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36) 바람과 나 (김민기)

carmina 2015. 5. 29. 11:19

 

바람과 나 (김민기 곡, 노래)

 

끝 끝없는 바람
저 험한 산 위로
나뭇잎 사이 불어가는
아~ 자유의 바람
저 언덕너머
물결같이 춤추던 님
무명 무실 무감한 님
나도 님과 같은 인생을
지녀볼래 지녀볼래

 


물결 건너 편에
황혼에 젖은
산끝보다도 아름다운
아 나의 님 바람
뭇느낌 없이
진행하는 시간 따라
하늘 위로 구름 따라
무목(無目) 여행하는 그대의
인생은 나
인생은 나

 

 

대학 1학년 시절.

교회 성가대 여름 수련회를 강화 마니산으로 갔는데

초등학교 교사를 하시는 선배 누님이 친구 교사와 같이 참여했다.

마니산에서 수련회동안 내가 기타치면서 노래를 많이 불렀다.

 

특히 김민기씨 노래가 많았는데

별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마니산 중턱 산장의 바위에 다 같이 앉아 이 노래를 불렀다.

누님의 친구인 선생님은 이 노래를 유난히 좋아한다며 내게 악보를 달라 해서

내가 정성껏 오선지위에 악보를 그려서 우편으로 보내 드렸다.

그 뒤로 그 선생님에게 좋아할 만한 노래들의 악보를 그려서

우편으로 보내드리기를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거의 몇 달.

수련회가 끝난 뒤 한 번도 만나지도 못했고 전화상으로 대화는 못했어도

가끔 고맙다는 편지 답장이 왔었는데...

어느 가을 날 호기심에 주소를 하나 들고 무작정 서울로 찾아갔다.

주소 소재지는 흑석동 언덕의 어느 동네.

번지수를 찾으려 해도 너무 골목이 많고 다닥 다닥 붙은 집이 많아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말았다.

우체부가 아니면 주소를 모르는 그런 동네였다.

 

그리고 나는 악보그려 보내는 것을 그만두었고

이후로 답장도 오지 않았다.

40년이 지난 지금은 이름도 잊어 버렸다.

가운데 자가 '진'자였던가?

 

바람이 분다.

내가 흔들린다.

저 편 언덕에서 바람이 불면

나는 또 떠나고 싶어진다.

 

갯벌 끝 저 편 서해바다 갯벌에 길게 드리운 붉은 석양이

내 마음 속에 가득한 온 세상을 환하게 한다.

 

아무 생각도 없다.

나는 그저 걸을 뿐이다.

누구는 마라톤해서 기부금을 모은다지만

난 그냥 나 만을 위해 걸을 뿐이다.

그러다 언젠가는 걷지 못할 날이 오겠지.

그 때 까지 내가 할 일은 걸을 뿐이다.

내 몸이 부스러져 자연과 하나가 될 때 까지..

 

누가 나와 같은 인생을 지니고 살까?

내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라면 좋겠다.

하늘 위로 구름 따라 훨훨 날아다니는 인생..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다.

세상 것이 미련 두지 않고

그저 60 평생 부(富)를 빼 놓고는 온갖 세상의 것 다 누려봤으니

이젠 세상을 연연하지 않고 가능한 자연과 살고 싶다.

하늘 위로 구름 따라...

 

김민기씨는 어떤 마음으로 이 노래를 작곡했을까?

어쩌면 이리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불과 몇 분짜리 멜로디에

몇 마디 안되는 가사에 다 집어 넣었을까?

 

길을 걸으면 노래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