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85)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

carmina 2017. 4. 25. 16:24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 (작사/작곡 윤지영)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
날으는 새처럼 날개가 있다면
내 노래에 돛대가 있다면
흐르는 강물에 사랑을 띄우리

먼훗날 당신이 그리워질때
먼훗날 당신이 보고파질때
새처럼 날으며
강물처럼 당신 곁에 흐르리

 

이제껏 살면서 무던히도 많이 부른 노래다.

나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했고..

노래도 성공하고 싶었다.

노래로 꿈을 꾸고 싶었다.

 

그러나

내 주변환경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멀었다.

어머니는 깡깽이 소리를 무척 싫어하셨다.

사랑노래를 하면 빗자루를 들고 쫒아 오셨다.

학생놈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사랑타령만 한다고..

 

노래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학창시절 기타치던 친구들이 많지 않던 시절에

내가 기타를 치면 나를 참 신기하게 보았다.

어떤 애들은 내가 마치 방송국에서 나오는

기타리스트들처럼 칠 줄 모른다고 날 업신여기던 애들도 있었다.

그러나 노래하는 시간만큼은 참 즐거웠다.

 

칼립소 리듬을 익히기 위해 수없이 혼자

다리 옆에 손을 대고 흔들고

알페지오 연습을 하기 위해

마치 술먹고 몸이 꼬이는 사람들처럼 손가락을 놀렸다.

 

노래를 하면 남들이 나를 좋게보기는 했다.

옆에 있는 친구들이 제목을 이야기하면

내 입에서는 늘 2절 3절가사까지 줄줄이 나왔으니까..

노래가사는 참 잘 외웠었다.

머리가 좋아서라기보다 좋아하면 잘 외워지는것 같다.

 

흑백TV에서 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면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세환이 나와서 노래할 때

늘 혼자 그런 소리를 했다.

"마이크대고 저렇게 노래못할 사람이 누가 있어"

나는 송창식이 되고 싶었다.

조영남이 되고 싶었다.

 

늘 마이크없이 노래를 하다보니

내 목소리는 마이크만큼이나 크게 불러야 했다.

지금도 내 목소리는 크다.

지금도 다같이 노래를 하며 기타를 치면 거칠게 친다.

 

당시 조용필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폭포수앞에서 발성을 연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경인선 기차가 지나가는 철로 옆에서 노래도 해 보았다.

 

윗동네에 이쁜 애가 있었는데

그 애가 눈부시게 흰 교복을 입고 우리 집앞을 지나가면

얼른 이층에 올라가서 기타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까만 안경에 여드름 투성이 키가 작고

형님들에게 물려 받은 빛 바랜 교복모자와  

교복바지의 무릎부분이 튀어 나오는 허름한 옷을 입은 나는

늘 그런 애들의 눈길도 받지 못했다.

그 이쁜 애가 어느 불량스런 애들과 같이 다니는 것을 보고

다가서서 무언가 말을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멀리서 노래를 불렀다.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 이라는 욕심을 정말 많이 가졌었다.

나는 아마 가난한 시인같이 살더라도

노래를 부르며 살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