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메시아 원전 연주

carmina 2015. 4. 6. 21:32

 

2008년도 참가하였던 메시아 원전연주 기록입니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파 등 옛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정격음악(authentic music), 고음악으로도 불린다. 현대악기와 연주법으로 변질된 옛 음악 본래의 순수성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몇 년 전 교회에 새로 부임한 지휘자가 독일에서 막 귀국한 성악가로 주로 바로크 음악을 전공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울러 그의 개인 콘서트에도 가보았는데 역시 창법이 일반 성악전공자와 다르다.  마치 미성을 자랑하는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그런 이가 어느 날 저녁에 전화를 하고는 메시아 원전연주를 하는데 메시아 원어연주해 본적이 있으니 도와달라 한다.

 

나로서는 영광이지. 그런 연주에 연주자로 초대받았으니..

 

인터넷 검색해보니 고음악 페스티발 기간 중이다. 지휘는 비올라 다 감바연주자로 한국에 온 벨기에 출신 지휘자 필립프 피에블로.

 

우리 합창단원 2명을 더 대동하고 연습에 동참했는데, 그 어려운 대곡을 연습하는데 20명 남짓한 단원이 거의 무반주로 연습중이다.

거의 성악이 전공자이고 외국여자도 한 명 보인다. 독일대사관에서 일하는 앨토파트 아가씨. 바흐 솔리스텐 단원이라 한다.

소프라노 소리도 이런 음악을 많이 연주해 보았는지 소리도 맑고 앨토 또한 지휘자가 거의 지적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음을 구사한다.

 

연습은 불과 4번. 난 그 중 한 번은 빠져야 했고..

그래도 가능할까?  합창 음악은 연주자가 아니라 지휘자가 만들어 가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처음에는 연습지휘자가 가르치다가 마지막 2번 연습에는 작은 연습용 쳄바로를 반주하는 외국인과 함께 벨기에 지휘자가 직접 가르쳤다. 그런데...음을 하나 하나 풀어가는데 확실히 여느 지휘자와 다르다. 발음도 다르고, 리듬이 다르다.  리듬이 춤을 춘다. 음악이 살아 있다.

 

어쩌면 지휘가 저리 여유가 있을까? 작은 목소리로 영어로 설명해 주는데 어떤 부분에선 도무지 베이스가 느낌을 못 따라주는지 포기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휘를 계속 지우개가 달린 노란색의 연필로 가르친다. 특별히 메모를 하는 것도 아닌데..

 

공연 전날은 연대 채플에서 연습했다. 악기들이 조금 다르다. 모두 고악기라 한다. 첼로를 연주하는 여자의 모습이 이상하다. 첼로의 받침대도 없어 첼로 몸통을 양다리로 꼭 끌어안고 연주한다. 저런 자세로 긴 곡을 연주하면 힘들지 않을까?

 

물어보니 바이올린도 첼로도 현재의 악기와는 조금 다른 바로크스타일의 악기라 한다.

 

공연 당일.

 

남대문 교회는 이런 고음악을 연주하기에 딱 좋은 구조로 되어 있다. 올해 새로 설치했다는 파이프 오르간의 모습도 보기 좋고, 실내에 울림이 참으로 좋다.

 

이상하게 생긴 피아노가 보인다. 저게 뭘까? 궁금증. 포지티브 올갠이라 한다. 이동용 올갠. 소리는 크지 않지만 마치 쳄발로 같이 작은 피아노역을 하는 올갠이다.

 

지휘자는 여전히 낡은 옷에 지휘봉도 연습 때 사용하던 연필을 사용한다. 외모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음악에만 신경쓴다고 해야 하나?

 

소프라노 솔리스트의 발음에 지휘자가 자꾸 주의를 준다. 그런데 도무지 지휘자의 요구를 따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몸에 배어버린 탓일까?

 

메시아가 작곡되던 헨델의 시기에 메시아는 오늘같이 대곡은 아니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많은 인원이 연주하고 큰 소리로 연주해야 좋은 연주라고 일반인에게 평가받지만 당시에는 불과 몇 명의 합창단이  연주하는 곡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비록 일부 곡들이 빠진 메시아 전곡 공연이지만, 원전연주의 맛을 느낀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