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부천필과 함께 한 말러 심포니 2번 "부활" 연주 참석

carmina 2015. 6. 21. 15:29

 

 

2006년에 있었던 음악회 경험입니다.

 

 

말러의 교향곡 2 '부활'

2006년 부천필에서 말러 연주를 위해

부천시민 중에서 객원 합창 연주자를 모집하여 2달간 연습한 뒤

같이 연주에 참여하였습니다. 그 때 기록이 있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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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애호가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말러 교향곡
..
 
그 중에 '부활
'
오디오 매니아인 친구는 이 음악을

집에서 들을 수 없다고 한탄한다.
그 웅장한 음을 집에서 아무리 좋은 스피커를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우리네 아파트 환경.
 
그런데

그 멋진 음악이 바로 내 앞에서 연주되었다
.
우리나라 최고의 말러리안인 부천 필의 임헌정씨의

지휘로 무대에 선 오늘...말러 부활 연주
.
 
이 날을 위해

합창사모에서 음악애호가를 선발한다기에
5
월에 오디션을 보았고..
이제 배우기 시작하던 첼로를 잠시 중단했고

매주 토요일이면 아무리 날씨가 궂어도 6월 내내 토요일마다
연습에 참여했다.
잘 읽혀지지 않는 독일어
..
발음을 익히기 위해 씨디를 들어가며 연습했고

전체의 리듬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 반복해서 씨디를 들었다.
 
그러나 따라오지 않는 것은

일반 아마츄어테너가 소화하기 힘든 하이 음들..
A
음을 낼 수 있지만

그렇게 길고 파워풀하게 내지 못하는데
이 곡은 B까지 요구한다.
어쩔 수 없지...가성으로 소화해 버렸다
.
 
길고 긴 지휘자의 사인
...
숨이 꼴깍 넘어갈 정도의 여유를 따라가야 했고

감히 발음하나도 조심해야했다.
 
오케스트라가 120명이 넘고 합창단도

부천시립합창단과 서울신대합창단 그리고 나같은
객원단원까지 해서 약 130..
 
음악이 클라이막스를 치달을 때

심벌츠와 큰 북이 내려치는 소리 그리고 온 악기가
한꺼번에 울리는 소리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무대도 좁고
..
객석도 좁았다
.
 
감동이 밀려온다
..
피아니시시시시모의 그 짜릿함과

포르티시모의 웅장함..
 
...이 음악을 예당에서 연주했으면
..
얼마나 좋을까
..
 
내 생전
..
이런 웅대한 음악을 연주할 기회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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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2번 부활..
죽음을 뛰어 넘는 환희, 신의 사랑과 영원한 삶..
임헌정씨가 리허설 도중에 자주 자주 설명을 해 줍니다.
그러나 워낙 지휘자하고 거리가 멀어서 잘 들리지도 않습니다.
가사를 해석해 주기도 하고
그 느낌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틀려도 좋으니 느낌으로 연주하라고요..
 
바이올린 약 30, 첼로도 약 20, 더블 베이스가 8, 이 규모만 봐도
대단한 오케스트라임을 짐작합니다. 대충 눈으로 세어본 오케스트라가 약 120
거기에 합창단도 약 130명 도합 250명의 대규모 연주단이 부천 시민회관의 그리 크지 않은
대강당에서 연주되었지요.
 
연주들으면서,,연주하면서 느낀 점이..
이 곡은 이런 소공연장에서는 어울리지 않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연주시간 약 90.
아내가 시간을 재어보니 팜프렛엔 연주시간 92분으로 나와있는데
실제 연주한 시간은 약 93분이라 하더군요.
아마 1분은 독창자들이 늦게 무대로 나간 시간일겁니다.
어쩌면 그리 정확하게 연주시간을 맞출 수 있는지..신기합니다.
 
연주는 토요일 5시부터 시작되었는데 합창단은 5 40분까지 무대뒤로
오면 된다 했지만 음악을 듣고 싶어 5시부터 무대 뒤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지휘자를 바라보며 연주를 들었습니다.
 
1악장부터 무대가 흔들립니다. 마구 부서지고..때론
태풍뒤의 고요함처럼 적막감이 감돌기도 하고..
2, 3, 4
악장은 마치 귀에 익은 가곡을 듣는 듯한 기분입니다.
인생의 화양연화를 표현한건가..
그러다가 우리가 노래를 시작하는 5악장부터는
거의 안개같은 분위기에서 피아니시시시모의 세기로
일어나라 (Aufer Stehn)로 속삭이며 부활을 노래하다가
마지막 부분에 무덤이 깨지듯 포르티시모와 최고조의 음들이
거대한 파도를 이루다가 끝마무리집니다.
 
옆에서 부르는 성악전공자들의 거침없는 소리들로
내 가슴이 마구 울렸습니다.
테너가 높은 A 음으로 Aufer Stehn를 거대하게 지속적으로 소리치고
Bb
음으로 하나님께로 데려다 주겠다고 외칩니다.
 
머리가 쭈뼛섭니다.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다음에 이 연주할 때는 우황청심환을 준비해야겠습니다.
 
판다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호른을 비롯한  10개의 관악기와 팀파니가 무대 뒤에서
모니터로 보이는 지휘자의 사인에 맞추어 같이 연주를 합니다.
그렇게 하니까..멀리서 관악기가 들리는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지휘자가 그들보고 판다라고 불렀습니다.
 
내 생전 이렇게 큰 연주를 다시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