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노인 앞에선 아직 젊은이다

carmina 2022. 8. 8. 10:46

전철을 많이 타는 편이다.

그러나 내가 특별히 피곤하거나 아플 때를 제외하고는 노인석에 잘 앉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앉아 있더라도 노인들이 내 주위에 계시면 다른 이들보다 먼저 자리를 양보한다.

나는 아직 그 들에 비하면 양보해도 될 만큼 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 70에 돌아가신 아버님의 내 나이 쯤 사진을 보았더니

아주 많이 늙으신 얼굴과 구부정한 모습이다.

아마 평생 일밖에 모르고 사신 분이라 자신의 건강을 위해 보낸 시간이 없으셨을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아버님이 운동을 위해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가 운동하신다거나,

다른 분들하고 야외로 놀러 나가시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오로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평생 일만 하셨을 뿐이다.

아버님은 그 피곤함을 늘 술과 담배로 푸셨다.

그래도 늘 새벽에 일어나시는 부지런한 분이었다.

아버님이 병석으로 눕기 전엔 늦잠을 주무시는 것을 한 번 도 본 적이 없다.

나는 아직 내 나이에 아버님 때와 같이 늙은 것 같지는 않다.

술은 즐기지만 절제하는 편이고, 담배는 평생 피워 보지 않았다.

아직 허리도 꼿꼿하고, 하루 종일 걸어도 피곤한걸 모르는 체력이 있다.

하루 종일 걷고 와서 밤늦게까지 그날 걸은 여행기를 쓰고 난 후

TV 영화를 봐도 다음 날 피곤은 늘 수면 하나로 풀 수 있다.

그런 체력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당장 내일이라도 다시 산티아고가서 한 달을 걸으라 해도 떠날 수 있을 정도이다.

나는 내 자신을 위해서 시간도 많이 쓰고 밖에 나가길 즐겨하는 사람이다.

은퇴 후 집안에서 소일하는 내 나이 또래 친구들은 늘 내게 말한다.

내가 걸을 때 같이 걷고 싶다고..

그러나 그 들은 막상 가자고 하면 핑계부터 나온다.

그 핑계는 아마 '혹시나 힘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나올거라고 생각한다.

늘 내 글을 읽는 이들이니, 내가 하루에 얼마나 긴 거리를 걷는지 알기 때문이리라.

때론 걷기 단체들과 같이 길을 걸을 때 나이 든 분이 힘차게 걸으면 존경심이 생긴다.

그만큼 자기 관리를 잘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오랜 동안 복용해 온 혈압약을 받기 위해 정기적으로 의사를 방문하면

너무 무리한 운동은 하지 않는게 좋다고 충고하지만

그 '무리한 운동'의 한계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

어느 정도까지가 무리한 운동인지...

내가 쓰러져 버릴 정도의 무리한 운동이 아니면 되지 않을까?

그런 다음에는 내 한계를 알겠지만 아직 그럴 정도의 무리한 운동을 해 본적이 없다.

아니다. 가끔 아내가 집안 청소를 도와 달라고 높은 곳에 유리를 닦고,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잘 안보이는 눈으로 작은 구멍에 바늘을 끼며 무거운 커텐을 달기 위해 고개를 숙이면

내겐 무리한 운동이라고 내 몸이 알려 준다. 별로 해 보지 않은 일이니까..

그러니까 무리한 운동의 정의'는 늘 하는 것은 조금 도가 지나쳐도 무리한 운동이 아니고

'내가 안해 본 것'을 하는게 무리한 운동인 것 같다.

나는 아직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젊은이의 열정과 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고 정열을 잃었을 때에야 비로소

'나도 늙었구나'하며 자인할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는 조용한 시골에서 책이나 읽고 가벼운 산책이나 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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