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30
뮤지컬이란 단어가 일반 뮤직보다 발음상에서 더 움직임이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어학적인 뜻으로는 단지 뮤직의 형용사적인 표현인데...
뜻으로는 음악적인, 음악같은, 음악에 관한 등등..
그런데 뮤지컬이란 단어를 들으면 반드시 음악이 살아 움직여야 할 것 만 같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뮤지컬이란 단어는 그냥 노래하면 춤추는 음악극의 명사가 되었고
뮤지컬이라 하면 실제 사전에 있는 뜻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정통 클래식하는 성악가들이 뮤지컬을 한다고 하면 우선 뉴스감이다.
왜냐하면 일반 클래식보다 뮤지컬은 한 단계 낮은 레벨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때문에..
오래 전 대학 성악과 교수가 대중가수와 가요를 이중창으로 불러
그 교수는 학교에서나 성악가들의 비난에 곤욕을 치루어야 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젠 어느 성악가나 TV프로그램에 나와 유행가를 멋들어지게 노래하는 것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일반 시립합창단에서 뮤지컬만을 단독으로 레퍼터리로 공연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부천시립합창단이 이번에 그런 역할을 해 냈다.
공연타이틀도 마치 일반인들이 세속적인 가요공연을 하는 것처럼 뮤지컬 나이트.
파격적이거나 자극적이 아니면 통하지 않는 것일까?
그래서인지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부천시민회관도 예년과 다르게
표를 구매할려는 사람들이 시민회관의 밖에까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오늘은 뮤지컬이 더 크게 한턱 내었다.
부천필 오케스트라까지 동원해 대형 버라이어티 쇼를 만들었다.
뮤지컬 영화의 대명사인 '사운드 오브 뮤직'의 귀에 익은 주요 레퍼터리를
오케스트라의 흥겨운 멜로디로 시작된다.
영화의 첫장면부터 마지막장면까지..
그리고 귀에 익은 주요 레퍼터리들,
아이들이 앙증맞게 부르던 굿나잇 송, 도레미 송, You are 16, 에델바이스 등등..
그리고 등장한 합창단원들.
산뜻한 코발트 빛 드레스에 남자들도 아이보리 예복에 코발트 색 보타이로 멋을 냈다.
축하 파티에 온 듯한 단원들이 모습만 봐도 즐겁다.
지휘자는 전반부는 주로 미국적인 뮤지컬을 할 것이고
후반부는 영국과 프랑스의 뮤지컬을 선보일 것이라고 안내한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번스타인이 미국식으로 작곡한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익히 듣던 마리아와 토니의 이중창이 소프라노와 테너의 이중창으로 멋지게 울려 퍼지는데
조금 안타까운 것이 마이크 시스템이 여느 유명 공연장에 비해 부족한 것 같았고
마이크를 들지 말고 헤드마이크로 진짜 뮤지컬 처럼 두손을 자유롭게 노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리고 지극히 미국적인 재즈 뮤지컬인 거쉬윈의 '포기와 베스'중 썸머 타임을
합창단이 오케스트라반주와 함께 노래하는데 이것도 오케스트라의 볼륨에 묻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거쉬윈의 또 다른 뮤지컬 '걸 크레이지' 중 '리듬에 맞춰'
남자 2명 여자 2명이 나와 유쾌하게 춤을 추며 노래한다.
느낌 상 뮤지컬의 배우는 동작에 인색하지 않은게 보기 좋은 것 같다.
절도 있게 그리고 조금 제스처가 크고 넓은 댄스가 더 보기 좋았다.
약간의 코믹한 연출도 보기 좋았고, 음악을 듣고 보는 관객들이 모두 좋아했다.
오즈의 마법사 중 '오버 더 레인보우'
대학로에 가서 일반단체들이 공연하는 뮤지컬을 보면
대부분의 배우들이 노래할 때 피치가 떨어지는 것이 확연하게 들려 아쉬웠는데
역시 성악가가 부르는 뮤지컬은 정확한 피치와 맑은 목소리 그리고
뮤지컬 창법으로 노래하니 참으로 듣기 좋았다.
인터미션 후 뮤지컬의 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웨버의 곡들이 펼쳐진다.
오페라의 유령 주제가를 합창단원들이 우렁찬 소리로 노래하고
크리스틴과 유령의 이중창인 '바램은 그것 뿐'
오페라의 유령은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보다 영화로 보여 주는 뮤지컬이
더 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천정의 샹들리에가 떨어지고, 지하 공간의 어두컴컴한 모습을 무대에서 하게되면
아무리 잘해도 초라해져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웨버의 대명사격인 뮤지컬 '캣츠'
미국 맨해튼의 브로드웨이에서 40년을 공연하고 막을 내렸다는 캣츠를
오래 전 아내와 미국 여행을 할 때 본 적이 있다.
예매하지 않고 즉석에서 저렴한 티켓을 구매했더니 무대의 바로 옆 자리라
배우들의 분장한 모습과 노래가 더 또렷이 들려 훨씬 좋았었다.
그 공연을 보기 전에 이미 한국의 대학로에서 하는 것을 본 적이 있기에
비교를 할 수 있었는데 미국의 캣츠는 배우들의 노래가 모두 전문성악가같은
발성이라 놀라웠었다.
특히 주제가인 'Memory'를 부를 때는 전율을 느낄 정도로 잘했었는데
오늘 부천시립의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이 곡도 또렷한 미국식 발음으로 얼마나 진지하게 부르는지
충분히 감동을 받았다.
성악가도 뮤지컬을 부를 때는 발성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일반 합창곡을 그렇게 노래하지 않았을텐데 노래할 때 끼가 보였다.
10년전부터 프랑스 뮤지컬이 음악애호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클로드 미쉘 쇤버그가 작곡한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등은
그간의 영국과 미국의 브로드 웨이에서 장기 공연했던 레퍼터리들을 바꾸어 버렸다.
레미제라블은 몇 년 전 뮤지컬영화로 상영되어 크게 인기를 끌어
사람들이 인기있는 곡들을 누구나 흥얼거렸고 인기곡은 패러디로 만들어
또 다른 인기를 얻었었다.
레미제라블의 곡 중 '나 홀로' 비록 열심히 노래했는데도
영화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고 음향효과가 부족해 깊게 와 닿지는 못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뮤지컬로 각색한 '미스 사이공' 중 '해 와 달'
둘이 노래하며 애틋한 장면을 극적으로 연출하니 참 보기 좋았다.
이제 피날레 '맘마미아'
80년대 초 스웨덴의 2쌍의 부부가 결성한 ABBA.
ABBA는 부부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그룹이다.
스웨덴이 ABBA의 노래들을 통해 얻는 천문학적인 수입 때문에
그들이 불화로 이혼하게 되었을 때 국가가 나서서 이혼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을 정도로 ABBA의 모든 노래들은 마치 마약같이 듣고 들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였었다.
그들의 이름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질 즈음에
그 들이 불렀던 노래들을 모아 가사도 바꾸지 않고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또 다른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곡을 합창단원들과 3명의 단원이 나와 영화에서처럼 멋진 포즈로
사람들을 흥겹게 만든다.
I have a dream 으로 시작해서 맘마미아, SOS, Take a chance me
댄싱 퀸, Thank you for the music, 워털루 그리고 다시 I have a dream으로
마무리를 하면서 비교적 적은 율동으로 노래하니 관객들이 그 율동을 따라하고 있다.
참 보기 좋은 모습이다.
앵콜공연으로 요즘 노래 좀 할 줄 안다는 가수들의 오디션프로그램에 자주 들고 나오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주제곡 '지금 이 순간'
역시 성악가가 부르니 유행가 가수가 부르는 것보다 훨씬 듣기 좋다.
이렇게 멋진 소리를 가지고 있는 합창단이 차라리 뮤지컬 공연을 하나 기획해
장기 공연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바램도 가져 본다.
멋진 기획과 공연을 펼쳐 준 부천시립합창원과 지휘자님과 관련자들에게 모두 모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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