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서울시향 연주 (2010)

carmina 2015. 4. 6. 21:45

 

 

 

서울시향의 연주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유명한 국가교향곡 "나의 조국" 전곡을 연주한다. 그것도 체코의 20대 신예 젊은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고

자기 나라의 대표적은 곡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제대로 표현하고자 한다.

 

대개 이 곡은 많은 이들이 전체 6악장 중 2악장의 몰다우만 기억하지만 평소에 거의 듣지 못하는 전 악장을 들을 절호의 기회.

 

어느 작곡가나 자신의 나라를 가장 잘 표현하는 곡을 쓸 때 그 나라의 전통 민요를 충분히 반영할 터. 그리고 그 리듬은 그 나라에서 어릴 때 부터 자라온 사람들만이 표현할 수 있을텐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그럼 충분히 가능하겠지. 그걸 기대해 보자.

 

얼마전 외국합창단이 부르는 경복궁타령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음이야 맞고 박자는 맞지만 그 어디에도 우리나라 전통민요의 흥은

찾을 수 없었다. 얼쑤 하고 나오는 흥과 어깨춤의 흥.

 

2대의 하프로 표현되는 잦은 물결의 리듬으로 시작해서 인공위성에서 촬영하는 카메라가 천천히 체코의 체코의 유명한 성인 뷔세라드를 비추어 주며, 성을 통해서 보여지는 체코의 역사들이 여러 악기로 들려진다.

 

그리고 익숙한 리듬으로 들려오는 2악장 몰다우 (체코사람들은 몰다우를 불타바로 부른다).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 멜로디를 작곡하는 것은 능력일까? 우연일까?

 

계속 이어지는 3악장 4악장 모두 체코의 역사와 풍경을 보여주는데 때로는 지휘자가 발로 손으로 보여준다. 때로는 껑충 뛰기도 하고 때로는 전통 춤의 리듬을 보여주듯 스텝을 밟는다.

팔을 크게 벌려 지휘하는데 내 느낌에 저 팔이 더 길어서 오케스트라를 다 감싸 안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한다.

 

보헤미안으로 대표되는 체코의 유랑민족.

그 따뜻한 이름 보헤미안. 포탈사이트에서 내 아이디이기도 한 이 단어는 늘 나를 편안하게 한다. 음악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민족. 욕심이 없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사는 민족.

 

그런 것들이 현의 긴 리듬 그리고 빠른 박자로 표현되고 피콜로, 플륫,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혼, 트럼펫 등 관악기로 표현된다.

 

좋다.. 내 안에 음악이 들어와 있다.

 

차라리 연주자를 보느니 예당의 천정을 보며 그림을 그리며 이전에

유럽연주여행시 보았던 체코 프라하의 백탑과 불타바강을 추억해 본다.

 

지휘자는 전 곡을 암보로 지휘하고 있다. 이미 그 곡은 지휘자의 머리 뿐만이 아니라 온 몸에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작은 포디움을 커다란 축구운동장같이 사용하며, 다른 지휘자들 같으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지휘하면 땀도 많이 흐를터인데 이 지휘자는 땀 닦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합창석에 앉아 가까이 보고싶은 충동을 느낀다.

 

클라리넷의 연주가 일품이다.

 

연주가 모두 끝난 후 현악기의 각 수석들에게 일일이 다 악수하고 더블베이스의 악장에게 까지 가서 악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제껏 더블베이스악장에까지 인사하는 지휘자를 보지 못했다.

(나만 그런가?)

 

분명 케이블티브이에서도 2악장 밖에 보여주지 않을텐데 쉽게 접할 수 없는 전곡 연주를 들었다.

 

연주 전 예당 앞의 "누들"이라는 음식점에서 먹은 베트남국수의 국물처럼 그리고 같이 곁들인 고수라는 쌉쌀한 맛의 야채처럼...

 

멋있는 음악을 즐겼다.

  

행복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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