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아시아방문기

일본 노베오카. 카와사키 (1999. 6월)

carmina 2015. 6. 15. 15:10

 

(오래전 하이텔에 써 놓았던 내 여행기가 있어 올립니다.

개인 블로그가 없던 시절이라 마침 오래전 클래식 카페에 올려 놓은

내 글들을 갈무리해서 올려 봅니다.) 

 

 

99년 6월 일본 여행

 

일본이라고는 늘 동경이나 인근 대도시밖에 갈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출장은 일본에서 제법 외진 곳으로 여정이 잡혀 있다.

 

규슈지역에 있는 노베오카라는 소도시로,  후쿠오카에서 국내선으로 비행기를 갈아타
고 미야자와라는 곳에 내려서 또 기차로 1시간을 넘게 가야 한다. 

 

외국 여행시 잘 타지 않는 아시아나로 후쿠오카 공항에 비행기가 꼭 올림픽 체조경기
시의 한국선수처럼 불안하게 착지하고, 공항에 내리니 벌써 한 눈에 들어오는 깨끗함,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잘 정돈되어 있고 어느 구석하나 흐트러짐이 없어 보인다.

 

셔틀버스를 타고 국내선으로 갈아 타기 위해 찾아 간 국내선 청사도 마찬가지, 어느 곳이나
정결함이 보인다.  청사 내의 스낵코너나 선물 용품 코너에는 일본 거개의 상품의 그렇듯이
포장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 주고 있다.  과자 하나 하나 모두 포장하고, 창호
용지 비슷한 포장재에서도 일본 특유의 맛이 보인다. 

 

공항 내 쓰레기 통에도 분리 수거가 잘 되어 있는 것을 보니 또한 심술이 난다.  왜
이리 이들은 이런 질서를 잘 지키는 것일까?  귀찮지도 않을까? 

이것 저것 가려서 행동하는 것들이 우리들은 무척 불편하고 제약을 받는 것만 같은데?

 

탑승시간이 조금 안되었을 때 항공사 직원이 미리 눈 여겨 보았던지

내 옆에 앉아 있는 소년 탑승객에게 와서는 먼저 탑승하라고 안내한다. 

절대 시끄럽게 떠들지 않는 이들의 문화는 이런 곳에서 잘 보여 준다. 

 

야마자키로 가는 기내에서 바라다 보는 일본의 자연이 멋진 해안과,  숲 그리고 작은
집들이 잘 조화가 되어 상쾌함을 더해 준다.  공항에 내리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일본
의 대기업 상사 직원들,  두 시간을 기다렸단다.  자기들은 동경에서 왔는데

비행기 시간이 그렇게 밖에 안 되어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고?

 

공항 청사가 기차역이랑 같이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니 3개 정도
의 차량을 매단 빨간 색깔의 기차가 마치 동화의 나라로 가는 열차같이 보인다. 기차의
이름도 'Red Express', 

일본국기가 빨간 색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기차 색깔이 그래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기차가 일본의 주택가를 통과하기에 조용한 휴일의 가정집들의 겉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어느 집이건 간에 베란다에 내건 이불들.  태양빛을 좋아하는 것일까?

혹은 바닷가라 늘 습한 공기 속에서 생활한 탓일까?  빨래를 고정시키는 커다란 집게가

무척이나 신기하게 보인다.

 

기차는 계속 해안 도로를 타고 북으로 올라가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바닷가의 흰
파도가 계속 작은 모래 밭에 하얗게 부서지고 있으나 아무도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 없다.
가끔 해안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 만이 유일하게 그 파도들을 맞이하고 있다.

 

해안가에 당연히 있어야 할 횟집이나, 위락시설, 콘도미니엄이나 여관 등이 보이지
않으니 무언가 빠진 것 같음을 느끼는 것은 늘 보아 오던 것들에서 일탈하는 관념때문일까?

 

기차가 조그만 마을에 도착했다. 지나가는 사람 많지 않음은 오늘이 주일이라 그런가? 
우리가 오늘 묵어야 할 호텔이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다 해서 다들 여행가방을 끌고
가게들 마저 문을 닫은 조용한 휴일의 거리를 무리 지어 지나 간다.

 

겨우 한 사람이 잘 만한 여유밖에 없는 호텔 방에 여장을 풀고, 한국인 5, 일본인 4 명이

모두 저녁식사를 위해 거리를 헤매이다가 휴일 날 저녁에 문을 연
일식집(?) 아니 횟집에 들어 가 사시미를 즐겼다.

 

자리 잡고 앉으니 제일 먼저 내오는 애피타이저는 일본식 오징어 젓이다. 

소금으로 만 젓을 담았는지 하얀 오징어가 더 하얗게 빛나고 있다. 

뒤이어 나오는 갖은 요리들은 음식의 맛보다는 어떻게 모양있게 만들었으며

어떤 그릇에 내오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 음식 맛을 알기에 앞서

우선 보기에 좋다. 

그릇이라는 이미지는 동그란 것 혹은  길쭉한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벗어나서, 

산 모양,  강모양,  계곡 모양이 연상하게 된다

삼치인 것같은 회가 금방이라도 건드리면 툭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모습으로 상위에
올라 와 있는데 살은 살대로 굵게 회를 쳐서 조그만 발에 무 생채를 얹어 내 놓고 머리와
뼈는 둥그렇게 말아 회 옆에 두니 더욱 회 맛이 동한다.

 

오사케라는 일본 정종이 일본 특유의 독구리에 담아 내 오는데 안이 안보이니

한 독구리를 다 비우면 상위에 쓰러뜨려 놓아 빈 병임을 알게 한다.

 

다음 날 아침 조금 일찍 일어나 호텔 주위를 산책했다.  호텔 주위로 강이 흐르는데
다리 위에서 한참을 서서 강물을 쳐다 보았다.  도대체 비닐 쪼가리 하나 없는 강둑이나,
강 사이의 풀 숲들,  빈 깡통은 눈에 보이지 않고,  강 뚝에 마련되어 있는 앉을 만한

조그만 공간에도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집집 혹은 가게마다 앞에 내어 놓은 비닐 쓰레기 봉투는 쓰레기가 넘쳐 나지 않을 정도로

여유있게 담고 묶어 놓아 쓰러 져도 주위에 지저분한 것은 없다.

쓰레기 청소차는 오히려 다른 차보다 외관이 더 깨끗해 보이고 쓰레기를 올리는 즉시

안으로 집어 넣어 천천히 가도 쓰레기가 길거리에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애들이 아침에 등교를 하고 있다. 노란 모자를 모두 쓰고 있고, 

건널목에서는 어머니인 듯한 분이 교통 정리를 하는데,

인도에서 애들과 같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들이 횡단 보도를 건널 때는

깃발을 들고 차도의 한 가운데로 들어 가서 차도를 몸으로 막고 애들을 지나가게 한다.

 

중학교 정도의 아이들은 대개 남녀를 불문하고 자전거를 타고 등교를 하고,

여학생들은 치마를 입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안장에 앉아 자전거로 무리지어 등교한다.

 

일본의 공장을 방문 하는 길에 탄 택시에서 조그만 서비스 도구가 눈에 들어 온다.
운전석과 뒷 좌석의 손님 사이에 은행에서 돈을 내 줄 때 사용하는 조그만 접시가 있다. 손
님은 이곳에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는다.  늘 택시를 타고 나서 목적지에서 거스름 돈을
받을 때 택시 기사와 뒷 좌석의 손님사이에 느끼는 불편을 이 들은 불편으로 알고 그것을
해결하였다.

 

화장실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어 일부러 공장 직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을 가 보고
역시 이 들의 화장실 문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하얀 색깔로 페인트
칠 한 화장실에는 거미줄 하나 없을 정도로 평소 손을 많이 본 듯 하다. 

자동 좌변기와 일반 변기가 있는데 일반 변기는 아직도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듯 하다. 

좌변기에는 약식 비데가 설치되어 있고 온수 냉수를 구분하게 되어 있어 상쾌함을 더해 준다.

계속되는 회의로 식당으로 가지 않고 도시락을 시켜 주었는데, 도시락이 마치 새마을호에서

파는 도시락처럼 포장이나 메뉴가 아주 정갈하게 되어 있고 밥도 어떤 틀에다
모양을 내었는지 먹기 좋게 다듬어져 있다.

 

공장에서 회의를 마치고 다시 도쿄 근처의 도시인 카와사키로 가는 비행기가 자주 있지 않아

3시간정도 여유가 있어 공항이 있는 도시인 미야자키의 명물인 43층에 전망대가
있는 오션타워를 방문했다.  오셔타워는 바로 옆에 오션돔이라는 거대한 실내 수영장이
있어 실내에서 바닷가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낼 수 있는 우리나라 용인의 캐리비안 베이 같은 시설이 있다.

 

평일이라 그런지 43층의 전망대는 한산하기 그지 없다.  500 엔을 입장료로 내고 급행으로

올라간 엘리베이터에 내리는 순간 아직 전망대의 개관을 하지 않았나 할 정도로

내부에 시설의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조그만 선물코너 하나,  테이블 그리고 의자 몇 개,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자동 사진관,  고배율 망원경 몇 개, 흡연실,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아가씨 한 명,  그리고 자연을 주제로 한 사진 전시회. 고작 이것들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의 기분을 만족하게 할까? 

 

그러나 창문으로 보이는 밖의 풍경은 가히 대형 그림이다.  끝없이 이어진 해변으로
부딪히는 파도들,  하얀 모래밭,  해안선을 따라 길게 달리는 고속도로,

그리고 더욱 장관은 오션타워와 오션 돔의 주위로 펼쳐져 있는 36홀 정도의 골프 코스, 

그러나 난 잠시 어리둥절해야만 했다. 

골프장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 넓은 골프장에 골프치는 사람 은 커플, 캐디 한 명, 잔디를 다듬는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아무리 월요일이라 해도,

아무리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조금 안 좋은 날이라 해도, 

아무리 오후 4시정도 되는 늦은 시간이라 해도, 

이렇게 아무도 골프를 치는 사람이 없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 오늘이 월요일이라 골프장이 휴장하는 날인가 하고 물어  보았으나, 

그것도 아니라 한다.  궁금증은 도무지 풀지 못했다.

 

이런 곳에 당연히 있어야 할 음식점이나, 스낵코너는 어디에 있는가 확인하니

그 곳은 전망대와는 별도로 운영된다 한다. 

그러니 이 곳 전망대가 깨끗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단지 이 곳에 와서 전망만 즐기고 내려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이렇게 아무 시설 없는 것이 본인에게는 섭섭하기는 하지만

이 곳을 찾는 많은 방문객들을 위해서는 차라리 이런 편이 나을 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일본의 깨끗함도 대도시에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저녁에 도착한 도코 근처의 대도시 카와사키의 도로는 여기 저기 지저분한 물건이 널려져 있고

담배꽁초, 빈 캔,  광고 전단 등 서울의 어디나 전혀 다름이 없어 조금 안심(?)이 되었다.

 

밤거리에는 수없이 많은 빠찡코 게임점만 성황이었고, 그 안에는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뿜어 내는 뽀얀 담배 연기와 구슬 떨어지는 소리,  요란한 음악,  빠찡코 돌아가는 소리에

정말 살아 있는 세상에 온 듯하고 그와 동시에 악마의 속삭임들이 들이는 듯하다.

다음에는 분명히 큰 것이 터질거야'

'계속해 봐, 넌 오늘 부자가 될 수 있다. 넌 행운아가 틀림없어.'
'이것만 터지면 넌 오늘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거야'
온갖 음악적이지 않은 소리뿐만 아니라 악마의 꼬임에 자꾸 빠져들 것 같아 그 곳을
얼른 나왔다.

 

밤 10시가 넘은 거리엔 회식을 마치고 나온 듯한 샐러리맨들의 그룹이 군데 군데 모여 있고, 

야한 옷차림을 한 아가씨들이 술집 광고인 듯한 쪽지를 나누어 주고 있다. 

까만 정복에 나비 넥타이를 맨 젊은이가 자꾸 유혹한다. 

인근에는 밤새 영업을 하는 대형 사우나가 있어 한 참을 서서 내부 시설을 소개하는 사진을 보니, 

각종 사우나 시설과 잠시 쉴수 있는 공간, 그리고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까지 모두 갖추고 있고

또한 저렴한 가격에 숙박도 가능하다고 써 있으나,

몸에 문신이 많은 사람은 입장사절이라고 그림으로 표시되어 있다. 

 

아침식사를 위해 일본에 오면 늘 먹고 싶은 덴뿌라 우동을 찾기 위해

직장인들이 많이 지나다닐 만한 거리를 찾아 가니

역시 나이 든 아주머니가 '이랏샤이마세'라고 우렁차게 외치는 우동점을 찾아 갔다. 

하얀 까운과 하얀 모자를 쓰고 덴뿌라 우동을 시키니 문가를 가리킨다. 

문가에는 식권을 파는 자판기가 있다.  일본어는 말은 잘 못해도 글을 읽는 덕분에

쉽게 돈을 넣고 표를 끊어 주고 주방을 유심히 보았다.

 

끊임없이 행주를 들고 닦아 대는 아줌마 덕분에 주방에는 물기 하나 없이 깨끗하고
그릇 하나도 설거지 통에 있는 순간을 찾아 보기 힘들다. 

덴뿌라를 담아 두는 큰 스텐 그릇도 그냥 종일 넣고 팔면 될텐데, 

밑에 고여 있는 기름을 닦기 위해 다시 또 꺼내 닦고 있다.

물을 따라 먹는 생수기에도 물기가 없다. 

식당에 있는 동안 유심히 아줌마를 보니 열심히 손님에게 큰 소리로 인사하고, 

쉴 새 없이 온갖 곳을 닦아 대며,  수시로 음식 재료를 점검 하고 있다.  

 

아침 회의가 조금 늦게 시작하기에 식사 후 전철 역 근처로 가 보았다. 

까마귀가 '까악, 까악' 울어대며 앉아 있는 도심지의 가로수 사이로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바삐 오가는 역 앞의 후미진 곳에는 종이 박스로 이불을 삼고

밤은 지낸 듯한 걸인들이 아침이 온 줄도 모르고 아직 깨어 나지 못하고 있다. 

그 곳의 바로 앞에 파출소가 있는데도 전혀 단속은 하지않는 것 같다.

 

사람들은 기차를 타기 위해 집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나오는 듯, 

역 앞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자전거 주차장이 대 성황이다. 

거의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자전거가 빼곡히 들어 서 있고

자전거를 정리하고 주차표를 정리하는 아저씨의 손길이 너무 바쁘다.

시내의 대로변에도 자전거 주차장이 도심의 자투리 공간을 이용하여 별도로 준비되어 있고

주차태그가 붙어 있는 것을 보니 8엔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종일 주차하는 비용인가?

학생들, 양복을 입은 아저씨들,  짧은 치마 입은 아가씨,  잠시 일보러 나온 할머니,
아주머니 등 모두 자전거를 타고 이 곳으로 나오고 주차를 시키고 기차를 타니 거의 모든
주차장이 만차이다

 

호기심에 기차역을 중심으로 큰 도로를 한 번 넓게 돌아 보았더니 무수히 많은 곳에
자전거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때로는 오토바이 주차장도 보인다.  

자전거도 대부분 이동만의 목적을 위한 간편한 사양을 보니,

우리 나라 아파트 단지에서 어린이들이 타고 다니는몇 단기어가 달린

고급 자전거와 사뭇 비교된다. 

 

일본 거래처 직원들과 회의를 마치고 택시를 불러 호텔로 돌아 오는데 좁은 길에

비는 조금씩 오고 회사에서 나오는 길은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어 있지 않는 좁은 소로에

차가 겨우 하나 지나 갈 만한 거리인데 길 한 복판을 퇴근 길의 아가씨 하나가 우산을 쓰고 
찻길을 가고 있다. 

 

웬일로 내가 탄 택시기사는 아가씨보고 비키라는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뒷 좌석에서 천천히 아가씨의 뒤를 한참을 저속으로 따라가는 택시 기사의

행동을 바라다 보는 우리들이 더 조바심을 내고 있다.

아가씨는 큰 길로 나가도록 자기 뒤에택시가 따라 옴을 눈치 못 채고,

기사는  큰 길로 나가서야 아무 말 없이 속도를 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어이없어 하고 말았다. 

무엇이 옳은가? 
조금 늦게 가더라도 길 가는 아가씨를 방해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마음이 우선이냐? 
혹은 빨리 손님을 목적지까지 모셔 드리고자 아가씨보고 비키라고 경적을 울리는 행동이
옳은가?
한국의 기사들 같았으면 어떤 행동과 어떤 말을 그 아가씨에게 던졌을까?

 

김포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집이 부천이라 지역에 상관없이 운행하는 모범택시를 잡았다. 

짐을 싣고 부천을 가자 하니 기사 아저씨 어이 없는 표정으로 망연 자실 아무
소리 없이 갈 생각도 안 하고 앞만 주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전 11시에 공항에 들어 와서 지금껏 5시간이나 기다렸는데

겨우 부천가는 손님을 태운 자신이 오늘 너무 일진이 나빴다고 생각했는지

그 때부터 기사의 말이나 태도는 완전히 금방이라도 나에게 싸움을 걸 듯한 자세다. 

그럼 어찌하겠는가?  서울 시내 택시는 부천을 안 갈려 하고, 

가더라도 상당액의 웃돈을 주어야 하고?

 

보통의 경우 공항에서 탄 손님들은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어 보니 시내 호텔까지 가면
적어도 2만 5천원정도는 나온다고 한다.  그럼 부천까지 가면 보통 만원정도 나오니까,
불과 만 오천원 때문에 이렇게 손님에게 불친절해야 하는가?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말도 통하지 않지만 친절이 눈에 보이는 일본의 택시 기사의 서
비스를 받다가 말이 통하는 내 나라에 와서 택시를 타니 더욱 말이 통하지 않아 불친절을
겪어야 하는 이 현실을 어찌 생각하여야 하는가?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
남의 눈치를 보기 보다는 내 형편에 맞게 사는 사람들,
자기의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한국은 무엇이 바뀌어야 일본같은 대국이 될 수 있는가?
한국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져야 일본같은 친절을 보여 줄 수 있는가?
한국기업은 어떻게 고객을 대해야만 세계 일류제품을 만들 수 있는가?

일본 여행을 하고 올 때마다 느끼는 것들.

우리가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는가?
아니, 우리 후손이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