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합창단 듀오 콘서트 (부천 + 안양 시립합창단)

carmina 2016. 6. 26. 16:41



2016. 6. 23


2달동안 해외 여행 후 오랜만에 음악회를 찾았다.

wITH라는 타이틀로 부천시립합창단이 유명합창단을 초대하여

공연 하나로 2개의 색다른 공연을 볼 기회가 생겼다.

기획자나, 단원들이나 합창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1석 2조다.

우리같은 아마츄어도 정기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1년동안 꼬박 열심히 연습을 해야 4~5개 스테이지를 겨우 채울 수 있는데

이런 듀오 콘서트는 서로의 노력을 좀 덜 뿐만 아니라

지방의 다른 공연장을 별로 찾지 못하는 지방 주민들에게

다른 합창단의 색깔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선 부천시립합창단부터 무대에 올랐다.

첫 번 스테이지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은 무대 배치로 내 눈이 반짝 뜨였다.

각 파트의 단원들을 쌍쌍으로 묶어 놓았다.

지휘자 조익현선생님이 가르치는 우리 합창단에서도

언젠가 이런 무대 배열로 전혀 색다른 음이 나오는 것을 체험했었다.

보통 같은 파트의 단원들이 같이 있어여 옆 사람 소리도 들어가며

내 소리를 조절하는데 이렇게 섞어 놓으면 나 자신이 정확한 음과

소리의 강약을 조절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물론 시립합창단같이 프로들은 그런 부담감이 덜하겠지만

그들도 역시 신경은 많이 쓸 것이다.


첫 곡으로 무반주 합창인 몰튼 로리즌이라는 작곡가의 '장미의 노래' 연작 중

한 송이의 꽃에서'라는 곡이다.

미국 작곡가라 하는데 가사는 불어다. 오늘은 선곡도 듀오다. 

부천시립합창단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참 돋보인다.

합창매니아는 나로서는 늘 듣는 평범한 합창보다는

들을 기회가 별로 없는 희귀한 합창을 듣는 편이 좋다.


불어 노래는 언제든지 발음에서 연상되는 부드러움이 좋다.

그리고 얼핏 그레고리안 찬트의 느낌이 들린다.

귀에 아주 좋은 협화음으로 진행하다가 문득 여성들이 멜로디를 이끌어 가는데

남성들이 다른 노래를 하고 있는 듯했다.


국내의 독특한 합창음악 작곡가인 이건용씨의 투크투크 타키타키는

의성어만으로 노래를 한다. 정확한 발음도 리듬감이 살아 있다.

리듬악기처럼 짧게 끊어서 발음하는 합창에 손뼉을 치고 싶어진다.


이건용씨의 곡에 이어 또 다른 합창의 레서피가 들렸다.

에른스트 토흐의 '말로하는 음악' 중 '지리학적 푸구'

세상에서 불어가 가장 리듬있는 언어라 한다.

그냥 불어를 하기만 해도 리듬이 느껴지듯이

중국어도 4성이라는 것이 있어 중국어를 들으면 어깨가 들썩거려진다.

반면에 한국어는 그런 면에서 참 부족하다.

뉴스시간에 아나운서들이 말을 할 때는 왜 그리 입만 움직이는지...

영어처럼 인토네이션이 들어가면 좋을텐데 우리 한글은 꼭 밋밋하게 흐르는 국악같다.

말도 몇 십명이 다같이 인토네이션을 넣어서 하면 음악이 된다.

가장 섬뜩한 것은 북한군 병사들이 동시에 외치는 구호는 그야말로 공포의 음악이다.

한 달 전 스페인의 세비야 대성당을 방문했을 때 미사시간에 들었던

신부님의 성경낭독은 확실한 음악적 선율이 있었고,

나이 든 수사님들 몇 분이 미사보는 성당 뒤에서 운율을 맞추어 부르는

신부님의 낭독에 맞추어 한 목소리로 따라하는 낭독은 그야말로 천상의 음악이었다.

오늘 들은 이건용씨의 곡은 우리 나라의 말도 잘하면 멋진 멜로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리비 라슨의 '서부개척시대' 중 '악당들이 몰려온다'

지금 나는 영화를 보고 있다.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리고

악당들이 마을에 말을 타고 들어온다가 누군가 휘파람으로 경고하고

순간 술로 흥청거리는 바는 긴장감이 돈다.

아낙네들은이 모두 집 뒤에 숨어 노래하는 것이 배경음악으로 들린다.


생활의 모든 소음을 음악적으로 들으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나는 그런 습관이 늘 배어 있다. 지하철이 한강 철교 위를 달릴 때

바퀴에서 들리는 소리는 4분의 4박자의 리듬악기다.

자동차의 경적은 G 음이고 뱃고동 소리는 C 음같다.

아이들 울음소리를 들으면 음악에 소질이 있는지 먼저 생각한다.


합창의 신비함을 첫 무대에서 즐겼는데

안양합창단이 부르는 한국합창은 우리가 멜로디만 흥얼거리는

노래들이 이런 변화를 거치면 전혀 다른 노래가 되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우효원씨 작곡의 메나리는

이상길 지휘자님이 단원들을 무대와 객석에도 배치해

독특한 서라운드 화음으로 무대 연출로 관중을 즐겁게 해 주었다.

단원들의 일사불란한 춤과, 빈틈없는 안무의 구성으로

합창 플러스 보너스의 즐거움을 관객들을 기쁘게 한다.


가끔 연락하고 지내는 김광희교수님의 세노야는 내게 사연이 있는 곡이다.

30년 전 서울싱잉커플즈에 아내와 함께 입단을 신청하고 가입을 결정하게 된 곡이

첫 모임에서 불렀던 세노야의 아름다운 합창이었다.

어부들의 노래로 알려지고 고은씨가 시를 쓰고 김광희교수님이 작곡한 이 곡을

조혜영씨가 편곡을 했다. 마치 불후의 명곡을 듣는 느낌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 합창을 만들자는 취지 아래

음식을 주제로한 합창곡들이 몇 명의 작곡가들에 의해 만들어 졌다.

이전에 음식을 주제로 한 한국음악은 변훈씨의 '명태'밖에 없었는데

이젠 김치, 된장, 고추장, 비빔밥, 불고기, 와인 등등 말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이는 노래들을 작곡해 합창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오늘은 정덕기씨의 시래기와 메밀묵이 연주되었다.

축 늘어진 시래기를 연상하는 듯한 합창단원의 율동과

가사가 너무 재미있다.


껍데기라고 얕보지 마라, 나물 중의 으뜸이다,

푹 삶고 우려 먹어야 맛있다.

고향의 푸른 맛을 감탄하고 있다.


합창을 듣는 사람도 이렇게 좋은데 부르는 사람은 얼마나 더 좋을까?


메밀묵은 어릴 적 밤이면 창밖에서 들리는 구수한 멜로디를 음악으로 담았다.

메밀묵 사려 하고 외칠 때 끝음의 장식음이 어떤 유명 소프라노의 콜로라투라보다 더

아름다웠다. 이런 한국적 아름다움운 가사에 멜로디를 붙이고 노래하는

합창단원들이 참 고맙기만 하다.


다시 부천 시립합창단의 현대 음악이 타악기와 함께 강하게 공연장을 진동시켰다.

에릭 휘태커가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 기념으로 위촉받아 올림픽 모토를 가사로 작곡한 곡인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노래 가사만큼이나 합창에 힘이 있다.

곡중 소프라노의 솔로에서 문득 성화의 최종주자가 생각났다.


그리고 스페인 노래인 덴 데이비슨의 리트모 (리트모는 스페인 말로 리듬이란 뜻이다)

스페인이라 하면 제일 먼저 플라맹고가 생각난다.

지난 달 산티아고 까미노 800km 트레킹 후

스페인의 세비야와 그라나다를 여행 중 플라맹고 춤의 놀라운 정열을 즐겼다.

오로지 박수와 기타 하나로 리듬을 가지고 춤을 추는 아름다운 드레스의 무용수와

탭댄스가 멋있는 남자 무용수의 듀오 댄스는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거기에 구성지지만 강한 억양으로 노래를 부르는 나이 든 여가수의 그 처절한 노래가 아직

귀에 쟁쟁하다.


부천시립합창단원들이 그 박수를 합창에 이용했지만 스페인에서 보던

그 힘찬 박수소리는 아니었다.


안양시립합창단의 한국합창. 김일권씨가 편곡한 살짜기 옵서예.

가사같이 위트있는 연기가 들어간 훌륭한 합창에 객석은 큰 웃음으로 보답했다.

합창단원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프로페셔날한 음악외에

춤이나 연기 등 더 많은 재능으로 청중들에게 닥아가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그리고 언젠가 아르테 TV에서 본 적있는 우효원 작곡의 팔소성.

좀 전에 대사만으로도 합창이 되듯, 웃음으로도 합창이 되는

이 재미있는 음악들이 지루한 클래식 음악이라는 선입견으로 합창공연에

오길 꺼리는 일반 대중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합동공연으로 펼쳐진 에릭 휘태커의 폭우와 조혜영씨의 편곡 '못 잊어'는

전문 음악인들이 만들어 내는 디테일 하지만 크고 웅장한 합창의 매력이 보였다.


가끔 먼 곳에 있는 합창단을 초청해 이런 듀오 콘서트를 보는 기회를

자주 열어 주길 기대하며...


보너스로 한 달 전 스페인의 세비야에서 본 플라맹고 동영상을 올립니다.

(객석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임을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