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국립합창단 공연 후기 (1996년)

carmina 2015. 6. 16. 10:32

 

(1996년 하이텔 고음동에 올렸던 글을 갈무리했습니다.)

 

1996-12-14 


국립합창단 연주


롯시니의 작은 장엄미사와 카르미나 부라나.
작은 장엄미사는 한시간20분가량 연주하는
petit grande였죠. (대충 자세히라는 말처럼)
petit 는 티코고  grande는 그랜져로 생각하면 되요.

 

어제  음악회는 대부분의 미사곡이 그러하듯이
좀 지루하다는 감정은 있었지만
전 워낙 그런 음악의 애호가라  지루한줄 몰랐습니다.

 

늘 씨디를 통해서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소리에
취하다 보니 가수들의 성량이 부족하고
극장 시설이 열악한 국내 실정에 조금 불만이었지만
그런대로 들을만 했습니다.


특히 미사곡중 앨토솔로의 소리가 무척 좋았고요.
10번째 곡이 아주 맘에 들어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가졌습니다.  두개의 후가로 편성된 이 곡은
내내 곡이 반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두대의 피아노와 한대의 올갠으로 편성된 미사곡 감상은 처음이었죠.
옆에서 같이 공연을 즐기던 전 국립합창단원에 의하면
이곡은  예술의 전당 개관기념으로 연주되었다 하더군요.

 

다른 기성합창단이 우리 귀에 익은  곡으로 레퍼터리를 장식해
관객들을 많이 모으고 호응도 좋지만
국립은 그런 레퍼터리보다는
창작 한국음악,  미사곡,  혹은 전문 합창음악으로만
레퍼터리를 구성하기에 관객이 적은건 어쩔 수 없지요


한 나라의 연주단체중에서 누군가는 이런 연주를 해야 하는 필연성을 생각하면
국립에서 십자가를 진듯한 인상입니다.
그래서 자랑스러운 겁니다.

 

인터미션후에 연주한
카르미나 부라나는 80인조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는데.
곡중 유명한 곡만 8곡을 발췌해서 연주하였기에 내내 흥겨웠습니다.
이곡은 국립합창단의 올해 최고의 레퍼터리였습니다.


늘 힘찬 팀파니소리가 듣기 좋은 곡이죠.
타악기로만 반주한 카르미나 부라나도 있긴 합니다.

10년전 외국 장기 근무시  처응 이곡의 씨디를
리스닝룸에서 시청하고 금방 맘에 들어 사들고는
너무 좋아서 몇번이고 들었던 기억이 있지요. 


우리가 평소 듣던 예사 합창이 아니었어요. 
가사도 그렇고 곡의 흐름도 마치 비틀즈나  대학가요제에서
*나 어떻게*를 외치던 샌드 페블즈  그리고 신중현의 *미인*처럼
오랜 장마끝에 잠깐 한줄기 햇빛같은 신선한 느낌을 주는 노래였어요.

몇 년전 멕시코에서 대학 연합 합창단이 부르는 카르미나 부라나 전곡
공연이 생각나더군요.


가득히 홀에 퍼지던 합창과 두번째 곡 연주시는 거의 들리지 않는
피아노(여리게)음악이 정말 좋았어요.
거기다 힘찬 남성 합창과 좀 특이한 발성의 솔로들까지...
 그때 단원중  대머리 여학생의 인상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다른 이들은 모두 악보에 파묻혀 있는데  그 대머리 여학생은
꼿꼿이 선채로 거의 암보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그 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죠.  실력이나 그런 외모도.....
그 여학생이 존경스러웠어요.

 

연주 성격상 앵콜은 없었지만 송년 음악으로는 제격이었고요.

아무래도 올해 연주회 방문은 이것으로 끝낼것 같네요.
년말에 업무때문에 도저히 시간내기가 어려울 것이 예상되기에...

올해 감상했던 많은 연주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가디너가 이끄는 몬테 베르디 콰이어의 B단조 미사와
OFF- BROADWAY의 STOMP공연입니다.
 
이젠 올해 음악은 크리스마스날 칸타타 연주만 하면 끝나죠.
특히 올해는 아름드리와 함께한 일년이 무척 좋았습니다.
작은 음악회를 통한 만남과 아름드리의 글들과 보이지 않는 정들..

그 모든 것들이 내년에도 계속되어지길 빌며...

여러분 저물어가는 한 해에 많은 아름다운 추억들 만들어 놓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