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유전병

carmina 2022. 8. 8. 10:51

밤늦은 시간에 형님이 전화하셨다.

대뜸 내 혈압을 묻는다

이상없다고 하니, 혈압기 사가지고 매일 혈압을 재 보라며

거의 윽박지르듯이 다그치신다.

형님과 나이 차이는 9살차이.

형님께서 요즘 혈압이 조석지변으로 변하니 걱정스러웠고

동생들도 걱정되는지 한 밤 중에 전화를 주신거다.

형님은 술을 전혀 안하시고 단지 오랜동안 담배를 즐겨하셨었다.

하긴

평생 담배를 피우시고 두주불사하시던 아버님은 7순에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혈압으로 쓰러지셔서 나이 환갑에 일찍 떠나셨고

큰 형님도 워낙 골초이셔서 후두암으로 환갑에 가시고

먼저 간 동생도 술과 담배때문에 뇌병변이 생겨 먼저 가고

그렇게 7남매 중 지금 2명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고

한 명은 지금 담배때문에 뇌가 상해 병석에 누워 있으니 그런 걱정을 하시는가 보다.

현재 남아 있는 제일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챙기시는 모습이 의무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형님은 내게 부모님도 모두 혈압으로 쓰러져 돌아가시고 동생들도 그랬으니

집안의 유전병으로 알고 더욱 조심하라는 당부를 강조하셨다.

그리고 본인도 지금 너무 힘들어하시니 남아 있는 동생들 챙기는 형님의 모습이 고마왔다.

하긴 나도 지금 혈압약을 먹은지 거의 40년 째다.

결혼 전 조금 머리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혈압약을 주기에 일정기간 먹고 다시 병원에 갔더니

혈압약은 오래 먹어도 괜찮은거라며 그냥 계속 복용하라기에 이날까지 먹고 있다.

그렇지만 초기 이 후 혈압이 70에서 140 범위를 넘어 본 적이 없다.

대개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것은 한달치를 처방해 주는데

너무 자주 가는 것 같아서 언제부터인가 외국 장기 출장을 핑계 삼아 매번 3달치를 받아 온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단지 무슨 일이 있을 경우 장기간 병석에 누워 있어야 한다는 두려움은 있다.

그렇게 하기 싫어서, 나는 가능한 가족에게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아픈 곳이 있으면 혼자 병원에 가서 처방받아 먹고 나을 때까지 먹는 편이다.

때로는 아내가 내게 불만을 털어 놓는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 할텐데 그런 얘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직장다닐 때도 규칙적인 생활을 해 왔기에 암같은 큰 병 아니면

그다지 고질병은 없는 것 같아 감사한 일이다.

내가 원하는건 9988234 숫자로 말해주는 모두의 소원처럼

늦은 나이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박3일 아프고 죽는거다.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장수를 구걸하기는 싫다.

연명을 구걸하기도 싫고...

그냥 하나님이 내게 주신 운명만큼 살다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