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2007년 서울시향 연주회 후기

carmina 2015. 6. 21. 15:35

 

 

급작스러운 호출
서울시향 연주 보러 예당에 오라고..
 
서울시향이 정명훈을 상임지휘자로 세운 뒤

연주가 부쩍 많아졌다.
올해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를 포함한

평상적인 연주 외에 찾아가는 연주회
소 연주회 등.. 부지런히 뛰어 다니는 모습들이 보인다.
근간에 내가 본 연주회만 해도 무려 4
.
 
정통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가 나오듯이

요즘 음악회는 늦게 오는 청중을 배려한 애피타이저가
늘 첫곡으로 연주된다.
오늘은 요한스트라우스의 박쥐 서곡
.
연주회에서 앵콜로도 많이 듣는 곡인데

오늘은 지휘자가 37살의 젊은 오스트리아 사람이라 그런지
해석이 다른 지휘자랑 비교가 된다.
 
명확한 포르테와 피아니시모의 구분

지휘대에서 역동적인 손놀림과 연주 후
깡총 뛰어 내려오는 지휘자의 모습에서

왈츠를 본다.
가끔 혼자만의 상상이지만

스트라우스의 왈츠를 듣는 기회가 있으면
연주무대에서 왈츠를 추는 모습이 보고 싶어진다.
흥겨운 3박자의 리듬을 귀로만 듣는 것은

눈과 몸에 대한 지독한 왕따일 것 같다.
언제쯤이나 그런 것들이 가능할려나
..
 
올해가 모짜르트 탄생 250주년이라

유독 모짤트 연주가 많다
.
오늘도 피협 21
.
키가 큰 독일의 마티아스 키르쉬네라이트
..
까만 피아노 앞에 까만 연주복으로 꺼부정하게 앉아

수학적인 리듬의 모짜르트 연주를 한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21번의 2악장은 너무 귀에 익은 곡이라

어린애라도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
연주에 몰입하는 연주자의 자세는 늘 그림처럼 아름답다
연주 후 열광적인 앵콜에 2곡이나 서비스해준다.
 
오늘의 연주 타이틀인 슈베르트의 9번교향곡 더 그레이트

슈베르트가 살아 생전 연주되지 않았던 교향곡이다.
혼의 주제 선율이 그윽히 울리고 바로 현으로 이어받으며

이러한 음악의 교류는 1악장 전반에 걸쳐서
이 음악을 처음 들어 보는 사람도 다음 선율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는 대충 짐작할 정도로
역시 모짜르트음악처럼 수학적인 공식을 따른다.
 
전반의 모짜르트 피협 2악장에서 잠시 졸았던 몸이

슈베르트에서 완전히 살아나 버렸다.
역동적인 지휘와 장대한 멜로디로 인하여
..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관중들
...
느린 2악장에서도 힘과 아름다움은 살아 있고

3
악장 4악장에서는 거의 거대한 철새들 무리가 날라가듯이
악기들이, 음악들이 울부짖는다.
 
인사말을 종이에 적어 연주 후

개구챙이처럼 읽으며비스듬하게 인사하는

지휘자 크리스토프 캄페스트리니.
서울시향과 함께 벌써 2번째 지휘봉을 잡았다
.
 
전곡 암보로 지휘하는 지휘자의 섬세함이

제대로 된 음악을 들은 충족감에 빠져 늦은 귀가를
서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