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유럽방문기

스페인 비고

carmina 2016. 6. 26. 22:07


2016. 5. 20


산티아고 까미노와 땅끝 마을인 피니스테라를 다녀 온 후

이젠 완전히 여행자의 신분으로 돌아섰다.


우선 스틱을 접어 배낭 안으로 집어 넣고 나는 남들이 보기에

그냥 배낭여행자같이 보여야 한다.


산티아고에서 비고를 향해 가는 버스.

그다지 비싸지 않은 버스요금 8유로를 내고 몇 시간을 달린다.

승객이 별로 없는 버스 내에 나같은 순례자 여행을 끝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비고는 단지 프로투갈의 포르투로 가기 위해 지나치는 도시지만

기차 시간 때문에 하루를 묵어야 할 뿐이다.


비고행 버스밖 풍경은 이제까지 다니던 곳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 곳에는 걷는 길도 없고 주택가 앞길 혹은 길게 뻗은 도로들 뿐이다.

마을이 모여 있지만 마을과 마을 사이가 그다지 멀리 않았다.

몇 번인가 버스가 멈춰 승객을 태웠지만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비고에 거의 다 왔는지 커다란 항구가 보였다.

나중에 생각하니 내 숙소가 그 곳 근방이니 비록 버스 터미널은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곳에 내려야 했다.


터미널에 내려 안내에게 우선 포르투갈의 포르투로 가는 버스요금을 물어보니

무려 52유로간다. 거리상으로 산티아고에서 비고에 오는 거리와 비슷할텐데

아마 국경을 넘어가니 비싼 것 같다.

버스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국내 출발 전에 구입해 놓은 유레일 패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실수한 것이 있었다.

유레일 패스가 10일권을 구입했는데 나는 출발일로부터 끝나는 날자수가

10일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기차를 타는 날만 10일이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 줄 알았다면 산티아고에서부터 포르투까지 기차를 이용해도 될 뻔 했다.


포르투까지 가는 열차가 비고에서 바로 연결이 될 수 있었으나

나의 유레일패스에 대한 개념이 잘못되어 당시는 몰랐지만 하루를 묵어야 했다.

 

안내에게 물어 내 숙소가는 시내 버스를 물으니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걸어서 30분 정도 가도 가면 된다는데

이젠 걷는 것은 좀 자제해야 할 것 같아 시내버스를 탔다.


어느 로타리에서 내려 지도를 들고 숙소를 찾아 가는데

도무지 묻는 사람마다 방향이 다르다. 만약 내가 데이타를 쓰는 스마트폰이라면

찾기 쉬었을텐데 약도를 그림파일로 만들어 갔기에 한참을 헤맨 끝에

겨우 숙소를 잡으니 침실 하나가 다 내 것이다. 이렇게 좋을 수가...

단지 샤워장과 화장실만 공용이다.


배낭을 내려 놓고 우선 기차 예약을 위해 길을 나섰다.

숙소 근처에는 식당가인 듯 많은 사람들이 노천 식당에서 점심을 즐기고 있다.

항구가 가까운 숙소라 바로 바닷가에 도착하니  부두에 대형 크류즈 선이 정박해 있다.

지도상으로는 항구에서 주욱 바닷가를 따라 가면 기차역이다.

그래서 우선 그 쪽 방향으로 걸어 보기로 했다.

항구라 바닷가에서 낚시질을 하는 사람도 보였다.


한적한 바닷가를 걷가 보니 길가에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사람이 땅에 얼굴을 박고 곤두박질친 조형물이 있었다.

혹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곳 아닐까?

조금 떨어진 곳에 커다란 문어를 깔고 앉아 있는 조형물이 있어

설명을 읽어보니 프랑스의 쥘 베르너가 쓴 유명한 소설 해저2만리의 저자가

이 곳 비고를 무대로 해서 썼다 한다.


길가 벽보에 낯익은 클래식 성악가 그룹이 있어 반가왔다.

남성 콰르텟 '일 디보' 그 명성이 이 곳까지 뻗어 있다.

산티아고 까미노를 걷던 어느 날 카페에서 이 들이 노래한

크리스마스 캐롤음악이 흘러 나왔었다.


렌페기차역에서 내일 오전에 떠나는 표를 구입할려다가 문득

내가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아 택시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여권과 유레일패스를 가지고 나오는데 비가 쏟아졌다.

우산이 앞으로의 여행에 필요할 지 모르니 살까 했는데 주말이라 문을 연 곳이 없었다.


동네 주민의 안내를 받아 역까지 가는 버스를 탔으나 그 곳에 안간다해서

중간에 내리니 같이 탄 주민이 미안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일 아침에 떠나는 표를 예매했다.

유레일 패스가 있더라도 렌페는 좌석제라 모든 표를 예매해야 한다.

여행을 다니며 간과했던 것이 렌페 예약은 거리마다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비고에서 포르투까지는 예매 수수료가 없다고 했다.


일부러 비를 맞고 숙소로 오는 길에 주말이라 어디에선가 저녁 파티가 있는지

파티복으로 멋지게 차려입은 젊은 남녀들이 총총걸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비가 많이 내렸으나 식당이 있는 지역은 야외천정이 있어

호젓하게 밖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호사를 누렸다.

이제까지 산티아고를 걸으며 하루 겨우 20유로에서 30유로를 사용했는데

이제부터는 그 때의 2배 금액이 매일 들어간다.


개인 여행 첫날부터 사고가 있었다.

하루 입은 팬티와 양말을 세탁했으니 비가 오니 말릴 곳이 없었는데

마침 숙소 방에 할로겐 램프에 뜨거운 열이 나오니 그 곳에 두면

빨리 마를 것 같아 램프를 감싸 놓았는데 그만 잠깐 사이 할로겐 램프의  

고열에 팬티 2장과 양말 한 족에 구멍이 시커멓게 타 버렸다.

양말은 버리고 팬티도 한 장은 버려야했다.

그 때부터 양말은 여유가 있었으니 문제없었는데 팬티가 문제였다.

도무지 둘러 보아도 파는 곳이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넓은 침대에 누워서 이리 저리 뒹굴거리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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