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부엔 까미노

D-7 준비물 완비 (?)

carmina 2016. 4. 10. 21:42


2016. 4. 9


떠나기 일주일 전 늘 머릿속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가득차 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그 곳의 지금 봄인가 여름인가?

까미노 카페에 수없이 많은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아직 그 곳은 눈이 오고 비바람이 많다 한다.

배낭속의 옷들을 다시 꺼내 보고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아무래도 너무 여름복장을 가지고 가면 안될 것 같다.


여행자 보험을 들면서 마음이 착잡해 졌다.

아무 일도 없겠지.

제발 도단사고나 없었으면 좋겠다.

아픈 것은 참을 수 있겠지만 배낭을 통째로 도난당하거나

여권같은 중요한 소지품을 잃어버린다면 그야말로 

걷기보다 더 큰 낭패를 당할 것 같다.


퇴직 후 일주일 내내 집 옆 도서관에서 약 20년전에 까미노를 다녀온

미국 사람의 여행기를 정독했다.

리 호이나키라는 신부가 쓴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

물론 현재와 많은 다른상황이지만 순례자로서 그의 종교와

까미노의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어

사진 하나 없는 500페이지가 넘는 두터운 책에 폭 빠져 들었다.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은 간절한 생각이 있다.


그 여행기 속에 며칠 전 영화 찰턴 헤스톤이 주연한 영화

'엘시드'에서 본 대사가 보였다.

'나는 현재의 당신이었다. 당신의 현재의 내가 될 것이다.'

그 순례자는 그렇게 말했다.

'까미노는 야고보에게 인도하는 길이 아니라

그리스도에게 이르는 길이다'

나는 그 길을 걸으며 순례자들의 놀라운 일들을 체험할 것 같다.

등산복장이나 장비도 변변치 않은 시절에 수없이 많은 순례자들이

걸으며 은총이라고 생각했던 그 길을

나는 더 편하고 좋은 환경에서도 그저 아무 생각없이 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더 컸다.

이 책을 통해서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많은 까미노의 카톨릭 배경에 대해서

알게되었다.


영화 '엘 시드'를 보며 영화의 배경들 속을 내가 걸어 갈 것만 같았다.

스쳐 지나가며 보이는 작은 십자가 하나 성모상 하나 커다란 성당들이

역사의 위대한 손길들을 내가 느낄 수 있을까?


어차피 까미노의 역사는 십자군의 역사를 알아야 할 것 같아

영화 '킹덤 오브 헤븐'를 보아두어야 했다.

그 들의 피흘린 땅을 내가 걸어야 하기에 더 많은 역사적 배경을

알면 까미노의 모든 역사적 유물들이 내게 아는 척을 할 것이다.


새로 등산화를 샀다.

새 신을 신고 거리가 짧은 괴산 산막이 길을 약 4 Km 정도 걸어보니

왼쪽 발바닥에 약간 불편한 감촉이 온다.

대비가 필요하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부천의 중앙공원까지 가서 몇 바퀴씩 돌아보았다.

한 시간에 약 5km 를 걷고 집에 오면 상쾌하다.

물론 실제 까미노를 걸을 때는 이렇게 빨리 걷지 않을 것이다.


요즘 까미노 카페에 베드 버그 이야기가 자주 회화된다.

침대가 혹 더러울수도 있고 지난 번 까미노 정모에서 경험자가

침대에 깔판을 덮으면 버그가 침투하지 못한다 해서

좀처럼 산 적이 없는 전철 안 잡상인들이 파는 비닐 깔판이 좋아보여 샀다.


배낭을 지인이 빌려준다기에 받아 보니

아무래도 내가 목적하는 장거리 트레킹용에 적합하지 않아

어느 날 가산디지털역의 롯데 아울렛에서 아웃도어 용품을

모두 뒤지다가 막판에 가장 저렴하고 눈에 탁 뜨이는 빨간 배낭을

샀더니 마음에 들었다. 까미노 수많은 순례자중 내 가방과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현재까지 준비된 물건들을 새로 산 빨간 배낭에 모두 넣고 저울에 재보니

약 7kg 정도다. 이 정도면 되는 것일까?


큰 걱정하나를 욕심하나 버리니 간단히 해결되었다.

좋은 사진을 찍을려면 조금 무겁지만 내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야 하는데

카메라 때문에 여행이 너무 힘들어 질까봐

어차피 내가 전문 사진 매니아는 아니고 나중 내 여행기나 블로그용으로 필요하니

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해결하기로 하고 32 기가 정도의 메모리룰 구입하니

마음이 편했다. 그 것도 모자르면 폰의 사진들을 USB로 이동하면 될 것이다.


까미노 후의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은 우선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도 까미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테니

걸으며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여행의 중점은 관광보다 우선은 걷는 것을 주목표로 삼고 싶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무사히 걸은 후 내가 충분히 더 걸을 능력만 했다면

묵시아를 거쳐 땅끝인 피니스테라까기 걷고 그래도 여력이 남으면

포르투갈의 포르토까지 걷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면 아마 거리상으로는

거의 1,200 km 정도 되지 않을까?

그게 허락치 않으면 야고보가 부활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곧이 곧대로 듣고

전도여행을 떠난 땅끝까지는 걸어 볼 예정이다.


이번 여행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그냥 즐겁게 걷기 위한 목적일까?

아니면 무언가 걸으며 내가 앞으로의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계기가 될 것인가?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