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강화도나들길

꽃 꽃 꽃 이야기꽃 (나들길 5코스)

carmina 2015. 5. 7. 21:01

 

 

2015. 5. 2

 

강화도 나들길 5코스.

 

늘 강화 나들길 토요도보만을 다니고 있는 나.

비록 토요일에 다른 일이 가지 못해도 일주일 내내 관심은 토요도보에 있다.

그런데...

이번 주는 공지가 올라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일년 사시사철 토요도보를 한 번도 빠짐없이 주관하는 이가

도저히 빠지지 못할 개인 행사가 있어 부득불 토요도보를 건너뛴다기에

전통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도와주기로 했다.

 

공지는 주관하는 이가 변함없이 올리고 리드는 내가한다고..

코스 정하는 것 중에 제일 고민이 점심인데 5코스에 몇 개 있으니 그리 정했는데

마침 일행 중에 코스중에 있는 좋은 음식점을 새로 소개하겠다고 나섰다.

강화도의 별미 젓국갈비.

언젠가도 한 번 강화 민통선 안에 들어가 먹어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무척 맛있었기에 두말않고 오케이했다.

혹시 같이 가는 사람 중 돼지고기 못 먹는 사람있으면 어떻게 할까 걱정하면서..

 

강화의 고려산 진달래 축제가 끝나는 즈음인데도

우리가 시작하는 5코스의 국화리 마을회관 인근에 고려산을 찾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조용하던 마을 입구에 먹거리 천막이 생기고

길을 걷는 우리에게 물건 사가라고 종용한다.

 

고려산 등산객들은 청계산 방향으로 올라가고 10명의 우리 일행은

5코스로 접어 드는 마을길로 들어선다.

늘 같은 코스로 걷던 길이지만 계절마다 주변환경이 달라 늘 새롭다.

아쉬운 것은 오래된 것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것으로 채워진다.

커다란 느티나무 옆 오래된 초가집이 사라지고 서울의 북창동에서 보암직한

멋진 이층집이 들어서고, 넓은 벌판 있던 곳이 평평해 지더니

급하게 조립된 듯한 가옥 하나가 뚝딱 세워졌다.

 

큰 소 한마리가 있던 축사에 작은 송아지 두마리가 우리를 두려워 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고, 커다란 흰 개는 이전에 지나갈 때는 짖어대더니 이젠 잘 안다는 듯

우리가 지나가도 잠잠하다.

 

숲길로 접어 든다.

겨울이 지나도 산성비로 낙엽이 썩지 않아 가을처럼 와삭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걸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길에는 군에서 청소를 했는지 아니면

바람에 날려갔는지 깨끗한 숲길이 있다.

 

성황나무가 있는 골짜기를 지나 숲길로 가는데 산악자전거를 탄 두 남자가

마주 오며 길을 비켜 준다. 이런 숲길은 바퀴가 빠져 쉽지 않을텐데

도전적인 용기가 가득하다.

 

5코스 중간쯤에서 고려산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에서

등산객들에게 음료수와 막걸리를 팔려는 사람이 길 한복판을 막고 있다.

반짝 장사. 그러나 목좋은 곳을 잡으면 몫돈을 만들 수도 있다 한다.

 

늘 걷는 길.

그 길에 오늘은 꽃이 가득하다.

이제 저물어가는 진달래는 물론, 모과나무꽃, 산딸나무, 명자나무꽃, 동백꽃,

철쭉과 연산홍, 이팝나무, 조팝나무, 애기똥풀, 데이지, 붓꽃, 등등...

포도나무 가지를 모두 잘라내었지만 그 곳에서 또 새로 순이 올라오고 있다.

아직은 안보이지만 이제 5월 중순 넘어가면 이 길에 산딸기가 가득할 것이다.

 

산을 내려와 마을길을 걸으니 잘 차려입은 도시 사람으로 보이는 아줌마들이

길에서 서성대고 있다. 분명 여호와의 증인들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접근안하지만 시골사람들 보이면 여지없이 선교지를 나누어 준다.

길가에 늘 보이는 좋은 집 마당에 오늘은 아저씨 한 분이 나와

정원을 다듬고 있다. 인사를 드리며 이집에 누가 사는지 궁금했다하니

너그러운 웃음으로 우리를 반긴다.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프로포즈가 없다.

 

길벗들이 삼삼오오 걷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무슨 말들을 하며 걸을까?

모두 다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만난 사람들인데

무슨 공통주제가 있기에 저렇게 종일 얘기에 꽃을 피울까?

이야기꽃처럼 이름이 많은 것도 없겠지.

도심속에 있으면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꽃들이 피겠지만

이 곳 길에서는 향기나는 이야기꽃들이 필 것 같다.

 

적석사의 낙조대 갈림길에서 모두 앉아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리더로서 여기서 쉬자고 한 것을 후회했다.

위에서 내려 오는 차량들이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제동을 밟아 자칫 공포감이나 브레이크 파열로 우리를 덮칠 수도 있는

환경인데..

 

고인돌에서 잠시 쉬면서 길벗 한 명이 멋진 구도의 사진을 연출한다.

마치 작품사진을 찍는 것처럼 일행이 고인돌 하나에 한 두 명씩 서서

촬영하는데 영화의 스틸처럼 작품이 나왔다.

 

오상리 고인돌 앞에 스탬프찍는 곳이 있는데

누군가 그 곳을 열어보고 깜짝 놀란다.

이름모를 까만 깃털의 작은 새 한 마리가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

아직 날지 못하는 어린 새 인듯 푸드득 거리지도 않는다.

모두 열심히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과자 부스러기를 넣어 주었다.

그리고 살그머니 문을 닫아 두었다.

혹시 다른 사람이 안 보면 좋으련만..

 

식사를 위해 들른 곳, 외내골 가든.

음식 평가 TV프로그램에서 음식 맛이 좋아 착한식당으로 선정했는데

그만 음식점 조경이 안 좋아 준착한식당으로 등급하락되었단다.

그래도 젓국갈비 맛은 일품이었다.

직접 만들었다는 두부도 맛이 있었고..

식사 후 옆의 원두막에서 쉬는 즐거움도 있었다.

 

원래 5코스는 내가면 소방서 앞으로 해서 덕산휴양림쪽으로 가게 되어 있는데

이 곳에 살고 있다는 길벗이 다른 길이 좋은 길이 있다며 적극 추천하기에

식당 뒤 언덕 산길로 접어 들다가 우리 모두 감탄했다.

 

강화 어디를 가도 이렇게 아름드리 나무들이 열을 맞추어 자란 곳이 없는데

적당한 간격으로 일정하게 심어 놓은 나무 숲이 너무 보기 좋았다.

누군가 개인 산에 조림을 잘 해 놓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 언덕을 넘어오니 황청리 낚싯터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났다.

덕산 팔각정에서 잠시 쉬고 덕산을 넘어가는데

인공적인지 자연적인 모르지만 누군가 잘게 부서진 솔잎으로

길바닥에 똬리를 몇 개 만들어 놓았다. 궁금 궁금.

 

덕산 숲에도 사람들이 손길이 뻗쳐, 집을 지어 시야를 좋게 하느라

나무가 사라지고 있다. 참 오랜 동안 다닌 길인데 지난 해 아시아경기대회때

많은 나무들이 사라졌고 이젠 개인 저택으로 나무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아직은 괜찮다.

더 손상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굿당에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말한다.

까르미나...오늘 참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