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와인 친구들과의 포트럭 파티

carmina 2015. 12. 23. 09:47

 

 

2015. 12. 18

 

부천의 송내역 앞 부숑드카페에서 주관하는 와인모임 그레이프 카페에

나간지도 벌써 5년.

 

이 곳에서 와인을 아주 많이 배운다.

카페지기가 와인에 아주 깊은 상식이 있고 여러가지 이벤트를 만들어

와인애호가들을 즐겁게 해주는 분이 늘 자신의 소유인

레스토랑에서 와인 번개를 만들고 각종 와인을 접할 기회를 만든다.

 

늘 그 곳에서 격식을 차려 와인을 마시고 배우고

낯모르는 사람들도 와인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 보면

다른 주제의 이야기들이 들어올 틈이 없다.

항상 와인의 종류에 맞는 음식이 준비되고,

품격있는 매너와 제대로 된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즐긴다.

또한 각종 와인에 대한 히스토리와 제대로 마시는 법까지

하나 하나 모두 와인을 마시며 저절로 이야기 주제가 된다.

 

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우리 집 번개를 내가 주관했다.

금요일 저녁이면 교회의 철야예배에 가는 아내가 밤 늦게 돌아오니

그 시간을 이용하여 치고 빠지면 되리라 하고..

물론 미리 사전에 아내에게 승인은 받았다.

 

젊을 때 부터 늘 그런 생각을 했다.

집이라는 것. 가족만이 사는 공간이 아니다.

집은 어울리는 곳이고, 집안이 가장 안전한 곳이다.

집이라는 특수성은 사람들을 편하게 하고

낭비와 허세없이 머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가능한 남을 초대하고 살고 싶었지만

결혼하고 나니 아내와의 성격차이로 그게 쉽지 않은 것을 알았다.

그래서 지난 결혼생활 30년동안 이제껏 나만 아는 사람들을

즉  내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을 우리 집에 초대한 것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다.

 

남들처럼 밖에서 술마시다가 술김에 같이 마신 친구들에게

우리 집에 가서 한 잔 더 하자고 권해서 데리고 온 적도 없고

직장동료는 집들이 때 한 번 뿐이다.

아내가 모르는 음악친구들을 한 두번 초대했고

합창단 생활로 부부들이 행사 준비하느라 오는 적은 있지만

아내를 내 보내고 모임을 갖는 것은 오로지 이 와인 친구들과

몇 년전 한 번 가진 이래 두번째다.

 

카페지기에 미리 의견을 나누니 포트럭 파티를 하여

각자 먹을 와인과 음식은 하나씩 가지고 오는 것으로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앞이니 기분을 내기 위해

드레스코드와 교통편과 와인/음식 준비 안내와

프로그램들을 미리 게시판에 고지해 놓았다

약 15명을 생각했는데 딱 적당하게 13명이 참석했다.

 

나도 음식을 준비해야 하니 마침 며칠 전 집밥 백주부가 만든

오뎅치즈말이가 만들기도 쉽고 내가 좋아하는 메뉴라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보니 술을 안 먹는 아내와 아들도

술이 생각난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있고 맛도 좋아 이 메뉴로 선택했다.

 

모임 며칠 전 가지고 있는 와인 잔과 접시들을 모두 닦아 놓고

방청소는 아내가 도와 주기로 했다.

 

당일 날 조금 일찍 퇴근하여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집에 도착하여 피자, 보쌈/족발 그리고 치킨 등

배달메뉴를 미리 신청해 놓고 시간 맞추어 음식을 준비.

사람들 올 시간 되면 바쁠테니 미리 미리 준비해야 했다.

 

 

사람들이 몰려 오고 배달 음식이 도착하고

아파트 특성상 우리 집에 올려면 적어도 2번은 호출해야 하고

차가 오면 3번은 호출해야 하니 몸이 2개 정도 더 필요했다.

 

그러나 손에 손에 와인과 음식을 해 들고 오는 분들이 고맙기만 했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이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단지 카페에서 아이디가 익숙하는 것 하나 만으로 모두 반가왔다.

 

음식을 자랑하고 집 자랑하기 위해 모인 모임이 아니라

여러가지 음식들을 가득 펼쳐 놓고 와인은 즐비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더 필요한 건 와인을 즐기느라 모두의 입에서 나오는 감탄사 뿐이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기타치며 캐롤을 부르기도 하니

이런 분위기를 모르던 젊은이들도 무척 좋아한다.

 

잠시 일어나 부천에서 제일 높은 빌딩인 우리 아파트의 옥상으로 올라가

야경을 구경하니 모두 좋아라 한다.

몇 달 전 이 곳 63층 라운지의 파티플레이스에서 모임을 가지려 계획했다가

따로  비용이 든다 해서 포기했었다.

 

밤이 이슥한 줄 모르고 이야기와 웃음이 그치질 않고

멀리 가는 사람들이 있어 모두 같이 설거지를 하니

우리가 있던 자리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해졌다.

그 많은 음식도 거의 다 먹고...

 

모두다 내년에 또 이런 기회를 갖자고 내게 부탁한다.

할 수 만 있다면 나도 그러길 바란다.

그다지 비용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자리는 언제든 OK.

 

가지고 온 와인이 모두 빈병이 되어 나란히 줄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