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86) - 제비

carmina 2017. 4. 25. 23:06

 

제비 (멕시코 민요, 조영남 노래)

 

정답던 얘기 가슴에 가득하고

푸르른 저 별빛도 외로워라

사랑했기에 멀리 떠난 님을

언제나 모습 꿈속에 있네

 

먹구름 울고 찬서리 친다해도

바람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

고운 눈망울 깊이 간직한 채

당신의 마음 품으렵니다

 

아 아 그리워라 잊지못할 내 님이여

나 지금 어디 방황하고 있나

어둠 뚫고 흘러내린 눈물도

기다림 속에 잠들어 있네

 

바람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

당신의 마음 품으렵니다

 

어둠 뚫고 흘러내린 눈물도

기다림 속에 잠들어 있네

 

바람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

당신의 마음 품으렵니다.

 

원래 이곡은 멕시코의 민요 la golondrina (제비)를

번안한 곡이다. 원곡의 노래 가사는 조국을 잃어버린 슬픔을

노래하고 있는데 한국에 와서는 사랑노래로 변했다.

물론 가사상으로는 사랑이지만 대상이 조국이라 해석해도 좋을만하다.

 

어린시절은 제비가 참 많았다.

날씨가 좋은 날은 제비가 공중을 날라 다니지만

비가 올 것 같으면 주로 대지에 가깝게 날라다닌다.

그래서 제비가 낮게 날으면 어머니는 우리에게 빨래를

걷으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집의 초가집 처마밑에 제비집이 있었을 때 어머니는

우리에게 집에서 잘 떠들지도 못하게 했다.

어른들은 흥부 놀부에 나와 박씨를 물어다주는 제비를

길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봄철 이맘때는 늘 제비집을 기웃거리셨다.

그러다가 초가집을 헐고 양옥집을 지으면서 제비는 사라졌다.

세월이 지나니 공해때문에 제비는 적어도 서울 경기지방에서

사라졌었다.

 

어느 해인가 직장을 다니다가 봄철에 남쪽으로 홀로 여행을 갔는데

버스를 기다리다가 제비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아직도 그 때 앉아있던 버스정류장이 생각난다.

 

강화도를 자주 걸으면서 어느 해 가을 새로 개통된

강화서쪽 지역 망월벌판의 서해황금들녘길을 걷다가 

전기줄에 무수히 앉아 있는 제비를 보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음이 가장 아쉬웠다.

 

지금은 다리가 연결되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지만

강화의 교동에 있는 대륭마을에 가면 집집마다 처마밑에

제비들이 새끼를 낳는 제비집이 만들어져 있어 반갑다.

그러나 얼마 전 가보니 그 곳도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제비집들이 사라지고 있음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지난 주 제주도 올레길 트레킹을 위해 

추자도의 높은 산봉우리에 올랐더니 제비들이

그 높은 곳에서 빠르게 날라 다니고 있어

한참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으니 워낙 빨라 담지 못했다.

 

가수 조용남씨는 이 노래를 클래식 성악발성으로 불렀으나

실제 멕시코 가수가 부르는 것은 지극히 유행가답게 부른다.

오래 전 멕시코를 출장을 갈 때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엘 마리아치들이 노래를 하는데

한국 사람들을 보면 이 레퍼터리가 빠지지 않았다.

아마 우리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줄 아는 것 같았다.

 

이제 사사사철 황사로 뿌연 하늘을 만들고

요즘은 미세먼지가 온 나라를 덮고 있지만

아직도 남쪽 지방이나 바닷가 그리고 깊은 산골에서 

제비를 볼 수 있는 것은 미세먼지가 바다건너에서만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 나오는 먼지가 더 많아서일것이다.

 

제비가 우리 동네의 아파트 사이를 날아다니는 날이

내가 손주를 보고 장가를 보낼 때 쯤에나 가능할까?

아니면 그 때 쯤이면 지금 제비를 볼 수 있는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환경이 될지 궁금하다.

 

 (아래 사진들은 2013년 10월 강화도 나들길 16코스 서해황금들녘길에서 내가 촬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