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영화속 내생각

감동 합창 영화 '오빠생각' 후기

carmina 2016. 1. 27. 13:01

 

 

 

 

2016. 1

 

내가 좋아하는 동요가 합창으로 들려온다.

영화는 자주 밤하늘의 별을 보여준다.

 

어릴 적 내게 동요를 불러 주시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내가 늘 그토록 별을 좋아하는 이유가 어린 시절 시골집 마당에서

멍석깔고 누워 바라보던 은하수가 그리워서였다.

혜성이 하나 떨어지면 한 생명이 죽었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믿고 있다.

 

한국전쟁중에 있었던 해군어린이 합창단을 소재로 만든 영화 '오빠생각'

설정은 해군에서 육군으로 바뀌었지만

아이들의 합창은 늘 듣기 좋다.

 

전쟁 중에 마을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흑묘 백묘가 된다.

인민군이 점령하면 동네사람들은 빨갱이가 되고

국군이 탈환하면 동네 사람들은 모두 애국자가 된다.

그리고는 곧 적에 동조했던 마을 주민들의 심판이 이루어진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고 아직도 그 흔적을 찾아내 심판을 내리고 있다.

 

어린 눈에 그런 어른들의 상황을 보고 아버님이 죽창에 맞아 죽는 것을 보고

노래를 잃어 버린 딸이 오빠와 피난을 내려와 아이들과 합창을 통해

전쟁의 겪으며 아픈 기억을 치유하고 하나가 된다.

 

주인공 장교 한소위는 인민군과 최전선에서 싸우다가 후방의 부산의 피난지에서

고아들이 수용되어 있는 곳에 근무를 하게 되어 부대장이 한소위의 전공인 음악을

대외적인 홍보를 목적으로 어린이 합창단 만들 것을 권유하여 보육원에

자원봉사 나와 있는 유학파 박주미선생님과 함께 합창단을 가르친다.

 

그러나 전쟁은 늘 그렇듯이 전쟁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있는 법.

아이들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상이용사와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한소위의 갈등과 충돌이 빚어진다.

 

나는 지난 3년간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합창을 가르쳐보았다.

아주 오래 전 군대를 제대 후 시골교회에 가서 아이들 성가대를 가르쳐 본 뒤로

몇 십년 만에 다시 가르치면서 느낀 점이 아이들이 많이 반항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아이들의 발성에 대해서 공부하고 내가 즐겨 듣는 외국의 리베라합창단 같은

어린이 합창 화음을 만들어 낼려고 노력했으나 발성을 떠나서 고음을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거의 대부분이라 곡 선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가능한

두성으로 노래하는 법을 무던히도 가르쳤다.  

아이들의 합창은 열심히 가르치고 최종적으로 발표를 하게 되면

비브라토 없는 그 맑고 청아함에 나 스스로도 지휘를 하며 놀라곤 한다.

 

이전에는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물을 빨아들이는 습자지처럼 '네'라며 따라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불평을 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아이들을 3년동안 가르치면서 스스로 배운 것은 '참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별히 주인공으로 노래하는 아이들이 노래할 때 음정하나 틀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어느 잘하는 합창단같이 들렸다. 그러나 우리 나라 영화가 다 그렇듯이

아이들의 복장과 헤어스타일등은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벽인 듯

전쟁 상황의 아이들이 아닌 현시대의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아쉬워 했다.

왜 조금 더 분장에 신경쓰지 못했을까?

그런 것을 보면서 화면에서 자기 아이들이 이쁘게만 보이게 하고파서

촌스러운 분장을 절대 반대했을 아이들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자원봉사 교사역을 적어도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배우 고아라의 얼굴이 너무 어려 보여 조금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영화는 줄곧 오누이가 서로 챙기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오빠는 동생을 위해 돌봐주고 희생하며

동생은 오빠를 좋아하고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모습이

우리 집 아들과 딸의 성장과정과 비교되며 한없이 부러웠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나도 즐겨 부르는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훔쳐야 했다.

 

합창을 통해 전선에서 싸우는 장병들을 위로하기 위해

떠나는 어린이 합창단. 전쟁터 부대를 돌아가며 순회공연을 하는데

진지에서 야영장에서 때로는 트럭에 올라 탄 채 공연을 하며

군인들에게 노래를 들려 준다.

 

나도 전방근무할 때 그 깊은 산골짜기의 가설무대에 와서 공연을 하는

이름없는 가수들의 노래에 열광하는 장병들중 한 명이기도 했었고,

나이들어서는 군 부대에 가서 합창으로 위문공연을 하기도 했었다.

음악은 모든 것을 잊게 하는 힘이 있다.

 

어릴 적의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서로 반목하는 두 명의 아이에게

노래로 대결시킨다. 한 명은 '대니보이'를 부르게 하고 또 한 명에게는

동시에 '애니로리'를 부르게 하여 음이 틀리는 사람이 지는 것이라며

동시에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게 하는데 내가 듣기에도 화음이 잘 된다.

서로 다른 노래로 노래하지만 그 가운데서 화음을 찾는 것이 진정한

합창이라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서로 화해 시킨다.

 

고향의 봄을 로큰롤 버전으로 부르는 설정은 당시의 합창은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문득 그 악보와

영화 중간에 나오는 포크송 '목장길 따라'의 합창곡 편곡악보는

어른들도 따라 해보면 좋을 것같아 악보를 찾아 보아야겠다.

 

영화의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가 별로 없는 각본으로

프랑스 영화 '코러스'가 연상되는 듯한 영화 '오빠 생각'이

국내에서 오랜만에 만든 좋은 음악영화라고 생각된다.

그것도 내가 평생 좋아하는 합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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