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2016 한국합창 대제전 - 롯데 콘서트홀

carmina 2016. 10. 21. 10:54

 

 

2019. 10. 20

 

지난 20년간 수없이 말이 많았던 롯데월드타워.

건설 허가여부를 두고 10년을 넘게 끌었고

건설하면서도 크고 작은 사고로 말이 많았지만

이제는 서울의 어디에서도 눈에 확 들어 오는 명물로 자리잡았다.

높이 555미터로 세계적으로 6번째로 높은 타워다.

세계 초고층 빌딩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타워, 상하이 타워, 사우디의 메카타워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중국 광저우의 금융타워 다음에 롯데월드타워일 것이다.

초고층 빌딩이 있다는 것은 한 나라나 도시의 경제력을 대변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력과 문화의 힘은 다른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콘서트홀은 아르테TV에서 자주 보는

베를린필 콘서트홀,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도쿄의 산토리 콘서트 홀 등등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제까지 예술의 전당 하나를 내세울 수 밖에 없었는데

고맙게도 그 안에 재벌그룹이 지은 대형 클래식음악 전용 콘서트홀이 자리잡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위해 새로운 콘서트홀을 건설하는 계획이

여러번 세간에 오르내렸으나 그것도 흐지부지 되고 난 이후

그래도 우리나라에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지은 콘서트홀의

얼마나 좋은지 개관때부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특히 친한 친구가 음향 설계에 참여했다기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예술의 전당보다  서민인 내가 제일 편한 것은 우선 접근성이었다.

비록 부천에서 멀기는 하지만 전철2호선 잠실역과 연결되어 있어

날씨나 교통체증과 상관없이 공연장을 찾을 수 있다.

 

콘서트홀은 월드 타워의 부속건물인 쇼핑몰의 8층에 자리잡고 있다

넓은 공간에 자리 잡은 쇼핑센터와 푸드코트를 돌아보며

예술의 전당은 밥을 먹을 공간이 별로 없어 늘 불만이었는데

앞으로 이 곳을 찾을 때는 저녁식사 메뉴의 폭이 넓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6대의 공연장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올라가니

공연장의 로비는 오히려 예술의 전당에 비해서 작은 편이다.

 

로비에는 간단한 음료를 파는 곳이 있고 매표소나 Cloak Room은

다른 곳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간이 되어 2층으로 올라가서 눈 앞에 펼쳐진 공연장 내부는

마치 이 곳이 내 것인양 탄성을 질렀다. 좋다. 참 좋다.

마치 베를린필 공연장같은 빈야드의 모습과 닮았다.

무대를 감싸고 있는 객석들과 대형 파이프오르간.

무대의 바닥은 조명을 받으면 더 따뜻해 보이고 환해 보이는 재질의 나무를 사용했다.

합창석 양 옆의 객석의 우아한 동선이 아름다웠고

2000석 규모의 모든 객석의 시선이 무대로 몰입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무대는 높낮이가 조절되는지 모르지만 반원형의 연주자 층이 있고

그 뒤로 넓은 공간이 있어 악기 배열에도 여유가 있어 보인다.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은 객석의 맨 앞에 앉으면

무대 뒤의 관악기나 타악기들을 볼 수 없는데 반해

이 곳에서는 모든 연주자들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구조다.

또한 굳이 지휘자가 포디움을 쓰지 않아도 연주자가 모두 지휘자를

볼 수 있는 각도와 높이가 형성되어 있었다.

또한 의자을 접었다 폈다 해도 전혀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자. 소리를 들어보자.

첫번 연주단체인 계명챔버 콰이어. 15명의 젊은 여성합창단이다.

불과 2곡을 연주하는데 악보를 들고나온 면이 조금 눈에 거슬렸지만

첫 곡 하이든의 Laudate Pueri 를 은은한 오르간 반주와 함께

터지는 피아니시모의 첫 합창소리에 나는 혼자 속으로 감탄한다.

2층 꼭대기에서 듣는 내게 나 혼자 집안의 거실에서

에이프릴에서 제작한 오라노트에 씨디를 올려 놓고

듣는 기분을 느낄 정도로 음악이 선명하게 들린다.

 

이어지는 곡 생상의 Ave Verum Corpus의

아카펠라로 시작되는 부분도 젊은 학생들이라 그런지

비브라토 하나 없이 청아한 음색으로 전해진다.

그 화음속에 어떤 음악외의 소음도 끼어들 틈이 없다.

 

두번째 연주단체는 광명시립합창단

몇 십명의 합창단이 3단으로 둥글게 구성된 무대에 서 있는 것을 보며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숫자를 세어보니 여성 단원 18명 남자가 15명인데

무대가 원형으로 되어 있다 보니 여성들 선 대열은 촘촘하고

남성들이 선 맨 위의 무대는 단원들 간격이 넓어 허전해 보인다.

앞으로 연주단체들이 무대에 설 때

모든 단원들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바로 지휘자를 볼 수 있는 것은 좋지만

기하학적으로 균형된 자리배치를 위해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여성들의 소리를 참 고운데 남성들의 소리가 아직 원숙되지 않은

다듬지 않고 약간 조악한 음이 들린다. 그리고 여자 소리와 남자의 소리들의

균형이 안맞는 것같은 화음으로 들렸다.

이어지는 아카펠라곡 Ave Maris stella 는 조금 나은편이었다.

국현이라는 작곡가의 한국창작곡인 '수리수리마수리'는 연출이 아주 좋았다.

모두 아카펠라로 노래하는데 단원들이 무대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가며

부르는 노래는 듣는 이들이 보는 즐거움까지 가질 수 있었다.

 

백석대학교 백석합창단.

기독교계통의 학교라는 선입견때문인지 합창이 경건하게 들리고

두번째 우효원씨가 작곡한 '여덟가지 웃음소리'는 이미 다른 합창단에서

부르는 것을 몇 번 들었기에 식상했지만 매번 연출이 다르긴 했지만

이미 예견할 수 있는 행동이라 그냥 그렇게 들렸고

마지막 곡으로 부른 '모든것 주셨네' 곡은 교회 성가대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서울챔버싱어즈의 지휘자의 뒷모습이 문득 불안해 보였다.

약간 아마추어적인 화음과 남자들 소리는 찢어지는 느낌을 받았으나

이어지는 Saul이라는 곡은 음악보다 낭독자의 깊은 목소리에 더 감동을 받았다.

 

많은 인원이 참가한 총신대 콘서트콰이어가 부른

유명한 작곡가 에릭 휘태커의 아카펠라 곡인 Alleluja는

시종 불안한 화음의 연속이었다.

물론 휘태커의 곡들이 거의 많은 부분에서 불협화음을 쓰기는 하지만

지난 해와 올해 에릭 휘태커의 곡들에 빠져서 자주 들었던

내게는 유튜브나 다른 합창단에서 부른 느낌과 사뭇 달랐다.  

아마 아직 학생들이라는 선입견이 내게 있는 것 같다.

젬베와 함께 연주된  Kalinda는 리드미컬한 점베의 서포트가 있어 좋았고

아프리카의 리듬인지 리드미컬한 편곡이 좋았다.

 

이번 합창대제전에는 유독 내로라 하는 시립합창단과

전문연주단체의 참여가 적었다.

어떤 참가의 조건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주로 대학합창단과

서울에서 별로 연주할 기회가 없는 지방중소도시의 시립합창단들이 참여했다.

 

강릉시립합창단의 화음을 통해서야 겨우 일반대학합창단과 시립합창단의 음악이

다르다는 실감해 본다. 원숙한 화음과 프로다운 발성, 그리고

볼륨과 여유있는 합창소리가 들린다.

한국 창작곡인 '봉선화 잎 물들이며' 처음 듣는 곡이다.

이어 에릭 휘태커의 'Leonardo Dreams of his flying machine'

첫 화음이 터지며 난 혼자 중얼거린다.

그래 이게 에릭 휘태커야.

노래의 끝에 비행기가 막 땅에서 비상하는듯한 작은 바람소리까지 

난 그 화음에 푹 파묻혀 버렸다.

 

마지막 연주단체로 나온 장신대콘서트 콰이어는

포지티브 올갠이 곁들인 바로크 음악과

현대 합창음악의 진면목을 모두 보여 주었다.

굳이 큰 소리를 내지 않고도 무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화음과

특히 지휘자의 센스있는 지휘가 돋보였고 

내가 좋아하는 몬테 베르디의 음악도 속칭 미제같은 화음을 만들었다.

아프리카의 토속음악을 합창버전으로 만든 것 같은

Nyon Nyon 이라는 곡은 상당히 리드미컬하고 율동까지 곁들여

합창의 재미를 더 돋보이게 했다.

 

피날레로 전 연주자가 다 같이 부른 Andre Thomas의 Gloria.

장신대 지휘자의 센스가 더 돋보여 피날레다운 음악을 선 보였다.

 

이곳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유명 솔리스트들의 연주를 감상할

기회를 또 마련해 보아야겠다.

 

늦은 시간 전철을 타고 집에 오며 음악에 대한 포만감은 가득한데

몸은 허기가 느껴져 집에 오다 마트에 들러 안주거리 하나 사서

홀로 늦은 밤까지 맥주와 함께 여러 단체가 불렀던 합창의 여운을 마셔 버렸다.

 

 

로나아빠야..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