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이슬 (김민기 작곡, 양희은 노래)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 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74년 봄 대학에 입학했다.
개강하여 폼나게 대학생 걸음으로 학교를 다니는데
매캐한 최루가스가 학교로 들어왔다.
개강 한 달도 안되어 교문은 굳게 잠기고
군인들이 교문 앞에 장갑차를 가지고 진을 치고 있다.
학교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우리들을 지도교수님께서
공장견학이라는 명목으로 여기 저기 화학공장들을
데리고 다니셨다.
그렇게 교문은 닫혀 있어도 5월 축제는 허용이 되었다.
어머니에게는 늘 혼이 났다.
비싼 돈 들여 입학했는데 밤낮 휴강이다 축제다 하며
공부는 언제 하느냐고..
당시 입학등록금이 162,950원이었다.
아버님 월급은 얼마였을까?
절대적인 용돈 부족으로 회비를 내야 하는 학내 써클은 하나도
가입을 하지 못했다.
대신 인천 YMCA에서 하는 Sing Along Y 모임이나
몇 몇 대학생들이 주관이 되어 YMCA내의 중학생들 모임에
지도자가 되고 또 기타를 들고 불우한 곳을 찾아 다니며
건전 노래를 가르쳤다.
주로 많이 가는 곳이 여공들이 많은 부평 공단.
그 들에게 전석환씨의 노래를 가르치고 일반 포크송을 가르쳤다.
연일 계속되는 긴급조치.
전두환 정권은 모든 젊은이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행동 뿐만이 아니라 말 그리고 노래까지..
고등학교시절 배웠던 노래들이 거의 금지곡이 되어 버렸다.
특히 내가 좋아하던 김민기의 노래들은 더욱 금기사항이었고
아침 이슬 노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어느 날 교회에서 이 노래와 '주여, 이제는 여기에'를 흥얼거렸더니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선배누나들이
이 노래 어떻게 아느냐며 내게 주의하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나는 이 노래를 내가 산업공단의 여공들에게 싱어롱 할 때 주로 가르쳤다.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일해서 번 돈으로 동생을 공부시키고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내드리는 여공들
그 들이 세상을 향한 삐뚤어진 화살을 보내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들에게 무언가 민중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가르친 것을 아니었다.
단지 노래가 좋고 노랫말이 좋아서..
무언가 삶이 힘든 그 들에게 이런 희망에 찬 노래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뙤약볕이지만 거칠지만 어차피 거쳐 가야 할 길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혀 있지만
그 아침이슬도 햇빛 속에 사라질테니..
그저 밝게 긍정적인 노래를 부르며 일하라고...
인천의 유명한 창녀촌인 옐로우 하우스에도 도망친 여자들이
부평의 어느 직업학교에 피신하여 기숙사에 거주하며 이용기술과 미용기술을 배운다.
남자라면 색안경과 두려움 그리고 미움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그 곳에 들어가 기타를 치며 이런 노래를 가르쳤다.
나는 세대에 반항하는 혈기 넘치는 젊은이는 아니었다.
남들처럼 최루탄가스를 피해 복면쓰고 앞장서지도 않았고
대자보를 붙이기 위해 몰래 캠퍼스를 거닐지도 않았고
그냥 남들이 데모하면 중간에 섞여 구호나 외치는 소심한 젊은이였다.
김민기씨의 노래들이 모두 민중을 위한 저항곡으로 평가받는 것도 안다.
물론 그런 목적으로 작곡한 곡들도 있긴 하다.
그러나 많은 곡들이 민중가요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정말 아름다운 곡들이다.
바람과 나, 가을편지, 꽃피우는 아이, 아름다운 사람, 친구
새벽길, 그 사이, 가뭄, 강변에서, 백구, 작은연못 등등...
아침이슬도 다시는 우리에게 떠나지 않을 것이다.
한 때 권력자에 속한 사람들이 마음에 안맞아 이 곡을 금지시켰지만
이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길을 걸으면 노래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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