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호스피스 병원에서의 가족 음악회 (2009년)

carmina 2015. 4. 6. 21:56

 

 

2009년 12월 26일.

 

한달 전부터 합창단 친구가 내가 지넌 여름 봉사를 다녔던 호스피스 병원에서  가족음악회를 같이 하고 싶다고 제안이 왔다. 나는 물론 즉시 쌍수들어 환영했다.

 

우리 가족들이 모두 음악 전공이기에 가능할 것 같다고..

그런데 내 걱정은 과연 우리 가족들이 이런 아빠의 바램을 들어 줄 수 있는지...

아이들에게 사정사정해서 허락 받고는 얼마나 기뻐했던지..

 

가족음악회.

얼마나 바라던 일이던가.

아니 가족음악회는 커녕 부부가 노래해서 CD 하나 만들고 싶다고

오래전 부터 소망했지만 늘 번번히 거절당했다.

그렇게 할려면 별도로 레슨받고 또 술도 끊으라고..

늘 그렇게 답변이 나오면 할 말이 없었다. 

어디가서 나서기를 몹시 불편해 하는 아내의 본능에 내 소망은 그냥 소망에 불과했었다.

 

친구네 가족과 한번 같이 연습하고..

우리 가족의 레퍼터리는 아들의 피아노 연주

딸이 엄마 반주에 맞추어 연주하는 바이올린

그리고 부부의 이중창과 아들의 플륫 그리고 딸의 바이올린 반주

우리 부부가 이제까지 제대로 맞추어 부르는 노래는 지난 25년간 하나 밖에 없다.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  왜 이런 것에 인색해 하는지 아마츄어인 나는 늘 불만이다.

 

 

지난 11년간 다닌 교회에서 알아주는 부부음악애호가인데 둘이 예배시간 특송을 한 번 밖에 안했다.

생명의 양식

어쩌다가 친척이 결혼하는 일이 있어 둘이 노래하면 '생명의 양식'

장인어른 목회시에 교회에서 둘이 특송하게 되면 '생명의 양식'

 

우리에겐 아직도 이 노래 하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비록 오늘도 '생명의 양식'이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행복하다. 아들과 딸이 같이 연주했으니..

이른 아침에 먼곳까지 차로 달려가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봉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예배시간에 부른 '생명의 양식'

내겐 맛있는 빵같이 멋진 양식이었다.

 

 

 

아들이 피아노치는 모습과 딸의 바이올린 연주가 나를 너무 행복하게 했고,

우리 가족이 앞에 나가 함께 노래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 가족이 아빠의 이런 마음을 알까?

 

 

 

앞으로 이런 기회를 자주 가질 수 있을까?

이제 시작이니... 할 수만 있으면 기회가 자주 왔으면 좋겠네.

가난하게 살아도 가족이 같이 노래 부르고 화음맞추며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는 유난히 연말에 행복한 프로그램이 많구나. 좋다..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