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31) 가고파 전 후편

carmina 2014. 7. 19. 11:33

 

 

가고파 (이은상 작시, 김동진 작곡)

 

(전편)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 같이 살고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웃고 지내고저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후편)

물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 치고  물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세상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보고 저기 가  알아 보나  내 몫 옛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안겨
처녀들 어미되고 동자들 아비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 아까워라 아까워


일하여 시름없고 단잠들어 죄없은 몸이 그 바다 물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벗들아 너희는 복된 자다 부러워라 부러워
옛동무 노젓는 배에 얻어 올라 키를 잡고  한바다 물을 따라 나명 들명 살까나 

맞잡고 그물을 던지며 노래하자 노래해
거기 아침은 오고 또 거기 석양은 져도  찬 얼음 샌 바람은 들지 못하는 그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까나 살까나  돌아가 알몸으로  깨끗이 깨끗이

 

 

어느 해인가 하동을 가기 위해 마산을 잠시 들른 적이 있었다.

밤 늦게 도착하여 새벽에 나가 본 마산 앞바다.

바닷가에 나가 이 노래를 불렀다.

 

노산 이은상씨의 고향인 마산. 

이은상씨는 내가 보는 앞바다를 아름다운 시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 시에 시만큼이나 멋드러진 노래를 김동진씨가 작곡했고..

그 어울림으로 나 같은 가곡 애호가들에 의해 사랑받아 충분했다.

 

이 노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당초 20대의 작곡가 김동진씨가 이은상씨의 '가고파'를 우선 앞부분만 곡으로 썼는데

당시 테너 가수이던 이인범씨가 이 노래를 가는 곳마다 불러 

대단한 히트 가곡으로 되어 버리고 인기인으로 인정 받으니 

그만 그 다음 곡을 쓰기가 겁이 나서 수없이 쓰고 쓰다가 결국

나이 60대에야 나머지를 쓸 수 있었단다.

 

어느 영화도 후편을 만드는데 40년 이상의 세월을 넘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소설도 후편을 쓰는데 40년이상 걸리지 않았을 것이고..

노래 하나가 후편을 쓰는데 40년이상 걸린 곡이 있을까?

 

그러나 후편의 인기는 전편과 달랐다.

아마 가고파 전편은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어도

후편을 아는 이가 많지 않으리라.

 

비록 마산같이 깨끗한 바다는 아니지만 나도 바닷가 소년으로 자랐다.

집에서 10분만 걸어 나가면 고깃배가 닿는 곳.

기름 냄새가 물씬 나고 생선 비린내가 몸에 가득 배이던 곳 내 고향 인천.

늘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그 항구 화수부두를 가면

억세게 보이는 아저씨들이 배를 손질하고 있었고

산더미 같이 잡아 온 새우를 녹슨 드럼통에 넣고 있었다.

공중에는 제빙소에 만든 얼음이 경사진 통로로 우수수 흘러가고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몸빼 바지를 입은 아주머니들이 

부지런히 생선 고르는 작업을 하는 모습이 눈에 익은 곳.

 

며칠 전에 어릴 적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친구 아들이 결혼한다기에 오후 시간에

정말 몇 십년만에 그 곳을 혼자 찾았다.

내가 기억 속에 있던 지저분한 모습을 모두 사라지고

깨끗한 부두에  거무튀튀한 갯벌이 보이던 곳엔 커다란 칸막이가 쳐 있다.

그러나 사람들 사는 곳은 아직 그대로의 모습인 듯...

허름해 보였고 그 안의 사람들도 조금 삶에 찌들어 보였다.

 

부모님에게 심하게 혼나거나, 혹은 나 자신에 대해 실망했을 때

나는 이 곳 바다에 와서 빠져 죽을 생각을 하곤 했다.

형님의 친구가 이 곳에서 뱃일을 하다 물에 빠져 죽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주위에 바다가 있음은 삶에서 커다란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바다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벗어 던져야 하고

살아 있는 것들이 꿈틀대는 바다는 모든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물이 차고 나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들..

그 바다에서 망둥어를 잡고, 갯지렁이를 잡고, 칠게를 잡고

물 풍선같은 속칭 물불알을 가지고 놀던 시절이 있다.

 

바닷가를 걷는 기분, 시원한 바람이 분다.

철렁대는 파도와 끼룩대는 갈매기들..

산 속 숲길을 걸을 때 새들은 숨어서 지저귀지만

바다의 새들은 내 앞에 모여 같이 놀고 싶어 한다.

 

해외 건설 현장도 주위에 바다가 있으면 현장 생활이 힘들어도 견딜 수 있고

주말이면 늘 새로운 이벤트를 꿈꾼다. 

사우디 근무 시절 직원들은 걸프만 바다로 나가 산호를 캐오고

큰 물고기와 아랍사람들은 먹지 않는 낙지를 잡아 먹었다. 

 

어릴 적 같이 고추를 덜렁대며 같이 물장구를 치던 동무들을 다 어디로 갔을까?

마산같이 맑은 물을 아니지만 서해바다 갯벌 물속에서 수영을 하면서도 즐거웠던 친구들.

그 친구들이 보고 싶다.

 

 

인천 화수부두

 

부산 앞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