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걷기에 대한 강의

carmina 2015. 7. 6. 16:55

 

 

2015. 7. 4

 

몇 년 전 대학친구 결혼식 때 친구부부들끼리 식사하는 자리에서

내가 내 여행경험을 얘기했더니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친구 부인이 내게 하는 말.

학생들에게 그냥 얘기하는 것 보다

우선 여행에 대해 책을 내면 호기심도 있고 강의 의뢰하기가 편할 것이다라는

조언을 해 준 바가 있어 관심은 있었지만 실제로 책을 발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다가 암수술을 겪고 난 뒤에 내가 죽기전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제일 먼저 걷기에 관한 책을 발간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 일찍 걷기를 시작했고,

많은 곳을 걸어다니고 있는 중이었기에 해외여행 후기만큼은 아니지만

걷기 후기로만으로도 자료는 충분했다. 

 

그리고도 한참 그런 생각을 잊었는데

어느 날 오랜동안 클래식음악 동호회 후배 한 명이

느닷없이 내게 걷기에 대한 강의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이 왔다.

내가 동호회 카페에 여행기를 자주 올린 것을 보고

이 주제가 다른 이에게도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던지..

 

그러나 막상 전화를 받으면서도 이 주제로 강의를 할 수 있을까?

차라리 같이 걷는다면 리딩이나 할까 하고 생각했지만

주위에 의외로 걷는 것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내가 경험한 걷기에 대한 생각을 전해 주기로 하고 강의를 하겠다고 했다.

 

우선 큰 틀을 구성했다.

걷기에 건강에 관련된 효과를 설명하는 것은 의학적인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예민한 사항이라 그 주제는 접고

또한 바르게 걷기 위해 이렇게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도

굳이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 본 바가 없으니 그것도 접기로 했다.

그런 것들이야 인터넷 검색하면 거의 전문지식이 주르륵 펼쳐지기 때문에

구태의연한 강의 주제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일상생활을 벗어나서 자연으로 들어갔을 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효과를 설명하고

등산과 걷기의 다른 점을 주로 부각시켰다.

그리고 내가 늘 주위 사람들에게 걷기에 대한 장점을 이야기했던 것들을

하나 하나씩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교안에 대해 살을 붙여 나가는데

아무래도 시선의 집중이 필요할 것 같아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파워포인트로 작성했다.

그날 모이는 사람들이 주로 IT 쪽이나 전문가들 모임이라 해서

PP 자료를 잘 만들 자신도 없었지만 너무 현란한 자료보다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설명하는 것 처럼 주제만 펼쳐 놓고

이야기하는 패턴을 정했다.

 

토요일 아침 모임 장소인 수서에서 도착하여 역까지 마중나온 친구와

모임 장소를 들어가니 일반 강의실이 아니고

다용도로 쓸 수 있는 넓은 장소라 우선 부담이 적었다.

사람들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더치커피를 한 잔 내 주면서 친근하게 다가온다.

 

각종 분야에서 전문가인 이들.

공무원도 있고, IT 관련 직종, 음악가, 신문기자, 등등..

그 들이 물론 걷기코스에 대해서 관심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준비해 간 자료를 이용해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나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이 모두 초롱 초롱하다.

이 맛에 유명강사들이 강의하는 것일까?

 

오래 전에 영화 속의 클래식 음악에 대해 나름대로 자료를 준비해서

왜 그 클래식 곡이 OST로 들어갔는지의 영화의 배경에 대해 강의한 적이 있고,

합창단 MT 때 앞으로 10년 뒤 다가올 미래의 생활 변화에 대해

아는 지식과 관심있었던 자료들을 이용해 강의한 적이 있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지인들 앞이라 부담감이 없었는데

이번 강의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강의하는 것이라

상당히 부담이 되었다.

 

전날 밤 잠이 안 올 정도로 설레었지만

그래도 강의를 하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앞섰다.

이게 시작인지...마지막인지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남앞에 체계적으로 얘기하는 기회가 있어 좋다.

사람들이 나를 걷기 전문가라고 인정해 주는 것이 좋다.

내가 쓴 책을 소개하는 기회가 있어 좋았다.

나의 꿈을 사람들에게 말해 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