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결혼식 유감 (1996년도 글)

carmina 2015. 6. 15. 14:35

 

 

오래 전 그러니까 1996년에 써 두었던 글입니다.

 

결혼식 유감.

 

고 3 수능시험이라고 늦게 출근한 날.
부서의  직원 한명이 결혼식을 한다고 단체로
회사 버스를 타고 우리나라 최고의 부를 자랑하는
청담동의 화려한 예식장으로 가는 길은
주변에 세계 유명 브랜드의 외제차들 전시장들이
즐비하고 그 가운데 부유층들의 자녀가 결혼하는
어느 예식장.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도 고급차에 외제차
들어오는 하객도 모두 귀부인 타입
신부는 모 항공사의 스튜디어스
예식장이 미모의 아가씨들로 무척 환하다.

 

그러나 정작 결혼식장의 단위에 있는
하얀색 그랜드 피아노가 두껑이 닫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예식 음악들을 모두 준비된
녹음으로 처리하고  신랑 신부 입장시는
바닥에 드라이 아이스가 깔리는 돈 들인 결혼식임을
자부한다.

신랑의 은사라는 분의 긴 주례가 끝나고 축가가 있단다.
그런 순서가 있긴 했구나.
어느 아가씨 둘이 나오더니 한 아가씨는 종이 하나 들고
피아노 앞에 앉고 한 아가씨는 하객들 앞에 섰다.
반주는 한국 가곡 *사랑*이란 노래..

탈대로 다 타시오...
그러나 어찌하랴  내가 듣기에 전주부터 틀리게 나오는데..
아니나 다를까 노래 부르는 사람도 첫 마디부터 호흡을 못
가다듬어 얼굴이 빨개진다.  이어지는 실수의 연속
노래가 나올 마디에 제대로 노래가 안나와 축가를 듣는
신부가 계속 찡그리고 있다.

신랑은 아는지 모르는지 흥분되었는지 무표정.

친구 축하해 준다고 나섰다가
너무 안절부절 못하는 걸보니 안스럽고.
그냥 1절만 하고 끝내지 2절하면서 또 틀리네..

 

아마 이런 신혼부부에게는 혼수품중에 멋진
오디오가 있을거야.  그리고  오디오를 위한 씨디나 음반은
다섯장정도 일꺼고.. 그 중에 하나는 오디오 살때 끼어 주는
테스트용 씨디.. 그리고 노래방용 씨디  그리고
길거리 싸구려 씨디... 몇장...

 

그래 결혼식이나 생활에서
이런것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있고
나처럼 중요한 사람도 있고
사는 방법이 다 틀린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