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46) Green Sleeves

carmina 2015. 6. 22. 17:56

 

 

Green Sleeves (영국 민요)

 

이 노래는 여러가지 버전으로 발표되는 것이 많고

내가 아는 Green Sleeves는 크리스마스용 가사로 나온 것이 있으나

그리 대중적으로 불리우지 않아 원어로 적는다.

평소에는 주로 멜로디만 흥얼거리길 좋아하니까..

 

Alas my love you do me wrong
To cast me off discourteously
For I have loved you so long
Delighting in your company.

Greensleeves was all my joy,
Greensleeves was my delight.
Greensleeves was my heart of gold
And who but my lady greensleeves ?

Alas my love that you should own
A heart of wanton vanity
So I must laddie think alone
Upon your insincerity.
Greensleeves

 

Green Sleeves에 대한 전설은

영국의 왕 바람둥이 헨리8세가 왕비 캐서린의 시녀였던

아름다운 앤 볼린에게 구애하면서 불렀다는 설화가 있다.

앤 불린은 왕의 정부가 되는 것이 싫었고

또 왕이 질투심때문에 앤볼린의 결혼을 훼방놓은 적이 있기에

일부러 쌀쌀맞게 굴면서 왕의 애를 태웠다.

 

노래의  Green Sleeves는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앤볼린을 뜻하며

결국 왕은 이혼을 금지하는 캐톨릭대신에 성공회를 설립하고

왕비와 이혼한 후 앤볼린과 결혼하고

앤 볼린은 후에 엘리자베스 1세가 되는 공주를 낳지만

아들을 낳았으나 그뒤로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마녀라 모함받아

런던탑에서 목이 잘리는 비운의 여인이 된다.

앤 볼린이 궁중에서 살았던 기간이 1000일 이라 해서

이를 역사에서는 천일의 앤이라 부른다.

 

한 때 클래식 기타를 배울 때

이 곡을 그리 어렵지 않게 편곡해 놓은 것이 있어

악보를 보며 열심히 배웠는데, 지금 그 악보를 찾으려니

도무지 찾을 수 없어 다시 배우길 포기했다.

 

각설하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정년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55세였다.

최근에 법으로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정년을 60세로 하되 55세 이후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서

매년 월급이 적어진다.

예를 들어 56세는 55세 급여의 90%

57세는 56급여의 90%

이렇게 60세까지 가면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약 60프로정도 보장된다.

 

내 경우도 55세가 원칙이었지만 다행하게도

내가 하던 해외플랜트업무가 호황이라 정년을 넘어서도 몇 년 더 근무할 수 있었다.

아직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급여도 매년 올라갔고...

한 때는 우리나라 샐러리맨의 급여 상위 1%에 해당될 정도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당시는 국내의 플랜트건설 전문업체인, 삼성, 현대, SK, GS, 대림 등이

모두 인력난으로 허덕일 때 였다.

2000년도에 명퇴할 때 우리나라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이 약 30억불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내가 삼성에 입사할 때는 프로젝트 한 개가 30억불이 넘는 것도 있었다.

그런 실정이니, 경력 중에 '플'자만 들어가도 어디든 취업이 될 수 있었다.

내가 경력으로 입사할 때 회사 직원수가 2,500명정도였는데 퇴직할 때는 8,000명이 넘었다. 

나는 지금 직장 생활을 플랜트로 시작해서 플랜트로 끝내고 있다.

 

그렇지만 55세 정년퇴직은 대개의 대기업들이 사규로 정해져 있기에

퇴직 후 재계약으로 근무해야 한다.

내 경우 호적상의 생일이 4월이라 4월의 30일이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마지막 날이다.

 

55세가 되고  만기가 되던 2011년 4월의 마지막 날.

정규직의 신분이 끝나고 계약직으로 바뀌기는 하지만

어차피 다음 날도 계속 출근해야 하니 굳이 정년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손에 걸려 있는 일들이 많아 여느 때 처럼야근하고

집에 밤 11시넘어 도착하여 가족들이 다 자겠지 하는 생각에

평소처럼 벨도 울리지 않고 조용히 대문을 여니 갑자기

어둠 속에서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본 장면이 내 앞에 펼쳐졌다.

가족들이 나 모르게 준비한 정년퇴임축하 서프라이즈 파티였다.

 

대문에서 거실까지 이어지는 바닥의 작은 촛불 그리고

아들이 선곡했다는 아름다운 소프라노의 목소리로

'Green Sleeves 가 흐르고 있었다.

가족들이 어둠속에서 박수를 치고 꽃다발을 전해 준다.

아내가 '여보 그동안 수고했어'라며 안아 주고

아이들이 '아빠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고 안아 준다.

 

나는 갑자기 전쟁에서 승리하고 개선하는 장군처럼

양쪽으로 밝힌 촛불터널로 길게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간 거실의 응접실 탁자에는

커다란 케익이 놓여 있고 그 주위에 촛불로 하트를 형상화했다.

 

갑자기 콧날이 찡해지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제껏 살아온 것이 감사하고

가족들이 고마와서..

 

이 멋진 순간들을 영상으로 담고파 서프라이즈의 감동을 잠시 접어 두고

얼른 비데오카메라를 챙겼다.

 

살아오면서 정년까지 무사히 꾸준히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이 얼마나 많을까?

비록 처음부터 끝까지 한 직장에서 계속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한 스테이지를 마감하고 새로운 막을 여는 순간이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순간들을 포기할려고 했고

수없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고민했던 날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작은 바램은 그렇게 마무리되고, 앞으로의 노후는 어찌될까...

 

 

 

정년 기념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