와 타 지역의 파보다 더 얼기 설기한 쪽파들.

누군가 바람이 센 곳에서 자란 시금치가 맛있다는데...

 

월포 두곡해수욕장까지 걸었는데 바람불고 추워서인지 땀은 많이 안나지만

발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둑 밑에 앉아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을 바다쪽으로 향하게 하니

발가락 사이로 바람이 솔솔 스며드는 것 같다.

혹시 물집잡힐까봐 바세린을 잔뜩 바르고 출발하다가 계속 더 갔다가는

점심 먹을 장소를 찾지 못할까봐 해수욕장에 문열린 식당에 들어가

바지락 칼국수를 시키니 바지락이 모두 냉동바지락 같기에 생각해 보니

이제껏 걸으면서 남해에 갯벌을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감자를 오랜시간 같이 끓여서인지 국물은 맛이 있었다.

 

바래길은 웬만한 산길에는 모두 굵은 밧줄로 만든 망을 깔아 놓아

비가 오나 눈이 와도 편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마 비탈길이 많으니 비가 오면 좁은 길이 나있는 부분에 물이 고여 걷기 어려우니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듯 했다.

 

지도에는 용소폭포로 거쳐서 가기로 되어 있어 폭포로 가기 위해선

틀림없이 또 산으로 올라가겠지 하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는데

이정표에는 폭포가는 표식이 전혀 없다.

 

마을길이 끝나고 미국마을로 가는 찻길로 나와 걷다가보니 미국마을 팻말이

사라져 버렸기에 안내센타에 전화걸어 길을 확인하고는 길을 건너 다시 숲길로 접어 들었다.

이정표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도심의 이정표도 초행길을 가는 이들이

이런 이정표 때문에 고생할 때가 많다.

 

노견도 없는 차도를 걷다가 호젓한 산길을 걸으니 우선 마음이 놓인다.

한참 숲속을 가다가 멀리 보이는 곳에 이상한 무덤이 보인다.

커다란 무덤과 그 둘레를 완전히 녹색천으로 덮어 놓았다.

이러면 편할까? 도무지 이건 아니올시다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계절별로 가꾸지 않아도 늘 깨끗해 보이니 보기 좋고

손이 가지 않으니 편하겠지. 그럼 후손들이 가끔 산소 손질 겸 해서

부모님 보러 오는데 그럴 필요도 없으니 별로 오고 싶은 생각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어쩌랴 자기 멋에 사는 것을.

모두 후손들이 합의했으니 그렇게 만들었겠지.

 

미국마을이 보인다.

잔뜩 기대를 했다.

혹시 미국식의 카페나 펍 그리고 스테이크를 팔지 않을까?

미국을 여기 저기 많이 다니면서 본 작고 아담한 집들이 여기 있을까?

 

그러나 미국마을의 위에서 내려 오며 보니

그런 내 즐거운 상상은 그냥 상상에 불과했다.

그냥 그런 펜션들과 가끔 서너개 정도 조금 미국식 같은 집.

이 근처에서 학생들이 극기 훈련을 하는지 반바지와 웃통을 벗은 채

용문사 가는 길로 올라가고 있다.

여름에 오면 이 곳의 꽃들이 피면 보기 좋을 것 같다.

 

카페가 하나 보이기에 혹시 하고 들어갔으나 전형적인 한국카페였다.

여자 혼자 운영하는 듯, 미국마을의 탄생과 현상을 재미있게 얘기해 준다.

그리고 손님없는 시간에 만들어 놓은 자수를 벽에 걸었는데

아주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워 눈이 간다.

 

미국 마을에도 승용차로 가족과 함께 관광을 오는 사람들이 많다.

마을 입구에 자유의 여신상 동상이 있고 미국마을에 대한 안내판이

크게 붙어 있으나 별로 흥미를 못 느꼈다.

 

바래길 지도에 미국마을 가기전에 용문사를 거쳐 가게 되어 있는데

이 것도 아까 용소폭포같이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그냥 패스하게 되어 있다.

 

미국마을을 내려와 어촌으로 다시 가니 조금 전에 보던 모습하고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인적없는 한적한 어촌, 쓰러져 가는 집들. 앞에는 이끼 낀 바다.

바다 건너편에 내가 걸었던 반대편 해안이 보인다. 오늘도 많이 걸었네.

타박 타박 걷는 길이 천리를 가고 있다.

 

원천마을로 향하는 길에 길가에 이상한 물고기를 반을 갈라 널어 놓았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마침 어떤 이들이 고기를 널고 있기에 물어 보니

물메기라 한다. 주로 해장할 때 먹는데 마치 물텀벙이 같단다.

 

원천마을의 숲을 지나다가 오늘 밤 어디서 자야 할 지 걱정이 되던 차에

바래길 안내센터 표시가 있어 찾아갔다.

이 곳에 오기 전에 전화로 미리 길 안내를 받았고

걸으면서도 길을 헤매일 때 가끔 전화했기에 귀에 익은 목소리의

여자분이 마중을 나와 따뜻한 유자차를 한 잔 권한다.

 

그리고 이 곳 원천마을에서 2코스 종점인 벽련까지는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걸어야 하니

차라리 오늘은 그만 걷고 3코스 중간 지점의 상주해수욕장에서 민박을 하고

내일 3코스를 역으로 걸으라고 추천한다.

 

그렇게 하자 하고 안내자의 차로 상주해수욕장으로 와 고래게스트 하우스라는 곳을 찾았다.

이미 몇 명이 체류하고 있는데 우리같이 걷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친구와 배낭을 방에 들여 놓고 천천히 마을길을 산책했다.

고운 모래의 넓은 백사장을 보더니 친구가 하와이보다 더 좋다고 감탄한다.

하긴 길을 걸으며 본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좋은 것 같다.

여름에 사람도 많이 몰리는 듯, 안전센터도 있고, 솔밭에서 텐트생활도

가능할 것 같다.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도 좋고 주위의

식당들도 많아 불편함은 적을 것 같다.

 

마침 해수사우나탕이 있어 목욕이나 할까 했더니 일찍 문을 닫고

아마 겨울엔 손님이 없어 찜질방도 영업을 하지 않는단다.

그 목욕탕 앞에 검고 배부른 염소가 새끼 두마리와 함께 놀고 있다. 

 

이 곳의 특산물인 멸치쌈밥을 파는 식당이 많고 우린 동네길을 걸으며

간단히 저녁을 먹고파 국밥집에 들어갔는데 주인여자분의 말투가

이북말씨라 호기심 발동. 감자탕을 시켜 놓고 많은 북한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두워 진 뒤에 숙소에 오니 이미 투숙객들을 위한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주로 커플로 온 젊은이들. 그 중 내 앞에 태국 젊은이가 있어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인은 이 들에게 무료로 광어회와 고기와 물메기탕을 제공했다.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우린 방으로 들어갔는데 젊은이들은 거의

새벽 5시까지 시끄럽게 놀고 있었다.

 

그래서 새벽에 일출을 보러가자 했는데 모두들 간다 하더니

아침에 차려입고 나온 사람은 우리 일행과 태국인과 그 친구.

주인을 깨워 산으로 올라가니 막 먼동이 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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