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부천시립합창단의 창작 칸타타 "구미호"

carmina 2016. 8. 6. 21:06



2016. 8. 6


보통 칸타타 하면 합창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교회칸타타를 먼저 생각한다.

요즘에는 세속 칸타타를 연주하는 단체가 별로 없어 별로 안 알려져 있지만

17세기부터 시작된 이러한 음악극 형식의 칸타타는 교회칸타타보다

세속칸타타가 더 많았다. 대표적인것이 바하의 커피칸타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바하의 칸타타는 대부분 종교적인 칸타타를 작곡했다.


교회에서 연말에 주로 연주하는 메시아는 칸타타의 범주가 아닌

오라토리오 범주에 속한다. 칸타타는 내용이 오라토리오보다 조금 짧은 편이다.

3대 오라토리오로 꼽을 수 있는 것이 하이든의 '천지창조', 멘델스존의 '엘리야'

그리고 헨델의 '메시야'이다.

오라토리오는 규모가 커서 대개 오케스트라와 연주하지만

칸타타는 피아노나 올갠 혹은 작은 실내악으로 연주하며 대개 주제가

인간의 희로애락이나 전설등이 내용으로 구성된다.


오늘 부천시립합창단이 연주한 세속칸타타 '구미호'는 우리나라의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전설을 박새봄씨가 대본을 쓰고 국내의 대표적인 작곡가

김준범씨가 곡을 썼다.


사람이 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랑하는 남자의 심장을 가져야만 하는 여우와

그 여우를 사랑한 인간과의 하루동안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여

여자로 변장한 여우가 사내와 99일째 살다가 마지막 하루의 내용을

전체 14개의 곡으로 기승전결을 만들었다.


독창자는 해설자인 베이스와 구미호 역할의 새빨간 드레스를 입은 소프라노

그리고 사내역을 테너가 맡았다.    


어둠 속에서 인간의 탈을 쓴 여우들이 모여 사람이 되는 계획을

어두운 조명속에서 음산한 합창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그리고는 굵은 베이스 솔로가 해설을 맡아 여우들이 하는 계획을

노래로 멋지게 해설을 한다.


정통 클래식의 합창으로 시작되어 자칫 지루할 줄 알았는데

여우들의 5중창으로 이루어진 곡 '천년의 유혹'에서는

단원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뮤지컬같은 발성과 춤으로

사람들을 흥겹게 하였고, 남자들의 3중창에서도 익살스런

표정과 율동으로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어느 합창의 대목에서는 얼핏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합창이 들리는 듯 했으며

여자와 사내의 이중창에서 서로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을 노래하는 장면도

어느 다른 유명뮤지컬이나 오페라에서 본 듯 했다.


중간에 해설 대본과 모든 가사들을 자막으로 보여주니 이해하기도 편했고

사람들이 몰입해서 보는 것이 좋았다.

대부분의 종교 칸타타들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가사이기에

그냥 음악만 듣는 경향이 있는데 이 구미호에서는 여자와 남자가 어떻게

결실을 맺는지 자칫 대본없이 그냥 관람했다면 이해할 수 없었을텐데

내용전달이 확실하게 되어 합창단이 연주하는 곡도 셈 여림이라던가

박자의 변환 그리고 특정 부분을 강조하고 일부러 불협화음으로 만드는 부분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가 가능했다.


칸타타는 음악극이기에 내용을 알아야 더 효과적인 감상을 할 수 있기에

교회에서도 칸타타를 할 경우, 자막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칸타타는 아이들 교육용으로도 좋을 것 같다.


합창을 듣고 나오면서 구미호의 가사만 바꾸면 종교칸타타로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며 혼자 웃었다.


전국에 폭염으로 고생하고 집에서도 선풍기로도 해결이 안되는 더운 날에

시원한 공연장에서 심장을 빼먹는 여우 이야기를 노래로 들으니

서늘한 시간을 보냈다고 하면 누가 웃겠지?


감성을 헤비메탈 음으로 자극하는 음악이 아니라면 무슨 노래든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