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80) 작은 새 (김정호)

carmina 2016. 8. 31. 20:49


작은 새 (김정호 작사. 곡)


고요한 밤 하늘에 작은 구름 하나가
바람결에 흐르다 머무는 그 곳에는
길 잃은 새 한마리 집을 찾는다
세상은 밝아오고 달 마저 기우는데
수만리 먼 하늘을 날아가려나~~아~
가엾은 작은 새는 쓸쓸한 길을

그리운 집을 찾아 날아만 간다.


폭염이 지속되던 8월 하순에 포크송 카페 동호회원들과

1박 2일 캠핑을 하며 텐트 안에서 밤늦게까지 그 시대의

노래를 부르며 참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작은 새.

이 노래의 전주가 시작되면 재미있는 추억이 떠 오른다.


부부들끼리 모여 노래를 하는 합창단에 들어간지 29년.

결혼 생활 30년동안  거의 이 부부들과 노래를 하며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합창단 들어가던 날 내게 동갑이 들어와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

국내 최고의 음대 성악과를 나왔다.

우리 합창단에는 여자들은 성악전공자가 많지만

남자들은 주로 소싯적에 대학 중창단이나 교회에서 노래 좀 한다하는 매니아들이다.


그는 나보다 2년전부터 합창단에 입단했다.

중학교 교사라 하던 그는 처음 합창단에 입단할 때 중학교 체육교사라 했다.

합창단에 들어와 보니 단원들의 노래실력이 너무 좋아 차마 자신을

성악 전공자라고 말하기가 걱정이 되었다 한다.


그는 팝송을 참 잘한다.

가끔 우리 집에 놀러 와서 피아노를 치며 팝송을 노래할 때는

그 어떤 팝가수보다 노래를 더 잘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신분을 노출 시킨 이유가 바로 이 노래 '작은 새'때문이었다.

매년 갖는 봄철 합창단 MT에 참석한 그는

밤늦게까지 단원들과 같이 지내면서 기타치며 노래를 부를 때

자신의 차례에 '작은 새'를 불렀다. 그 전에는 연습 시간에 주로

다 같이 성악적인 합창곡들을 자신의 목소리를 양보하며 부르기에

뚜렷한 색깔이 안 보였고 그저 목소리가 좋은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부른 유행가에서 워낙 다른 발성으로 환성적으로 노래를 불러 

사람들이 다그치니까 결국 실토를 했고 그 얘기를 들은

단원들이 자다가 벌떡 일어나 '거 봐, 거 봐 그럴 줄 알았어'하며

깜짝 놀라워 했다한다.


형식적인 음악에 싫증이 나 있던 그는 결국 교사직을 포기하고

연극계로 들어가 조연출을 맡으며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조연출이라는 것이 허울만 좋지 거의 다 허드렛일을 하는 역할이다.

의자를 나르고 배우들 무대의상을 챙기는 등 잡일을 해야 한다.


연극을 하는 배우들이 연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대사를 정확하고 멀리

전하게 하는 발성이다.

연기는 배워도 발성을 가르쳐 주는 전문적인 사람이 없던 시절이라

그는 곧 연극계에 인정을 받고 국내 연극계의 내로라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아울러 본인만의 장점을 살려 보이스 트레이너로 여러 전문학교를 다니며

연극 연출과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발성을 가르쳤고

그 분야에 전문인으로 인정받아 신문에 게재되기도 했다.

또한 그 마당에서 잔뼈가 굵다 보니 이젠 연기와 뮤지컬 배우까지 한다.

최근에서 외국에서 하는 국제 연극제에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연극배우의 수입은 그리 녹록치 않다.

집에 가져 오는 수입이 별로 없으니 부인이 늘 일을 한다.

아마 그런 예술계에서 종사하는 아빠들의 가족은 모두 그럴 것 같다.


그는 나와 함께 있으면 늘 꿈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음악에의 꿈. 새로운 발성에의 시도와

요즘 음악계의 고질적인 면까지 폭넓은 상식과 본인의 견해를

듣는 재미가 있다.


그러다가 문득 기분이 좋아 피아노 앞에 앉아 '작은 새'를 비롯한 가요나

팝송을 노래 하는 것을 들으면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한다.

저 친구가 만약 일반 가요계로 나갔으면 아마 대성할 수 있었겠다 하고..


때론 모두 음악을 하는 우리 가족과 같이 팀을 구성해

음악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자선공연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