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동작구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자원봉사

carmina 2015. 4. 25. 08:21

 

 

2015. 4. 24

 

국내 어느 대기업이나 여기 저기 복지시설이나 노숙자센터 등

정기적으로 봉사팀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 회사도 역시 그런 봉사 플랜이 있었는데 지난 1년간 내게

한 번도 기회가 오지 않았다가 오늘 마침 전일 봉사에 투입되었다.

 

약 20명으로 예정되었는데 12명 정도 인원이 참여했다.

아침에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출근시간 다른 사람들 양복입고 비좁은

전철안에서 달랑 달랑 매달릴 때 나는 사복입고 여유를 부렸다.

 

동작구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요즘은 어느 곳이나 외국이주자들이 많다.

특히 내가 사는 부천은 더욱 많은 곳이다.

외국여성과 결혼한 한국남자들이 가정을 꾸렸으나

결혼이민으로 온 외국여성들이 한국생활에 익숙하지 못해

구청에서 각종 지원을 해 준단다.

한글도 가르쳐 주고, 아이들도 돌봐 주고 그 들만의 공간도 마련해 준다.

 

오늘 봉사는 구청에서 그 들만의 공간을 마련해 주고 우리 회사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편하게 쉬고 보육시설도 갖춘 도서관을 기증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이 팀을 이루어 노력 봉사를 한다.

 

봉사조끼를 입고 지원양식을 작성하는데 앞으로 봉사도 시스템에 등록된다며

VMS 라는 곳에 가입해야 한단다.

도서관을 꾸미는 곳이라 해서 내 책을 하나 기증했다. 

 

4층 건물의 지하에 허름한 공간에 인테리어를 새로 바꾸기로 했다.

긴 머리를 끈으로 묶은 남자 목공이 어느 정도 책장들을 만들어 놓았다.

어린이들이 사용할  책장들이기에 모서리를 모두 사포로 문질러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방진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 작업 시작.

 

나는 만들어 놓은 책장들을 서로 못으로 붙이는 작업을 했다.

요즘은 이런 목공일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전동공구들이 많다.

공포영화나 액션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못을 박는 기계

전동 드라이버, 전동 톱. 조임기 등등

 

편한 도구가 있는데도 그것도 쉽지 않다.

전동드라이버로 못을 박아도 힘이 필요했고 기술이 필요했다.

책장을 조립할 때 정확한 맞춤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목공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적당한 곳에 못을 박아야 했다.

좁은 공간에 목공일 하느라 먼지가 자욱하다.

그래도 누구하나 짜증내는 이가 없다.

 

그래도 하나 하나 맞추어 가고 어수선했던 공간들이 서서히 넓어져 간다.

불과 두시간 전만 해도 하루 종일 일해야 할 것 같던 작업량이

청소만을 남기고 대충 정돈되었다.

그리고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각종 마무리 작업들이 남아 있어

구석 구석 손이 많이 간다.

 

옥상에는 아이들이 놀수 있는 공간과 작은 카페가 있고

기부받은 아이들 옷들을 1000원 2000원에 싸게 팔고 있는데

이 곳에도 이주민가족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 놀고 있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다시 마무리 작업을 하고

내부 인테리어 작업하느라 밖에 내 놓았던 장난감 그리고 책들을

모두 먼지를 닦아내고 다시 정리하니 어느 덧 멋진 공간이 되어

보는 내내 흡족했다.

 

사람들이 몰려 든다.

아이들을 데리고, 얼핏 보기에도 모두 외국인 며느리들..

할머니와 같이 온 가족들도 있고..

 

원래 우리 회사 사장님이 오셔서 축사해 주기로 했는데

안오셔서 연장자인 내가 대신 축사하고 현판식을 대신했다.

 

평생 이렇게 남을 위해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장 기분 좋은 노동.

내가 가진 것을 놓지 못해,

쌓아 놓은 것을 버리지 못해

거의 쓰지도 않은 물건들을 처분하지 못해

덩치만 커진 우리 삶.

 

어느 날 모든 것 다 버리고 코이카같은 단체를 통해

홀연히 그런 봉사를 위해 나라를 떠나고 싶기도 하다.

 

이런 꿈을 누구에게 이야기하면

왜 한국에서 하면 안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에선 가족이나 사회생활 등 익숙한 주변 환경이

오히려 봉사에 부담이 될 수 도 있다.

 

축사할 때 내가 한 말.

나를 세상에 보낸 이는 내가 잘 살기 위해 보낸게 아니라

나를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헌신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금 여러분은 봉사 받는 입장이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남을 위해 사는 것도 생각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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