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32) 길가에 앉아서

carmina 2015. 5. 15. 12:27

 

 

길가에 앉아서 (김세환)

 

가방을 둘러멘 그 어깨가 아름다워
옆모습 보면서 정신 없이 걷는데
활짝 핀 웃음이 내 발걸음 가벼웁게
온 종일 걸어 다녀도 즐겁기만 하네
길가에 앉아서 얼굴 마주보며
지나가는 사람들 우릴 쳐다보네
라라라 라라라   ~     ~


가방을 흔드는 그 손이 아름다워
뒷모습 보면서 정신 없이 걷는데
늘어진 가로수 내 발걸음 가벼웁게
온 종일 걸어 다녀도 즐겁기만 하네
길가에 앉아서 얼굴 마주보며
지나가는 사람들 우릴 쳐다보네
라라라 라라라   ~     ~

길가에 앉아서 얼굴 마주보며
지나가는 사람들 우릴 쳐다보네
라라라 라라라   ~     ~

 

학창시절 무던히도 기타를 들고 다녔다.

중학생때 부터 형님이 가지고 있던 통기타를 치기 시작했으나

쇠줄 기타라 영 불편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누님이 나이롱줄 통기타를 사주셨다.

아직도 그 기타의 브랜드가  '몬타나'라는 것이 기억난다.

 

애지 중지하던 기타는 내 소중한 자산이 되고

친구들과 놀러가거나 혹은 학교 행사가 있으면 늘 기타를 쳤다.

그러나 내게 기타는 노래를 부르기 위한 화음 반주를 할 정도 수준 밖에 안되어

전문가의 길을 걷지는 못했다.

기타는 단지 내 노래를 위한 반주 도구였으니..

다른 사람들이 칠 때에 비해 내가 치는 것은 조금 터프해서 싱얼롱하기 좋았다. 

 

대학캠퍼스에서도 친구들과 잔디밭에 앉아 노래를 부를 때

여학생들 지나가면 이 노래를 불렀고

기타를 어깨에 걸치고 혼자 여행떠나기를 자주 하고

길을 걷다가 보헤미안처럼 길가에 앉아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지금도 트레킹을 하다가 잠시 길가에 앉아 쉴 때면 혼자 흥얼거리는 노래.

 

윤형주 작곡으로 알고 있는데 참 경쾌한 리듬을 생각해 낸

윤형주 씨의 천재적인 음악성이 돋보인다.

 

당시만 해도 포크송은 지극히 단순한 멜로디였다.

한 마디안에 세박자 반박자 반박자로 이루어지는 단순한 리듬의 연속.

당시 히트치고 있던 거의 모든 노래가 그런 템포였다.

작은새, 편지, 꽃반지끼고, 그건 너, 저 별과 달을,

긴 머리소녀, 등등...

 

당시 무척이나 동안이던 김세환.

하얀 치아가 가득 드러나는 그 맑은 미소로 기타치며 부르는

이 노래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리고 내가 진행하는 싱어롱의 단골 레퍼터리였고

분위기를 밝게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곡이었다.

아마 또 다른 윤형주의 곡 '조개껍질'만큼이나 즐거운 포크송.

 

베토벤의 운명처럼 첫 2마디만 들으면 긴장이 되듯이

이 노래는 전주 2마디만 들으면 엔돌핀이 팍 솟는다.

그리고는 마구 흔들고 노래하고 싶다.

 

머리 속에 포크송 가사만 들어 있었다.

어깨를 툭치며 상황에 맞는 노래가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내 입에서

마치 주크박스처럼 흘러 나왔다.

교회 친구들과 야유회를 가면 손가락에 멍이 들도록 기타를 쳤다.

내 머리 속의 포크송 데이타베이스도 성능좋은 컴퓨터처럼

버벅임 없이 튀져 나왔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내게서 기타는 한참 멀어져 갔다.

바쁜 직장생활.

노래를 배우는 것도 대학 졸업과 함께 정지되었다.

요즘도 7080이라고 부르는 노래 중에 81년도 이후에 나온 노래들은

멜로디는 대충 알아도 가사는 잘 모른다.

지금도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면 가사를 자꾸 잊음에

세월만 한탄하고 있다.

 

다행하게도 '길가에 앉아서' 같이 아직도 너무 유명한 곡들은

가사를 틀리지 않고 부르는 편이다.

 

학창시절, 좋은 기타를 가진 친구가 무척 부러웠다.

그리고 하드케이스에 넣고 다니는 멋진 모습이 부러웠다.

나는 싸구려 기타에 음을 아무리 맞추어도 제대로 안 맞고

비닐케이스에 넣고 다니는 모습이 초라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저 것을 사리라 다짐했었다.

 

이전에 쓰던 기타는 이사통에 짐 옮기다가 모가지가 부러졌기에

몇 년 전 하드케이스가 딸린 좋은 100호짜리 클래식 수제 기타를 하나 구입해 

가끔 집에서 튕겨보는데 너무 행복하다.

 

고등학교에서 음악교사를 하는 아들이 그 기타를 학교에 잠시 비치해 두었다가

그만 학생들이 피크로 기타를 치는 통에 판에 흠이 가

아들에게 생일을 핑계로 새 어커스틱 기타를 사 주었더니 좋아한다.

 

길가에 앉아 기타치며 노래를 부르는 내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아마 나이들어도 젊은 시절처럼 이렇게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