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행복나무 플러스 공연 - 재능기부

carmina 2016. 9. 13. 14:43



2016. 9. 12


살면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 재능 기부

내게 무슨 프로같은 재능이 있겠는가?

내게 재능이 있다.

노래하는 재능.

그리고 또 있던가?

그 외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남들이 내가 가진 성격이나 재능으로 인해 즐거워 할 수 있다면

그처럼 좋은 것은 없을 것 같다.


이전에 불우한 청소년들이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해서

영어를 몇 개월 가르쳐 본 적이 있긴 하지만 단기로 끝났다.


행복나무플러스는 10년전 국내외 음악인들이 서로 가진 재능으로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자 만든 단체다.

특히 보육원, 그룹홈 (고아원)등의 시설아동 (고아)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뜻이 모아지고

현재 부천 시립합창단 지휘자이며 내가 노래하는 서울싱잉커플즈의 지휘자인

조익현선생님이 지인들과 함께 만든 단체다.


행복나무는 HK라는 기업의 후원을 받는다.

다른 대기업처럼 상품판매를 위해 음악회같은 행사를 후원하여

기업이미지를 좋게 하여 매출을 올리려는 목적을 가진 기업이 아니다.

만들어내는 제품도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일용품도 아니다.

단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후원하고 그 아이들에게 재능을 가르치고

이런 음악회를 열어 아이들에게 무대의 기회를 주고 또한 수익금으로

또 아이들을 위해 사용한다.


행복나무는 고아들이 소규모로 모여 있는 그룹홈을 찾아 같이 예배를 보고

멘토링을 하며 장학금을 지원과 자립관을 운영하여 취업까지 하여

고아들이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노력한다.

나도 이들을 위해 몇 년 째 적은 금액을 매달 후원하고 있다.   


베네주엘라의 유명한 음악교육양성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라는 제도가 있다.

거리의 부랑아들에게 악기를 대여해 주고 음악을 가르쳐

아이들이 더 이상 나쁜 길로 가지않도록 하는 국가적인 제도이다.

그 제도를 통해 배출된 유명한 지휘자가 바로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이다. 한 명의 지휘자가 만들어 내는 역사를 우리는

카라얀이나 번스타인, 아바도, 솔티 등의 지휘자들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나의 생각도 같다.

자녀들에게 음악을 가르쳐라. 절대 곁길로 가지 않을 것이다.

그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변화될 것이며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행복나무플러스가 올해 9회째 진행하는 삶과 나눔콘서트에 참여를

지휘자님으로부터 제안을 받았기에 얼른 승락했다.

예전같으면 공연하는 날이 평일이라 업무가 어찌 될지 모르니

주저했었지만 이젠 가진 것이 시간밖에 없으니 당연 참석해야 한다.


이러한 한시적 프로젝트 합창단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재능기부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예술로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무언가 서로 화합의 계기가 필요하지만 합창은 그 사람의 개성보다

지휘자가 원하는 화음만을 만들어 내고

그 과정을 기쁘게 생각하면 되는 것이기에 굳이 단원들의

성격이나 합창단의 운영에 간섭할 필요도 없다. 

각자가 좋아하고 잘하는 목소리를 가지고 튀지 않는 화음을 만들어

전체적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만 필요하다.


매주 일요일마다 사당동에 있는 행복나무 사무실에서 연습을 가졌다.

당초 목표했던 80명의 인원이 금방 모여지고 처음부터 잘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었다. 베풀기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간식을 후원하였고

기업들이나 단체의 후원으로 표도 매진되었다.


9월 12일 일요일 오후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행복나무 플러스 합창단은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세계적인 바리톤 고성현씨와

소프라노 손지혜씨 그리고 트럼펫의 성재창씨와 협연을 했다.

80명의 매머드합창단과 약 60명의 오케스트라가 참여했다.

그리고 행복나무 플러스의 이사장을 맡은 탤런트 정광씨가

음악회 중간에 나와 관객들에게 음악회의 취지를 얘기했다.


태광그룹에서 아이들에게 하모니카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가르쳐 주어 합창 연주곡 중에 하모니카를 불기도 했다.


내가 많이 듣은 합창음악 중 영국의 리베라소년 합창단이 부르는

영혼이 맑은 노래들이 있다. 오늘 행복나무 아이들의 노래속에서

그 들이 부르는 것 같은 합창 '상투스'의 아름다움을 들었다.

고성현씨가 부르는 My Way의 가사를 외워 두어야 할 것 같았고

손지혜씨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와 성재창씨가 연주하는

트럼펫 사운드를 들으며 내 기분은 하늘을 날아 갈 것 같았다.


오늘 공연이 아르테 TV로 방송된다 하니

연주자들의 음악을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흐뭇하고 보람있는 연주회.

내 재능도 작게나마 한 몫했다는 기쁨과 감사가 있어서인지

늘 밀리던 남부순환도로도 오늘은 여유있게 달릴 수 있었다.


할 수 있으면 남은 인생은 남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이제까지 남에게 도움받은 것들을 다 갚고 내게 생명주신 분에게 되돌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