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44) 세노야 (고은 시, 김광희 곡, 양희은 노래)

carmina 2015. 6. 21. 22:35

 

 

세노야 (고은 시, 김광희 곡, 양희은 노래)

 

세노야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저 산에 주고
슬픈 일이면 님에게 주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바다에 주고
슬픈 일이면 내가 받네

세노야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

 

1972년 이 노래는 당시 후라이보이 곽규석이 진행하던

유일한 아마츄어의 가수등용문인 전국노래자랑에서 대상을 차지한 노래다.

당시 이 노래를 불러 대상을 탄 가수가 현재 재즈가수로 유명한 윤희정씨다.

그 이후 나도 대학 들어가 이 무대를 꿈꾸어 보았지만 실패했다.

 

물론 이 노래를 그 이후로도 많이 좋아했지만

내게 이 노래가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것은

결혼 후 아내와 입단한 부부합창단에 들어가 처음 합창으로 노래한

'세노야' 를 부르면서 종래 성가대에서 교회음악만 하다가

일반 합창의 아름다움에 빠진 이후 지금까지

내 인생에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1988년부터 입단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합창단은

부부들로 구성된 순수 아마츄어 합창단이다.

 

1986년 결혼 후 현장으로 전출되어 사우디에서 나 홀로 근무할 때

현장에는 늘 신문이 아닌 며칠 지난 한국 구문이 배달되었다.

어느 날 신문에 국내 아마츄어 합창단의 목록과 연락처가 있기에

스크랩해서 귀국 후 직장도 옮기고 바쁜 생활로 1년 동안 잊고 지내다가

생활의 공허함을 느껴 우리 사이에 무언가 문화생활이 필요할 것 같아

문득 사우디 생활 시 스크랩해 두었던 신문쪼가리를 찾아 

그 중 몇 군데 연락을 해 보았는데

마침 부부가 같이 노래하는 곳이 있어 입단신청을 했으나

입단비가 만만치 않았고, 혹시 그냥 노래보다 친목이 목적인

단체는 아닐까 하고 걱정했지만 일단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장소는 명동 YWCA.

나보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하고 있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유행가 합창곡.

교회에서 하던 대로 큰 소리내어 노래를 하니

금방 지휘자의 제지가 들어 온다.

그리고는 지휘자의 가르침에 따라 세노야 합창을 만드는데

음악이 끝날 때 쯤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합창이 만들어 지는지..

 

그 날 아내랑 집에 오면서 무조건 입단에 대한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입단비는 마침 당시 몇 년 간 월급에서 공제되던 국민저축제도가

국민 연금으로 바뀌면서 그간 저축되었던 적금을 모두 일시에

돌려 주었기에 딱 맞게 해결될 수 있었다.

 

1988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활동중인 부부 합창단.(서울싱잉커플즈)

음악을 좋아하는 부부들이라 서로 늘 뜻이 통했고

의무조항은 아니지만 거의 기독교인이라 서로 마음도 잘 통했다.

그리고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인지 세상의 멋도 알고

일반 포크송이나 클래식 등 모든 부분에서 일맥상통하는 것이 많았다.

남을 위해 헌신하는 생활들,

모범적인 가정교육과 신앙생활, 건전한 문화생홛들 등등

그 들에게 인생의 많은 것을 배웠다.

 

몇 몇 젊은가족들하고는 서로 아이들 나이도 비슷해

거의 매주 하루씩 가정을 방문하여 같이 음식을 해 먹으며 놀고

2주에 한 번 정도는 같이 밤을 새며 노는 것이 보통이었다.

 

매주 화요일인 모든 약속보다 합창단 정기연습이 우선이었고

매년 정기공연과 지방공연이나 교회초청 연주 그리고 때론 해외공연까지

합창단의 생활은 지금까지 내 인생에 가장 즐겁고 바쁜 일과다.

 

음악의 수준도 지휘자가 시립합창단 지휘자라

거의 프로합창단의 화음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 만족했고

단원들도 모두 각 교회에서 내로라 하는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라

어려운 곡도 모두 소화해 낼 수 있다.

 

나이가 40대부터 70대까지 있지만

어느 누구도 나이 차로 인해 서먹해지거나

혹은 생활의 정도에 따라 차별을 두는 사람이 없다.

내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고

그 분들의 삶의 모습을 내가 본받기도 한다.

 

이제 직장의 말단 사원도 있고

큰 기업의 회장도 있지만 적어도 합창단내에서는 차별이 없다.

밤을 새워 같이 얘기해도 불화한 번 생기지 않고

같이 노래하는 즐거움은 온 단원이 평등하다.

 

나이들어 소리가 안나와 노래를 못하기전까지는

아무래도 내 남은 인생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합창단 활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