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누님에 대한 감사의 회갑연

carmina 2015. 4. 6. 21:36

 

<<이 글은 2009년 나의 누님 회갑연을 제가 열어주며 감사의 글을 써서 드린 것입니다.>>

 

 

 

오늘 이렇게 와주신 모든 형제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드리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우리 누님의 회갑을 축하드립니다.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오늘의 우리 누님 회갑을 왜 몇 명의 동생들중에 4째가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은 어떠한 형제들간의 질서나 명분 그리고 실리 내지는 부담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냥 내가 해 드리고 싶은 순수한 마음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이런 내 결정과 행동은 내 어린 시절 누님의 도움으로 지켜 온 기독교 신앙의 믿음에 따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내 어린 시절, 혼자 교회 다닐 때, 부모님이나 형님들이 내가 교회다니는 것을 모두 못마땅하게 생각했을 때 오로지 누님만이 나를 두둔해 주셨고, 중학교 올라갔을 때 내가 찬송가가 없어 다른 친구들 보기 챙피했을 때 누님이 어느 날 내 머리맡에 찬송가를 한 권 사주셨지요. 그 때의 기쁨을 아마 아무도 모를 겁니다.

 

불행히도 그 찬송가는 비에 젖어 못쓰게 되었지요.

내가 성경찬송가를 들고 교회를 가는 모습을 보이면 외출금지가 되니까, 교회 가는 길 골목에 있는 굴뚝 밑에 성경찬송가를 흙 속에 파묻고 두고는 교회 갈 때 가지고 가고 끝나면 다시 파묻었는데 어느날 밤 비가 와서 다음 날 가보니 그 성경찬송가가 모두 비에 젖어 앞뒤가 너덜 너덜했었죠. 그걸 들고 얼마나 통곡했는지..

 

중학교 입학시험 떨어지고 마루에 누워 펑펑 울 때 그토록 갖고 싶던 농구화하나 사 주신게 얼마나 고맙던지.. 그리고 중학교 입학하니 지금도 이름이 기억나는데 아피스라는 만년필도 사서 선물로 주셨지요.

 

대학 축제때 용돈이 없어 궁하면 힘들게 노동하며 애써서 번 돈을 몰래 제 주머니에 몇 천원 챙겨주시며 잘 놀다 오라고 내 어깨를 두들겨 주신 일들

 

논산훈련소에 입소해 처음 누나 편지 받고 편지 봉투 뜯어보지도 않고 누나 이름만 보고 얼마나 펑펑 울었던지..

 

우리 부부가 맞벌이하느라 우리 2 살짜리 다움이 돌보기가 어릴 때, 그 먼 곳에서 다움이를 돌봐주시고, 때론 철없는 제 아내의 일에 대한 욕심 때문에 우리가 아들 데리러 가지 못하면 데리고 오시기도 하는 그 정성을 어찌 이런 간단한 회갑상 하나로 갚을수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네요.

 

 

..

 

그런 누님을 평생의 배필로 맞아 주신 매형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느 날 우리 집에 하숙생으로 들어 온 청년이 얼마나 술고래던지, 내가 좋아하는 누님이 술고래랑 결혼하는게 싫어 내가 객기도 부리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매형처럼 평생 우리 누님을 행복하게 해준 분도 없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 우리가 직접 장만한 음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정성으로 마련한 것이니 맛있게 드시고 즐겁게 놀다 가시기 바랍니다.

 

내년 초 쯤엔 다음 달 이사가는 새로운 집에서 다시 집들이할 것을 약속하며..

 

누나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