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79) 신과 나만이 아는 노래

carmina 2016. 8. 18. 21:10



신과 나만이 아는 노래 (작사 작곡 이요섭)



달 밝은 긴 밤이면 아련히 떠오르는

다정한 님 위하여 기도하며

비 오는 어둔 밤엔 은은히 들려오는

정다운 님 위하여 노래하리

 

저 하늘의 천사여 내 영혼의 노래로

고요한 음성 들어주소서

저 하늘의 천사여 내 영혼의 노래로

다정한 미소 지어주소서


이 노래를 아는 이가 있을까?

몇 십년만에 청년시절 교회를 같이 다니던 친구를 만났다.

얼굴에 젊은 시절 윤곽은 살아 있지만

이제는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목소리까지 변해 버린

그가 젊은 시절의 나를 회상하면서 나를 보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고 했다.

내가 기타치며 이 노래를 부를 때 열창하던 모습이 그립다고..


이 노래의 작곡가는 이요섭씨.

70년대와 80년대에 서울 YMCA Sing Along Y에서 노래를 지도했다.

본인이 작곡한 노래 '또만나요'가 방송에 자주 타기도 하고

유흥가 홀에서 영업을 끝낼 시간이 되면 거의 모두 이 노래를 틀고는 했다.


그 당시는 아마 이런 노래가 현재의 가스펠송 즉 CCM 음악에 해당했을 것이다.

이 노래 말고도 이요섭씨가 작곡한 기독교적인 노래가 또 있다.


요즘의 CCM 음악의 가사는 거의 모두 성경에 내용으로 만들어지는데

당시는 이런 식으로 교회다니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노래로 표현했다.

그러나 70년대 당시에는 청년들이 기타치고 부르는 노래는

가사가 어떻든간에 무조건 기성세대들의 거부감을 가졌다.


예를 들어 김민기씨가 작곡하고 양희은씨가 불렀던 '금관의 예수'라는

곡은 내용상으로 정말 갈급한 영혼들이 예수님을 찾는 가사인데

첫째 이 노래를 정부에서 금지곡으로 지정했고

교회에서도 청년들이 부르는 것을 곱지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만약에 '신과 나만이 아는 노래'를 성악적으로 부른다면

아마 어른들도 간절한 기도의 찬양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나같은 장발의 젊은이가 교회의 골방에서 기타를 치고 부른다면

데모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학 1학년 때 내가 교회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기타를 치며

예배시간에 찬송가에 없는 찬양을 헌금송으로 부르기로 했을 때

장로님들의 저항이 무척 강했다.

신성한 예배시간에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것도 허락이 안되는데

찬송가에도 없는 곡을 헌금송으로 부른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고 했지만

당시 목사님은 나를 믿는다며 허락해 주었다.

몇 년 뒤 찬송가가 개편되면서 내가 불렀던 찬양은 찬송가 곡에 포함되었다.


사람이건 예술이건간에 시대를 잘 타고 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