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2016년 여름 호스피스 봉사

carmina 2016. 8. 12. 11:21



2016. 8. 9 ~ 8. 11


견디지 못할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의 도시를 떠나고파

몇 개월 전 부터 미루었던 호스피스를 봉사를 나섰다.


지난 3월 말 은퇴후 바로 봉사를 가고자 했으나

당시 산티아고 준비를 위해 바쁘기에 미루었고

산티아고를 다녀와서도 글을 쓰느라 미루어 왔기에

이제야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었다.


2년만에 다시 온 이 곳 샘물호스피스

규모가 3배나 커진 것 같다.

2년전에 건물공사가 끝난 것을 보고 침대를 옮기기도 했는데

이젠 모든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사무실 담당자가 오늘 목욕봉사가 있으니 도와 달란다.

인천의 모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봉사활동을 나왔지만

그 들에게 봉사를 맡길만큼 목욕봉사는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봉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팀이 있다.

그 들을 위해 나는 보조 역할만 할 뿐이다.

밖에도 폭염인데 목욕실은 뜨거운 물을 사용하니 더 덥다.

쉴새없이 땀이 흐른다.

그러나 목욕 후 에어컨 바람보다 시원함을 느끼는 환자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몇 분의 환자를 씻기고 나니 나도 온 몸이 흥건해 졌다.


규모가 커지다 보니 목욕봉사도 두 팀이 동시에 해야 한다.

한 팀에서 보조하다가 다른 팀에 인원이 부족해 도와달라는 요청으로

팀을 옮겨 봉사하는데 대화하는 것을 보니

팀원 중 한 분이 목사님이고 나머지는 다 장로님들이다.

사회에 봉사하는 교회를 통해 예수님의 희생을 본다.


목욕봉사를 하고 나오니 갑자기 간호사실 앞이 시끄러워졌다.

조금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입원하고 있는 부친을 데리고 나가겠다고

고함을 치고 있다. 치료하던 병원에서 이쪽으로 가라 해서 데리고 왔는데

이 곳은 본인이 생각하던 병원이 아니라며 병원관계자들에게 큰 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아마 그 사람은 호스피스 병원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나 보다.

일반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가 무의미하여 이 쪽으로 가라 했을텐데

그 사람은 아직도 희망을 가지고 있는지 계속 암치료를 원하여 나중에 들으니

결국 부친을 모시고 나갔다 한다.

그것도 일반 승용차에 데리고 나갈려다가 병원 규칙에 따라

앰블런스를 이용하여야 한다하니 그 것 또한 충돌이 있었다.

세상 살다보면 큰 소리로 억지부리는 사람을 만날 때가 가장 피곤하다.


오후부터는 보호자가 없는 환자의 간호를 맡기로 했다.

막 입원한 환자인데 보호자가 급한 일이 있어 입원만 시켜 놓고

돌아갔다한다. 일반 병원에서는 보호자가 없을 시 환자당 한 명의

전문요양사가 배치되지만 이 곳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몇 명의 요양사가 여러 명을 간호하기에 우리 같은 자원 봉사자가 필요하다.


병실로 들어서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환자의 얼굴모습이 나의 사촌형님과 너무 흡사하여 깜짝 놀랐다.

암환자이나 치매가 겹쳐 각별히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그 분은 가끔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모르고 있고

자꾸 어디론가 나가고 싶어 하셨으나 그리 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

오랜동안 지켜 보며  앉았다 누웠다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뱉어내는 가래를 휴지로 받아내야 한다.


그 옆의 환자분은 나와 나이가 같았다.

오랜동안 병을 앓은 듯, 간호하는 부인도 큰 마음의 동요는 보이지 않고

편하게 남편을 대했다. 또 그리 불편한 증세는 없었고 남편의 얼굴도

이미 자신의 병세를 인정하는 듯 평온했다.

이 다음에 그렇게 편하게 세상을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릴 때 친구가 늘 그런 얘기를 했다.

자신은 이 다음에 죽을 나이가 되었을 때 늘 주머니에

먹으면 금방 죽는 약을 가지고 있다가 무의식중에 주머니에 있는 것을

입에 넣고 싶다고...

가장 편하게 죽는 것이 밤에 자다가 죽는 것이라 했던가.

죽음에 대한 공포는 누구나 있지만 준비하는 죽음은 오히려 편할 것 같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인데 전문 요양사는 우선 환자의 기분을 잘 이해했다.

환자를 도닥거리기도 하고 친구같이 대하며 환자의 손톱을 깎아주고,

가끔 손을 주물러 주며 친근하게 대하며 환자의 마음을 풀어 주고

환자의 얼굴에서 미소를 짓게 했다. 그런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 곳에는 의식이 없는 환자들도 많고, 진통제를 주어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가끔 있다. 어떤 나이드신 환자는 식사를 하다가

식판을 뒤 엎어 버리기도 했다. 또 자꾸 가족을 찾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형편상 가족이 와서 간호를 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누군가 전담자가 옆에 있어 주어야 한다.


환자의 몸을 들어 휠체어에 앉히고, 옷을 갈아입히고, 기저귀를 갈아 채우는 일도

모두 일반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방법대로 해야 환자가 편해진다.


때론 밤에 새벽 1시에 일어나 환자를 보살피며 이 일이 봉사로 하는 일이 아니라면

불평이 나올 것 같았다.


이 뜨거운 날 병원 밖에서 땀 흘리며 봉사하는 이도 있고

열기가 가득 찬 주방에서 봉사를 하는 이도 있고

뜨거운 물로 환자를 목욕시키고 이발을 시켜주는 봉사

수없이 많은 빨래를 세탁기와 건조기로 돌리는 세탁봉사 그리고

쓰레기와 바닥청소 등 쉬임없이 청결상태를 유지하느라 애쓰는 봉사 등등.


봉사자들은 거의 교회나 학교에서 모두 단체로 와서 하는 팀들이다.

나처럼 개인적으로 와서 하는 봉사자는 없는 것 같다.

어떤 봉사자건 간에 호스피스 봉사는

자신의 현재 위치와 모습 등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기쁘게 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이 천국은 아닐지언정 천국을 가기 위한 예비장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왕복 5시간 정도 거리의 먼길을 오가며 2박 3일을 체류하며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처럼 내 인생에 귀한 시간이 없음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